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두 형제 다정하게 한 바구니에서 일광욕 중
쩍벌 너부적 철수, 낮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졸고 계신 게으른 아버지?
일광욕을 마치고 제 자리를 찾아가 입 벌리고 잠 든 모습이 하 재미있어 한 컷 담으려 했더니 그 사이에 잠이 깨서 고롱고롱, 좋은 장면 놓친 바람에 약이 올라 똥꼬를 간질간질 했더니 사람 같았으면 "꺄르륵" 간지러 하지 마 하지 마~"하며 몸부림 치는 장면이 딱 이것이렸다
그 바람에 완전히 잠이 달아난 철수 고양이, 일어나 그루밍을 하는데 옆집 아줌니의 걸걸하고 탁한 바가지 깨지는 목소리, 저 목소리 들어온 지가 이 년이 다 돼 가건만 여전히 들을 때마다 저런 표정 "저 목소리는 진짜로 들을 때마다 깬다 깨"
저녁 시간, 무엇이 발에 걸리든 상관없이 꾹꾹 밟고 다니기를 잘 하는 경철 고양이가 엉아 그루밍 해주러 올라가다 프린터 전원을 밟아 우웅~ 철컥철컥!을 시작하니 정작 스위치를 밟은 경철이는 천지분간 못하고 있는데 가만히 엎드려 그 광경을 모두 목격한 철수 고양이 갑자기 움찔 벌떡!
거기다 집사가 인쇄 버튼까지 눌러주니 완전히 정신이 나가 버린 듯
한 곳에 빠지면 나머지는 저절로 모다 귀찮게 느껴지는 법. 눈치 제로 경철 고양이 (사실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들리지 않으므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는 것) 자연스레 하고자 했던 일을 시작하니 동생의 축축한 그루밍을 피해 무의식적으로 몸을 낮추다 낮추다... 경철 고양이 눈에 불이 번쩍!
이미 싸다구 한 대 얻어맞은 경철 고양이, 안 들리니 프린터가 떠든다는 걸 알 리도 없고 그러니 왜 맞았는지도 당연히 모르니 정말 왜 맞았는지 모르겠어 하는 저 멍한 표정을 보고 있는 인간 마음 솔찮이 아프다.
철 없는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조차 인지를 못하겠는가 철수 고양이, 철커덕! 종이가 뱉아져 나오니 이번에는 지가 프린터 속으로 들어갈 기세다
한 편, 싸다구 맞고 쫓겨나 울먹울먹 서러운 경철 고양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진심 꿈에도 모름! 뭔가에 푹 빠져 토끼 같은 새끼 여우 같은 마누라고 어쩌고 있는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흔한 남정네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는 장면일쎄! 세상에 존재하는 건 오직 본묘와 프린터 뿐.
그리고 밤, 잠 들기 전의 간식시간, 제 아무리 스마트 해도 고양이 삼신은 어쩔 수 없는 법 "던져라, 내가 잡아 먹을 것이니!" - 밤마다 던져 산산조각 난 간식으로 이렇게 개판이 돼 버리는 바닥. 어찌하여 저런 버릇을 들인 거냐고 물으신다면, 철수가 이것저것 쉽게 우걱우걱 먹어주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도 배불리 먹이고 보자는 고민 끝에 나온 눈물겨운 아이디어...--;;
경철 고양이는 먹는 걸로 장난 따위 절대로 안 한다, 그럼~ 먹기도 바쁜데 그걸 아깝게 왜 갖고 노냐? 먹기 좋게 잘라주기 전, 일단 약탈이라도 감행해 언제나 한 뚝배기 먼저 해 치우는 경철 고양이 이 번에는 엉아가 온통 흩뿌려 놓은 찌꺼기 따라 다니며 청소 해주고 계신다
철수는 누워서 편히 드시는 것 같지만 윗장면에서 슬라이딩에서 미끄러진 자세 그대로 게으름을 피며 뻗어서 드시는 중이다. 사람이나 괭이나 스마트한 것들이란 모다 모시기가 쉽지 않구나...
그리고 글을 쓰다 기억 난 지난 밤에 있었던 불출 짓 하나,
반려동물 카테고리를 다니고 있는데 정말정말 예뻐서 단 번에 눈길을 잡아끄는 고양이가 보여 "뉘 집 아그가 이렇게 예뻐?" 더 살필 여유도 없이 클릭해 가 봤더니 우리 경철이더이다~ 이만하면 내 불출병은 중병 중에 중병이재라...--;; 메리 크리스마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