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보다 더 불쌍한 사람

순덕이 이야기는 이제 그만 쓰고 싶어 짧은 소식들을 모아서 편집을 해도해도 나눌 수 밖에 없는 분량이다. 많으면 좋지 왜 그만 쓰고 싶으냐고 혹여라도 누가 물으면 대답하고 싶다, 아직도 그 때처럼 눈물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흘러서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은 죄 때문에 요즘 이런 방식으로 벌을 받나보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옮기지 말까라는 고민도 해 봤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나중이 있다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아 옮겨는 놓기로 한 것이다. 양심이 있지, 저 쪽 블로그도 빨리 폐쇄를 해야지 몇 년 씩이나 공개도 않으면서 기록을 쌓아두는 것도 말이 아니고.

2012년 12월 4일

아침에 아이들 밥 먹은 자리를 살피러 나가니 순덕이네 문이 이 꼴을 하고 있다. 열쇠도 없어서 보자기로 둘둘 꽁꽁. 보는 순간 뭐라 감정을 다스릴 사이도 없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저것에 웃지 않으면 뭣에 웃음이 나오겠소...

아침에 아이들 밥 먹은 자리를 살피러 나가니 순덕이네 문이 이 꼴을 하고 있다. 열쇠도 없어서 보자기로 둘둘 꽁꽁. 보는 순간 뭐라 감정을 다스릴 사이도 없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저것에 웃지 않으면 뭣에 웃음이 나오겠소...

어제 밤, 아이가 나왔을 때 문을 닫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지만 바람이 얼마나 쌩쌩부는 차가운 밤이라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어제 밤, 아이가 나왔을 때 문을 닫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지만 바람이 얼마나 쌩쌩부는 차가운 밤이라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직도 저렇게까지 인간과는 대면을 하기 싫다는데. 아이는 그 사이 아 주 두터운 털옷으로 겨울채비를 하고 있었던 듯 이 전보다 더 몽글몽글 동글동글해졌다. 저 옆모습이 얼마나 그림처럼 예쁜지...


다시 오늘 아침 얘기로 돌아와서 - 밖에서 얼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저 안에 둘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다, 문을 건드려 보니 잡아주면 다행히 아이가 빠져 나올만한 공간은 확보 된다. 그러나 내가 문을 잡고 있는데 아이가 나올까... 당하는 꼴이 하 우스워 오히려 마음이 평온하다. 그리고  저 사람이 진심으로 불쌍하다, 고양이 한 마리에 저리 인간다운 자존심을 팽개칠 정도니 얼마나 얼마나 불행한 일이 더 많겠는가

이 날 오후에 나는 아이를 지하실에서 아예 꺼내기로 마음 먹고 그 날 하루 굶기고 다음 날 밥을 주면 그나마 허겁지겁 배고픔 때문에 따라와 주지 않을까, 헨젤과 그레텔처럼 캔과 가쯔오부시로 길을 만들어 내 사는 집 계단 아래로 유인하면 되지 않을까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밤 아이를 굶기면서 나도 밤 새 뒤척이며 잠을 잘 수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2012.12.06 01:15

위경련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눈 오시는 날 - 다행히 살살 내리는 정도이긴 하지만(내 기억에는 눈이 펑펑 왔었던 것 같은데 ) - 아이를 꺼내고 문을 닫아버린 손인데 위경련 정도의 벌만 받아서 되겠는가...

12시 정각에 내려갔다.  순덕아 나와, 밥 먹어~ 몇 번을 불러도 복도에 불을 껐다 켰다 반복을 해도  꿈쩍을 않는다. 굶었으니 나오겠지, 나오겠지....

내 큰바위 얼굴에, 돋보기에 온통 눈물 범벅이지만 포스트를 작성해야만 할 것 같다. 12시 정각에 내려갔다.  순덕아 나와, 밥 먹어~ 몇 번을 불러도 복도에 불을 껐다 켰다 반복을 해도  꿈쩍을 않는다. 굶었으니 나오겠지, 나오겠지....

무작정 서성이다 '카메라 불빛을 보면 내가 온 걸 알지도 몰라' 지하실 쪽에 대고 그냥 불 한 방 터트렸다.

무작정 서성이다 '카메라 불빛을 보면 내가 온 걸 알지도 몰라' 지하실 쪽에 대고 그냥 불 한 방 터트렸다.


12시 23분, 드디어 아이가 반응을 한다

그러나 내 집 대문 앞에 있는 차 밑인 걸 보니 밥 장소가 바뀐 걸 벌써 인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하집 문을 닫았다,

그 집 문 앞에서부터 닭고기햄을 뿌려 놨지만 내리는 눈 때문인지 눈길 한 번 안 주고 무작정 통통 튀어 차 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내 집 대문 앞에 있는 차 밑인 걸 보니 밥 장소가 바뀐 걸 벌써 인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하집 문을 닫았다, 내 손으로...

어제 굶긴 스스로의 죄책감 때문인지 눈빛에 원망이 잔뜩 들어있는 것만 같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네가 이 추위에 나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

어제 굶긴 스스로의 죄책감 때문인지 눈빛에 원망이 잔뜩 들어있는 것만 같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네가 이 추위에 나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는 보이지도 않는데 차 밑으로 자꾸자꾸 셔터를 누른다...

 

내 집 대문으로, 마당으로, 계단 밑에 둔 스티로폼 상자까지 점점이 햄을 뿌려 놓았으니 제발 그 길 따라 들어오너라. 여기가 공기도 지하실보다 좋고 점쟁이가 그러는데 이 집 터가 그렇게 좋다더라, 들어오기만 하면 뒤꼍에다 더 좋은 집 만들어 줄게.


들으라는 듯 일부러 소리 내 대문을 철컥! 닫고 들어와 센서등까지 끄고 동태를 살피니 대문 아래로 머리를 쑥 들이밀어 코 앞에 있는 것만 줏어먹고 다시 빠져나간다. 잠시 더 서 있다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 혼자 조용히 결정을 내리게 내버려두는 일 밖에 없다는 생각에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위경련이 시작됐고... 어떤 방법으로 아침을 맞을지 작정이 서지 않는다.

완전히 아침이 될 때까지는 마당에 내려가보지 않아야 하니까, 술이라도 뒤지게 마시고 뻗어버릴까... 아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사람인 것이 너희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완전히 아침이 될 때까지는 마당에 내려가보지 않아야 하니까, 술이라도 뒤지게 마시고 뻗어버릴까... 아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사람인 것이 너희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12월 6일 오전 9시 31분, 현재 시각
[순덕이를 염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드리는 보고]
좀 전에 내려가 살펴보니 마당 안에 뿌려 둔 햄은 그대로... '안 들어왔구나' 절망감에 박스 안을 들여다 보니 밥은 다 먹었고 캣닢에도 굴렀던 흔적. (캣닢을 어쩌나 보려고 한쪽에만 몰아서 뿌려 뒀는데 온통 상자 안에 흩어져 있음)  하지만, 반드시 순덕이가 먹었다고는 보장 할 수 없음, 지봉이가 가장 자주 이 집 대문을 이용하기 때문으로 순덕이가 먹었을 확률은 30% 정도...
 
이웃 대문에는
 "고양이 꺼냈으니 문단속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밖에 있는 밥그릇에 손 대시는 없기를 부탁드립니다. "절도" 성립합니다." 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제 위장은 여파가 살짝 남았지만 이제 괜찮습니다.

 

그 때 블로그 이웃들의 격려와 동조, 공감 등이 크게 위로가 됐었다. 그래서 어리광처럼 시도 때도 없이 포스팅을 하며 징징거리고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있어 오늘도 힘이 된다. 2017.11.22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