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가족 - 지영이와 아깽이

나의 바깥 고양이 가족

간식 가지고 노는 고양이

저녁마다 순덕이 몫으로 닭가슴살햄을 두어 개 꺼내 놓으면 언제나 철수가 일단 접수, 포장에 나란히 구멍이 몇 개는 뽕뽕 나야 겨우 원래 주인에게 내어준다. 이렇게 준비한 간식과 밥을 가지고 내려가는 참에 지영 고양이네 쓰레기통도 함께 청소하려 뒤꼍 모퉁이를 돌아서니 지영여사,후다닥! "아이 왜 그래 지영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쥐만한 것이 또 후다닥! 두경이다.

 

세월이 나름 꽤 흘렀건만 바깥 고양이들이 나를 끝내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게 새삼 마음에 걸리고 이 전에 겪었던 사람의 잘못이 무엇이었길래 저토록 오래 그러나 미안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두려움이 많기로 유명한 짐승들이 고양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건 좀 오래간다 싶으니까 말이다.

아기 길고양이 밥 주기

 우리집 계단 아래 순덕이 들어오라고 뒀던 스티로폼 집을 아무래도 쓰지 않는 것 같아 뒤꼍으로 옮겨 뒀더니 그 속에서 두경이와 지영여사, 쉬고 있었던 것. 쓰레기통을 챙겨 나가니 앞마당에서 지키고 있다 꽁지가 빠지게 대문 밑으로 쏘옥 순덕이 늘 있던 교회집 차 밑에서 이러고들 있다. 두경이, 햇것인데도 양말이 너무 더럽다.

길고양이 밥 주기

두경 아깽이, 나름 인간 눈에 안 띄게 살금살금 최대한 낮은 포복으로 몸을 숨긴다고 숨기러 가는데 어리석은 냔, 제 몸이 이렇게나 훤히 드러나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는 모양이다

자동차 아래의 길고양이

"그거이 네 몸 다 숨긴 것이냐, 이누무 하룻괭이야~?" 그래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빼꼼 내다보는 얼굴이 즈 애미를 닮았는지 참으로 예쁘다

자동차 아래의 2마리 길고양이

그런데 중국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른 아이들은 다 어쩌고? 아까 철수가 포장지에 구멍 뽕뽕 낸 순덕이 상비용 닭가슴살햄을 하나 까 줬더니 지영이는 계속 저러고 있고 두경이 혼자 싹싹 다 먹어치운 다음 모자란듯 내다보고 있다. 다시 하나를 까서 던지니 두경이, 껌쩍 놀라 저만치 달아나고, 하지만 두 녀석 모두 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2013.01.11

예쁜 길고양이 밥 주기 6

그리고 이틀 후인 2013.01.13, 아침에 밥을 주러 내려가 아이들이 흩뿌려 놓은 사료를 줍고 있자니 시간이 꽤 지났는데 뒤늦게 무엇이 후닥!한다 - 두경이었다. 혼자 스티로폼 상자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모양이다.


혼자...? 다른 아깽이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두경 아깽이만 유난히 활발하고 빠른 성장을 보이더니 이제 독립 하려는 건가? 아니면 지영 패밀리,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던데 그걸 자꾸 갉갉! 하는 바람에 화를 당하기라도 한 걸까, 예전에 중국집에서 자기들 집에 덫 있다는 말 들었을 때 문득 순덕이 발이 떠 올라 내내 목구멍에 걸려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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