고양이 집사 노릇 참 어렵다

오는 5월이면 사람 나이 7살이 되는 내 고양이 형제

고양이 집사 노릇 어렵다는 제목을 달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는 철수 고양이다.

7살이 되는 내 고양이

40여일 전, 우리 고양이 철수의 만성 구토 때문에 전면적으로 건사료 급여를 중단 했고 이 후로 사료를 통째로 토해내는 증상은 완전히 사라져 안심하고 있던 가운데 열흘 전쯤 갑자기 또 다시 구토를 시작해 나흘 만에 3번을 토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도 저녁 식사 후 소화가 어느 정도 됐어야만 하는 시간에 습사료의 건더기까지 몽땅 - 순전히 건사료 때문이 아니라면 이건 틀림없는 질병이다, 그런데 식욕도 좋고 더러운 성질도 여전하다... 


일단 질병만은 아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가 뭘 잘 못 먹였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하필 토한 날이 모두 유명한 고양이 간식 T를 먹인 날이었다. 그것도 통째로 주면 씹지 않고 삼키기 때문에 그 작은 알을 가위로 일일이 잘라 거의 가루로 만들어 습사료 위에 뿌려 주었는데

오는 5월이면 사람 나이 7살이 되는 내 고양이 형제

사실 철수 고양이가 건사료 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한 간식에도 구토로 반응한다는 것을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던 바였지만 건사료를 끊은 후에는 구토를 하지 않아 간식은 건사료 형태로만 주지 않으면 되려나 생각했고 이 간식이 또한 좋은 성분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가루로까지 만들어가며 준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다른 고양이들도 그런 걸로 알고 있지만 이 고양이 형제는 특히 습사료에 까다로워 웬만한 것은 입에 대지도 않고 버리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동결건조 닭가슴살로 가루를 내 함께 주면 그나마 그걸 핥아 먹는 재미로 식사다운 식사를 해주는 버릇이 있다.

고양이 음식 - 경제적인 문제

그러나 고양이 형제가 특별히 좋아하고 영양적으로도 큰 손실이 없는 동결건조 제품이라는 것이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것을 사는데 드는 비용만 한 달에 12~15만 원, 거기다 매일 한 마리당 먹는 캔이 3 ~4개니 주먹구구로 계산해도 25 ~ 30만 원이라 모래니 장난감이니 모두 하면 아이들 생활비로 40만 원은 기본이고 좀 정신줄 놓은 달은 50만 원 이상이 드니 일정한 수입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집사생활에 부담이 넘쳐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바 기왕 사놓은 간식 중에 동결건조 제품 대신 T제품을 뿌려 식사를 유도해 고양이 식품 구매에 드는 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내가 얄팍했던 모양이다, 그 간식을 더 이상 주지 않고 다시 동결건조 제품으로 돌아가니 구토도 다시 거짓말처럼 멈춰버렸다. 그나마 위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이 전부터 T제품에 대한 철수의 반응에 이상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빠른 조치에 도움이 됐다고나 할까

고양이 음식 알레르기 - 글루텐 불내증

고양이 음식 알레르기 - 내 고양이는 글루텐 불내증?

경제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철수 고양이가 건사료와 특정 간식에 구토로 반응하는 원인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 제품의 공통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고양이 사료 성분표

<기호성 좋기로 유명한 R사료>

고양이 간식 성분표

<거의 모든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T간식>

곡식,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밀가루다 (그건 그렇고 성분표를 살펴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먹였구나는 생각이 든다, 특히 T간식 - 부산물을 성분으로 한 것은 한 마디로 쓰레기라고, 뼈니 털이니 등도 모두 포함한 것일 수 있다는 경고를 수도 없이 읽었다) - 그나마 이런 것이 눈에 띄는 것은 그 동안 꾸준히 해 온 고양이 공부 덕이랄 수 있을까, 사실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 가려 먹여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기호성과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그저 아이들이 잘 먹어주는 것으로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대신 구토라는 대가를 고양이에게 치르게 한 꼴이니 이 무식함과 게으름, 무심함에 대한 죄스러움을 무엇으로 가름할 수 있을지 계산이 안 된다.

고양이 형제

철수 고양이에게서 의심되는 것은 글루텐 불내증 또는 고양이로서는 탄수화물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식사로, 물론 정확한 진단은 의사가 해야 하는 것이지만 우선 들은 풍월로 얼치기 '식이 제거 시험'을 해 본 결과 구토가 멈췄으니 일단 그 쪽에 혐의점을 두고 계속 살펴 보다가 다시 문제가 불거지면 상담할 만한 의사를 찾아갈 생각이다 - 만일 문제가 이것이 전부라면 그레인프리 건사료는 급여해도 될 것 같지만 이제 그런 제형이라면 넌덜머리가 난다 - 글루텐 불내증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를 해 볼 생각이다

학대인 줄 모르고 가하는 학대

고양이의 생명도 귀하디 귀하다

아침에, 아이들을 밟고 때리는 게 학대인 줄 몰랐다고 스스로를 고발해 도움을 요청한 엄마의 기사를 읽고 이 나이에 내 어릴 적 하교 후 집 앞에 서서 "오늘은 또 무슨 일로 맞을까...?" 생각하며 초인종 누르기를 두려워 했던 기억이 떠올라 (양자가 모두 학대를 받는 줄도 학대를 하는 줄도 몰랐다) 스스로의 아픔에 목에 메였는데 이 꼭지를 쓰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알았건 몰랐건 잘못된 음식으로 고양이 건강에 해를 끼쳤다면 이 또한 학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이 나이가 7살이 돼 가는데, 그렇게 자주 토 하느라 저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가 해 온 모든 것이 정말 고양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얄팍한 즐거움 또는 겉치레였구나는 반성과 후회로 내게 애초에 두 생명을  거둘 자격이나 있었나는 질문까지 하게 된다. 물론 고양이들이 주는대로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낸다면 이런 생각 할 일도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이건 아니라고 알려준 철수 고양이에게 고마움과 몇 백 배 더큰 미안함을 느낀다.

 

내 자란 환경이나 성격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엄마가 되는 삶을 피했던 내가 고양이라고 다를 거라 생각했던 것 또한 죄가 아닐 수 있겠는가, 생명에 경중이 어디 있다고...  생명을 책임 지는 일,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같은 고양이 집사 노릇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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