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꿈도 야무진 집사 - 나중에 집사 무덤 앞에서 불효를 용서하라 마라 야옹야옹 울지 말구라이!

도대체 무엇이 잘 못 됐는지,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이 녀석들이 갈 데 없는 마마보이들이 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1

분명히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 베란다에 나갔다 와도 문 앞에, 화장실에서 나와도 문 앞에, 오히려 아이들이 코 앞에 없으면 우짠 일이야? 할 지경이 돼 버렸고 밥 같은 것, 다른 집은 아깽이들도 캔 한 개, 반 개는 한 끼에 거뜬히 비운다던데 이 녀석들은 청소년이면서도 사분의 일 캔씩 나눠줘면 제 입으로는 깨작깨작, 딱 이걸로 끝이니 애 타 죽는 집사, 손 씻고 와 비린내 고깃내 다 나는 그걸 맨손으로 떠먹이면 반 캔 씩은 드셔 주신다, 그리하여 집사 손에는 맨날천날 비린내 진동하시고 알고보니 그렇게 없어 못 먹는 가다랑어도 손으로 찢어주는 맛에 먹었던 것이지 썰어서 접시에 놔 주니 반 넘어 남긴다.

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2

그렇게 드시고 나면 잠투정은 또 얼마나 하는지, 기어이 지나가는 집사 붙들고 늘어져 지 잠들 때까지 꾹꾹이 받고 앉아 있으라 하시고 청소고 설거지고 다 제껴놓고 반드시 붙들린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만 조용해진다.

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3

그렇게 주무시고 일어나면 이제는 놀아달라고 에에, 께께 꽁무니에 따라 다니는데 하도 시끄럽고 성가셔서 즈들 좋아하는 장난감 대충 추려 방바닥에 늘어놔 줬더니 거들떠도 안 봄.

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4

할 수 없이 그 중 가장 장난감 같잖은 것 하나 들고 바닥을 톡톡 두들겨 줬더니 그것에만 두 녀석 모두 눈에 불을 키고 덤비더라는 사실.

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5

그것이 뭐라해도 집사의 노동력이 반드시 들어가야 흥미가 당긴다는 말씀이다. 이렇게 잠시 놀아주시다가 집사 손에서 장난감이 떠나면 아이들 관심도 같이 떠나버린다.

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6

그렇게 즈들끼리는 밤 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장난감, 아침에 청소하느라 주섬주섬 모아 들었더니, 그게 다 모냐고, 함 보자 하신다.

마마보이 고양이 형제 7

보여 드렸더니,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거야, 치우지 마!" 꽉 붙들고 안 놔 주네? 이놈들 요렇게 속속들이 집사 스토킹하고 부려먹다가 나중에 내 죽고 비 오면 에이고 데이고 울 할망구 무덤 떠내려간다, 청개구리처럼 울어제낄라나, 아예 그럴 생각 말구랏 이누무 시키들아, 너거들 미버서 무덤도 안 만들끼이다!  2012.06.20

 

이 포스트를 편집하다 보니 이 고양이 형제의 마마보이 짓은 한 두 해 전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내가 즈들의 집사라는 걸 인식한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던 듯하다. 그런 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야아들이 왜 이럴까,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마마보이가 됐을까 내내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개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것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선입견 편견. (빈에서 일 년 남짓 같이 지냈던 첫고양이들은 이러지 않았는데...) 물론 야아들도 독립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다. 숨고 싶을 때 지 맘대로 숨고 지가 나오고 싶을 때까지 내버려 둬야 하고 천둥이 치든 지진이 나든 지 두려움은 혼자 해결하지 내게 매달려 징징대지 않는 것. 아 그러면 다른 부분도 좀 혼자 해결하면 좋지 않겠냐?! 나이가 이제 7살이 다 돼 가는데 어른 노릇 할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는 아마 스무 살 서른 살이 되어도 여전히 즈들이 아기 고양이인 줄 알고 응석을 부릴 넘들이다.

혼자 있고 싶은 집사의 자리를 빼앗은 고양이

좁은 집구석에 공간마다 문이 달려 있는 게 갑갑해 이사 들어올 때 문을 다 떼어버렸더니 내가 판 함정, 내가 혼자 있을 만한장소라고는 화장실 또는 세탁실 뿐. 야아들과 지내는 6년 반의 세월 내내 그랬었네... 즈들은 숨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아무 데나 겨 들어가 쉬면서리... 억울한 마음에 유일하게 문이 달려있는 창고방에다 30년 묵은 소파와 흔들흔들 비틀거리는 탁자 하나로 잠시 혼자 앉을 자리 만들었더니 우리집 장남 철수 고양이, 집사는 좀 기다리고 지가 먼저 혼자 좀 있겠단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