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성춘향처럼 목에 칼을 차게 된 대장 고양이

요즘 고양이 형제의 집사는 그 동안 질서없이 이것저것 대놓고 기분대로 마구 만들던 소품들에 일정한 표준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집사의 일감을 차지하고 앉은 고양이

하지만... 이 고양이 형제를 아는 분들과 집사의 취미생활을 아는 분이라면 적어도 10번은 넘게 비슷한 그림을 보셨을 것이다 ㅎ;; "철수야 비켜라~" 한 번 말한다, 못 들은 척한다.

집사의 일감 위에서 생각에 잠긴 고양이

"철수야 비켜라~" 세 번, 네 번 말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니 끝내 반응을 안 할 수도 없고 마지못해 몸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어쩐지 그냥 비켜주기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는 눈치다. 이 때 마침 눈에 딱 들어온 것이

밥을 먹고 아무 생각없이 돌아서는 뇌 맑은 하얀 고양이

밥을 먹고 아무 생각없이 돌아서는 뇌 맑은 하얀 고양이다.

경철이는 철수에 비해 집사에게 현저하게 덜 치대기 때문에 밀려나는 민망한 꼴도 전혀 당하지 않는 편이라 이 때문에 철수 고양이의 심술이 더 심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쨌든 어떤 이유에서든 철수의 화풀이 상대는 100% 경철 고양이가 된다.

형에게 쫓기고 있는 하얀 고양이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꼬리가 뒤로 쭈욱! 뻗어있는 것이 여차하면 튀어 일어날 태세로 이미 한 판 시작 됐다는 증거다.

동생 고양이를 공격하러 스며드는 태비 고양이[이것이 내가 셔터스피드를 어둡더라도 늘 200 이상, 심지어는 500까지 두는 이유다. 160에 놓았는데 아이들이 조금만 움직여도 이렇게 초점이 흐려져 나온다]

아니나다를까... 캣타워에서 캣폴로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판이 벌어졌다.

 침대 아래로 들어가 숨을 고르는 하얀 고양이

그리고 얼마 후, 이미 방바닥에서 한바탕 뒹굴고 하악질과 그르르~ 하얀털 검은털이 난무한 후 성정 여린 넘이 집사의 엄호 하에 침대 아래로 들어가 숨을 고르고 있다.

동생을 노리는 형 고양이

집사에게는 말로 해서 안 될 때 자주 쓰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격하는 넘 얼굴에 카메라 들이밀기.

동생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켠 고양이

그런데 오늘 따라 이 녀석, 제 딴에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요리조리 카메라를 피해 가며 침대 아래를 노린다. 사람 아이라 엉덩이를 한 대 후려 칠 수도 없고... 그 때 떠오른 묘안 하나,

넥카라를 하고 기가 죽은 고양이

춘향이처럼 목에 칼 채우기. 고양이 심리를 위해서 이게 잘하는 짓인지 아닌지 전혀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양이는 몸에 무엇이 붙으면 힘들어하는 심리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그대로 실천에 옮겨봤더니 즉효였다. 일시에 "이게 무슨 일이지..."하며 한쪽 구석으로 물러나 앉았다.

제 형이 당하는 시련을 구경하는 얄미운 하얀 고양이

"꼴 조옿다~"며 침대 아래를 벗어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제 형이 당하는 시련을 구경하는 얄미운 하얀 고양이.

서러움이 가득 들어찬 표정을 짓는 고양이

분노가 가득했던 자리에 대신 서러움이 가득 들어찬 표정이다. 미안타... 그래도 목에 칼은 그나마 덜 불편하고 작은 걸로 채운거다.

넥카라를 하고 불만스런 표정을 한 고양이

즈 어미가 미안해 하는 기색을 느끼자 마자~ ㅋㅋ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집사가 하는 일에 방해를 해 시작 된 사건이 계속 집사를 방해하는 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이 정도쯤 오면 인간도 양심이 있는지라 저 하던 일 계속 하겠다고 덤빌 수가 없게 된다. 와중에도 대장 고양이는 맞은 편에서 제 꼴을 구경하고 앉은 동생이 얄미워 매서운 눈길을 던진다.

형의 눈길을 외면하는 마음 여린 동생 고양이

목에 칼을 찼음에도 대장 고양이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하얀 고양이 경철군, 오토매틱으로 "나는 아무것도 안 봤긔~" 눈길을 피한다.

나른한 태비 고양이

효과가 강한 벌일수록 오래 세우면 안 된다. 어느 정도 기분이 가라앉은듯 보이길래 목에 채운 칼을 풀어주니 두 녀석 모두 언제 싸웠냐는듯

나른하게 졸고 있는 하얀 고양이

앞뒤로 나란히, 나른하게 침대에 엎드려 있다.

코뽀뽀 하자고 눈을 검실거리며 얼굴을 들이미는 고양이

이 녀석은 속도 좋지(집사에게만) 단 몇 초 전에 제 목을 칼 채우는 몹쓸 짓을 한 인간에게 좋다고 코뽀뽀 하자고 눈을 검실거리며 얼굴을 들이민다. 칼 채우는 일, 효과는 좋았지만 집사에게는(아마도 고양이에게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 체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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