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더 깊이 냥며든다

세상은 얼마 전 오스카 조연상을 받은 배우로 인해 "윤며든다"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러나 집사에게는 ~며드는 것이 따로 있으니... 나이가 점점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이 점점 더 귀하고 사랑스러워 나날이 더 깊이 냥며들어가는 것이 고민 아닌 고민이다. 왜 냥며들 수밖에 없는가,

[숨숨집 벽을 하프 타듯이 두 손으로 스크래칭 하는 경철]

지난밤, 집사는 침대에 누웠는데 경철이 있던 숨숨집에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소리가 난다? 얼핏 눈을 돌려보니 저 두 손을 올린 자세 그대로 마치 하프를 연주하듯이 바삭바삭~ 스크래칭을 하고 있다. 스크래칭의 소리가 바각바각이 아닌 바삭바삭인 이유는 저 창 입구의 풀어헤친 프릴들로 야무진 스크래칭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튼 저런 모양새로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본 사람 계시면 손! ^^

 

제법 한참을 그러고 있었는데 금새 그만두겠지 싶어 금세 카메라를 집어들이 못해 거의 마지막 장면을 잡았지만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집사를 향해 "왜애~?" 하는 모습이 어찌나 환장 하도록 귀여운지~ 누가 이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10살 먹은 할배라 하겠는가 ㅎㅎ

["뭐가 신기한데"는 표정의 경철]

왜애?라는 질문에도 집사는 함구하고(대답해봤자 안 들리니 소용도 없다 ㅜ.ㅜ) 사진만 계속 찍으니 두 손은 스크래칭 하던 자세 그대로 둔 경철의 눈빛에 질문이 가득 담긴다.

[생각에 잠긴 경철]

"혹시 내가 뭐 잘못했나..." 쓸 데 없는 근심과 의문에 빠진 걸로 보이는데 사실 저 속은 알 길이 없다. 어쩌면 별 것 아닌 행동에 난데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좀 무안해진 것일까?

[다시 한 번 질문의 눈빛을 던지는 고양이 경철]

생각에 잠긴 동안 두 손은 저절로 스르르 제 자리를 찾고 경철은 이제 스크래칭보다 즈 엄니가 왜 실실 웃으면 사진을 찍어대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는 눈빛이 된다.

[엄지 손가락으로 숨숨집 창을 꽉 잡고 있는 경철]

경철은 다시 생각에 빠지고 그제서야 이 백치미 넘치는 녀석이 엄지 손가락으로 숨숨집 창틀을 꽉 잡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또다시 심장어택을 당하고 "크히힛 귀여웡~" 저절로 육성을 내게 된다.

[무슨 일로 집사가 웃어대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경철]

내 귀여운 아기 고양이, 급기야는 자세를 바로 잡고 생각에 빠져 있는데 집사는 혹시 이 사진질과 웃음이 아이에게 "거기 스크래칭 하면 안 돼!" 하는 잘못된 신호로 오해됐을까 봐 걱정이다. 이런 돌발적이고 좀은 황당한 행동 하나하나에 집사는 끝도 없이 냥며들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지끈 타래 안에 들어앉은 철수]

야아는 또 왜 이럴까나...? 우리 집 장남은 이제 하다 하다 아예 작업 중인 지끈 타래 안에 들어앉아 버리는 것이 집사의 일을 방해하는 동시에 관심을 끄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천재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바구니가 모자라니, 아니면 숨숨집이 모자라니? ㅜ.ㅜ

[지끈 타래 안에서 졸리는 척하는 철수]

"철수 나와~" 하니 못들은 척 얼굴을 돌리고 눈을 검실검실 졸리는 척을 하는데 저렇게 살짝 들린 턱과 앙다물어진 입에서 집사는 "졸림"이 반항기를 본다. "나는 사람 말 하나도 못알아 듣긔~"인 것이다. 이래서 집사는 또다시 더 깊이 냥며들어간다. 이렇게 하루하루, 순간순간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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