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못 만나던 길고양이를 대면하다

어제, 바깥 아이들 지난 모습과 요즘 모습을 비교해 보며 슬슬 풀어지기 시작한 마음을 포스트로 작성하고 등록을 눌렀을 때,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달콤한, 아주 작지만 설레임 비슷한 것이 가까이 다가온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내 고양이들은 귀에 약 넣었다고 삐쳐서 - 경철이에게만 넣었는데 철수까지 덩달아 - 침대 밑에서 나오지도 않는데...

고양이 형제의 다정한 모습

[귀에 약 넣기 전 고양이 형제의 다정한 모습]

밤 11시가 가까운 시각, 밥을 내다놓고 늘 하던대로 차 밑을 살폈다. (요즘은 우리집 대문 모서리에 밥을 둔다, 중국집 아자씨와의 대화 이 후 뭔가 껄쩍지근한 데다 그 후 치운 눈더미 아래에 밥자리가 깔려 버려 녹지 않고 있기 때문) 순서대로 순덕이가 늘 기다리던 차를 살피니 없고

며칠 못 만나던 길고양이를 대면하다

쭈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몸을 돌리니 밥 놓은 자리에 아깽이만한 대그빡 하나가 어른댄다...?

뚱한 표정의 길고양이

지영이네 아깽인가... 마침 옆 식당에서 나온 아짐들이 큰소리로 얘기하는 틈을 타 몇 걸음 더 다가가 찍어보니 빙고, 순덕이!!! 또 한 동안 안 보이는 사이 지하집 문이 제 멋대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바람에 혹시 다시 갇혔는지 열어서 불러봐야 하나, 나는 저 징그러운 문에 또 손 대기 싫은데 등 혼자서 지옥을 오락가락 했는데...

배 고픈 길고양이

내 집 대문쪽으로 더 가까이 가도, 내가 가까워져 대문에 센서등이 켜져도 도망을 안 간다, 여전히 경계는 하지만. (정말 갇혀서 며칠 굶어 저러는 걸까?) 에이 요냔아, 예쁘지도 않은 얼굴 매일 좀 보여주면 닳니, 애간장이 다 녹는 줄 알았다...

외면하는 길고양이

[옆모습이 유난히 예쁜 아인데 각도가 조금 안 맞았다]

사실, 닭가슴살햄을 가장 좋아하는 건 순덕이다. 하필 오늘은 얹어주지 않아 다시 올라와 갖고 내려오는 동안에도 내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불켜지는 것 다 듣고 보고도 동요없이 밥을 먹고 있다가 햄을 얹어주려 밥그릇 가까이 가니 바퀴 뒤로 숨어 빼꼼.

며칠 보이지 않아 걱정했던 길고양이

[지지배가 어쩌면 늘 이리 뚱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숨든가 말든가, 살아만 있어라.  제발이지 살아 있다는 신호만이라도 보내서 이 할망구 애간장 녹이지 말그라... 이 방에 오시는 온냐, 오빠야, 아자씨 아줌니들도 사실 니 소식 물어 알고픈데 할망구 속 디비질까바 입을 못 떼는 분들이 한 둘이긋냐? 20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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