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고양이 형제와 장년의 집사가 노는 법

일, 이 주 전부터 경철 고양이가 놀이에 반응을 하지 않는 일이 화두가 됐었다. 나는 근심 걱정이 없으면 좀 불안하고 낯설어 없는 근심 걱정을 일부러 만들어 내는 사람인지 아니면 내 촉이 맞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불안한 마음이 생긴 참에 즉각 경철 고양이 놀게 하기 작전에 들어갔었다 (입맛과 화장실 문제는 여전히 체크하고 있지만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일단은 안심이다)

한 시간 가량 더 늙은 같은 중년 고양이 철수는 아직도 장난감을 흔들어주면 휙휙 날아다니는데, 그렇다고 경철이 어릴 때부터 날아다니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짚어 보면 모든 것이 내 상태와 태도에 달려있었던 것도 같아서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다. 철수는 적극적이라 여전히 놀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 없이 장난감과 집사를 공략하는데 비해 경철은 소극적인 성격이라 한 동안(꽤 오래) 집사의 품질이 형편 없었을 때 같이 놀이에의 욕망을 내려놓고 말았던 모양이다

고양이가 놀이에 반응을 하지 않음

이 번에는 이렇게 생긴 낚시줄이다. 제법 긁은 면줄에 아이들이 좋아해 마지않는 어포를 줄줄이 끼워 유혹 (한 줄씩 따로 들고 유혹할 걸 한꺼번에 디밀었던 건 좋은 수가 아니었던 것 같다)

중년의 고양이 형제와 장년의 집사가 노는 법

철수의 반응은 당연히 열광적이다

고양이 간식 놀이

경철도 워낙 좋아하는 간식이라 도저히 물리칠 수 없었던지 뛰지는 않고 유혹 하느라 코 앞에 살랑 거리는 사이를 놓치지 않고 입에 꽉 물고 귀를 제쳐가며 끌어당긴다

고양이 사냥놀이

이빨 상할까 슬쩍 놓쳐주니 참말로 고양이답다, 물고 저 혼자 조용히 드실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멀리 나간다 (철수는 언제나 잡은 그 자리에서 먹어 치운다는 것이 많이 다른 점)

고양이 간식 챙기기

쫓아가서 잡아 당기려 하니 버팅기는 저 표정 좀 보소!

고양이 놀이 간식 사냥

실에 엮은 것이라 같이 삼키기 십상이기 때문에 저 혼자 뜯어먹게 맡겨둘 수 는 없다. "엄마가 뜯어주께" 하고 암만 달래도 저누무 고집스런 표정! 난청을 무기 삼아 "안 들려 안 들려"하며 고집을 피운다.

고양이 놀이

어떻게 살살 흔들어 거의 다 뺏을 수 있었던 찰나 "아 안 돼!" 깜짝 놀라 덤비는 녀석! (그런데 고양이라는 생물은 언제 어떤 표정을 지어도 환장 하도록 예쁜 모습이니 이 무슨 조화일까? 나도 저리 예쁘게 생겼더라면 좀 다른 삶을 살았을까나? --;;)

고양이 형제 놀이

경철과 씨름 하느라 한 동안 혼자 뒀던 철수, 요즈음 집사가 경철과의 놀이에 집중하는 모습에 화가 나고 질투가 났던지 경철이 들어오니 득달같이 덤벼 화들짝 놀란 경철 고양이 제대로 점프할 여유도 없이 저 뚱뚱한 몸을 팔걸이와 방석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구겨 넣으며 피신

의자 위 고양이

그렇게라도 용케 빠져나가 철수 고양이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올려다 보는 모습을 연출 하시고

바스켓 안 고양이

얄맙게 혼자 간식 다 뜯어드시고 달아난 놈 이렇게 약 오른 놈을 이윽히 내려다 보고 있다.

올려다 보는 고양이

닭 쫓던 개는 4, 5cm넓이도 안 되는 의자 팔걸이 올라앉아 거기 감아준 면줄에 스크래칭을 했다가 저 원수 눔의 동생을 올려다 봤다 하며 분을 삭이는 중.

고양이 형제 함께 간식 먹기

그리고 다음 날인 어제(11월 8일), 연어간식을 한 줄만 묶어 꾀어보니 철수는 좋아하는 간식이 아님에도 놀이임을 알아차리고 반응을 하는데 경철군은 오로지 지가 좋아하는 간식이라 반응을 한다. (경철이 철수 턱 밑에 낑겨 있는 듯 나온 이 장면이 내게는 묘하게 우습다 ㅎㅎ)

주인공은 경철 고양이

역시나 주인공은 경철 고양이

필사적인 고양이 놀이

어느 때보다 더 필사적이다.

다시 뺏아 갈까봐 줄을 한 손으로 꽉 눌러 제압한 고양이

인간이 어제처럼 다시 뺏아 갈까봐 줄을 한 손으로 꽉 눌러 제압하고는 얌냠 씹어드신다. 진정한 포식 동물의 모습이다.

 

그러는 동안 내린 결론 : 경철은 이제 나이도 몸무게도 부대껴 설치며 노는 것을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며칠에 한 번씩 레이저 포인터 쫓기를 약 1분 정도 하시는 게 고작으로 그 외 움직인다면 일편단심 집사 꼬랑지 따라 다니다가 (진짜로 끈 꿰어 놓은 것처럼 졸졸 따라 다닌다) 눈에 안 보이면 으애으애 소리를 지르는 것이 고작이라 이런 식으로 뭘  먹이는 놀이는 뛰지도 않고 먹기만 하니 이제 됐고 집사가 무조건 많이 움직여 아이가 한 걸음이라도 더 걷게 만드는 수 밖에 없겠다. 아무 이유 없이 왔다갔다를 일부러라도 해야하는 것. 혹 내가 뛰어 다니면 같이 뛰어 주려나? 아마 "니 미쳤나?"는 눈으로 구경하고 앉았지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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