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5일 자정 30분이 지났을 때 철수가 태어났고 그 사이 3마리의 형제자매들이 태어났으며 1시 30분경에 마지막으로 경철이가 태어났다. 이렇게 해서 이 아기 고양이들은 내게로 왔고 오늘 10살을 꽉 채우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아이들이 유난히 이런저런 잔병, 큰병에 자주 시달리면서 집사는 주술처럼 "10살 생일만 무사히 맞아라, 그럼 20년은 보장받는다"라고 외워왔고 내 보잘것없는 손재주로 간간이 고양이 용품을 선물 받는 이웃 이모야들은 맨날 이렇게 받아서 어째요~ 부담스러워 하기까지 하지만 그렇게 하는 내 마음은 딱 한 가지였다, 이렇게라도 누군가를 기쁘게 해서 그 기쁨이 내 아이들의 "건강"이라는 축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니만치 한 땀 한 땀 정말이지 정성 들여 엮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3월부터인가, 철수의 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원래 털갈이 계절에는 약간의 개선이 있어왔기에 또 그러려니 생각하고 별 기대가 없었지만 지금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알레르기 약이나 좋다는 영양제를 먹일 때보다 더 진하고 길게, 털이 다시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 기복이 먹혔던 것일까? 열 살 생일 선물은 제발이지 이것으로 굳어졌으면 좋겠다.
고양이 형제의 투샷은 나이가 들어가면거 점점 사이가 자빠져 대단히 구하기 힘든데 올해는 이만하면 정말 운이 좋다. 생일 하루 전 날이지만 이렇게나마 두 녀석이 마주보는 모습을 잡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집사는 행운을 잡았지만 정작 경철은 바짝 긴장하며 제 형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그림 가까이쯤 오면 철수의 솜방망이가 여지없이 제 동생을 향해 날아가기 때문에 경철뿐만 아니라 집사도 바짝 긴장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머나, 웬일이여? 철수의 시선이 경철을 겨누고 있지 않다 @@
드디어 12시가 넘어 두 녀석의 진짜 생일이 되자 첫인사가 대장 고양이의 세상 둘도 없는 발라당 애교에 집사만 눈에 보이면 허공에 대고 작렬하는 꾹꾹이다.
이 모습이 내 눈에는 그야말로 (10살 먹은) 아기 고양이다.
오히려 애교가 넘칠 것 같은 이 하얀 넘은 나잇값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근엄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생일 기념샷을 거부한다.
"경철아, 생일인데 사진 좀 찍자~" 해도 소용이 없다, 안 들리니까 ㅜ.ㅜ 이쯤 오면 집사가 방향을 바꿔 아이 얼굴이 나오게 찍으면 된다. 참말이지 근엄하기 짝이 없다. 근엄하시거나 마시거나 이제부터 느들이 할 일은 오로지 건강! 그것 하나뿐이다. 한 바퀴를 무사히 돌았으니 또 한 바퀴 도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야~
이제 진짜로 성묘가 된 것 축하해, 내 소중한 시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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