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도 그립고 반가운 사람이 있다는 걸 실감하다

코로나니 뭐니가 시작 되면서 예전에는 적어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던 고양이 형제의 이모를 거의 일 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날이었다 - 물론 사람들끼리는 잠깐씩 보곤 했지만 고양이 형제들은 그걸 알 리가 없으니 말이다.

고양이 형제와 이모

실로 오랜만에 이모가 지정석에 앉으니 누가 들어오는 기척에 현관까지 마중나갔다니 두 녀석 모두 "이거이 웬 거고?" 하듯 발에 채이도록 졸졸 따라가 두 녀석 모두의 특징대로 한 넘은 오르락내리락 수선을 피워대고 (사람 아이들이 손님 왔을 때 기분이 업 되어 평소보다 더 설치는 것하고 똑 같은 광경이었다) 한 녀석은 옆에 딱 붙어서 관찰 삼매에 빠졌다.

캣타워 위 고양이 형제

두 고양이가 저렇게 사람 가까이에서 맴도는 것은 우리 가족이라는 것을 틀림없이 알고 있고 게다가 반갑기까지 하다는 뜻이다.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하지만 고양이답게, 두 녀석 모두 대놓고 반가워 하기에는 쑥스러울 만큼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이모가 손을 뻗자 한 녀석은 새치름 ~ 곁눈질을 하고 다른 한 녀석은 훌쩍 캣폴로 뛰어올라 기쁨과 반가움의 스크래칭을 했다가 

스크래칭 후 캣폴 냄새를 맡는 태비고양이

냄새를 맡았다가 생쇼를 하신다. 철수에 위에서 쇼를 하시는 동안 이모가 경철 고양이를 만지니 슬쩍 돌아보고는

"가만, 이거 위험한 사람이 아닌 건 맞는 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단 말이야~" 하듯 저를 쓰다듬는 이모의 냄새를 한참이나 맡더니

이모의 손길에 긴장을 한 고양이

급기야는 집사에게 눈을 돌려 "엄니, 이 사람 우리 이모 맞져? 믿어도 돼여?" 확인을 하는 것 같지만!

캣폴 위에서 잠시 생각하는 고양이

그리고 한 걸음 멀어져 마치 이모의 손길을 피하는듯 보이지만! 

궁디팡팡을 요구하는 고양이

저 위의 장면운 이모에게로 내려가려는 순간에 절묘하게 거부의 몸짓으로 해석 될 만하게 잡혔을 뿐,

궁디팡팡을 좋아하는 고양이

이것이 진짜 그 다음 장면이다. "니 글케 나를 잘 알면 어디 궁디팡팡 함 해 보아!" 하고 각도까지 딱 맞춰 엉덩이를 이모 앞에 들이민다. 그러니까 궁디팡팡을 함 받아보려고 자리를 옮기던 중이었던 것.

궁디팡팡을 즐기는 고양이

"음~ 좀 해 본 솜씨네!" 턱을 치켜들고 삼매에 빠진 저 모습 좀 보소!

방향까지 바꾸며 궁디팡팡을 즐기는 고양이

"그람 이 짝도 함 해 보아~" 방향을 바꿔 다시 각도를 딱 맞춰 엉덩이를 대준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은 궁디팡팡 받을 때는 꼭 이쪽저쪽 방향을 바꿔가며 엉덩이를 대준다.

궁디팡팡이 좋아 발라당 하는 고양이

방향, 각도까지 틀림없이 따라가서 맞춰 주는 걸 보니 지가 기억하던 그 이모야가 틀림없고 게다가 궁디팡팡 하는 기술까지 제법 갖췄다는 확신을 한 모양인지 발라당을 시전 하신다.

가족의 냄새를 확인하는 고양이

그리고는 "입 벌리구라라, 하아~" 경철 고양이는 난청이라 그런지 코뽀뽀 대신 하는 것이 상대방 입 벌리게 해서 코를 거의 입 속까지 들이밀고 냄새를 맡는 기이한 버릇이 있다. 

코만 대주면 절대로 그거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아기 때는 절대로 하기 싫다고 몇 번 거부하던 즈 이모도 별 수 없다, 사람이 하라면 절대로 안 할 짓을 괭님이 하라시면 누구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경철 고양이와 친해지기를 포기하는 수 밖에~ ㅎㅎ

궁디팡팡을 받으며 무아지경에 빠진 고양이

"엄니, 이 사람 울 이모 맞는 거 같아여. 궁디팡팡도 글코 냄새도 글코"

좋아하는 사람 발에 얼굴을 비비는 고양이

즈 엄니 안색을 확인하니 더더욱 안심이 되는지 다시 쿠당탕 소리가 나도록 발라당을 했다가 발에 얼굴을 비볐다가 뱅뱅 발을 싸고 돌며 비벼대는 등 좋다고 좋다고 생지롤난리가 났다.

무릎 고양이

반면에 엄청 성격 좋고 사교성 있을 것 같은 철수 고양이는 의외로 외골수 같은 면이 있어서 아까 잠시 신나서 왔다리갔다리 뛰어다니다 경철이 즈 이모를 냉큼 차지 했다는 걸 알고는 이내 집사 무릎에 파고들어 이 외의 세상에는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런 철수를 무릎에서 자동으로 떨어지게 하는 묘약이 있었으니~

사냥 자세를 취한 고양이

이모가 장난감을 꺼내들고 경철이와 놀기 시작했다. 경철에게도 이런 기회는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왜냐하면 집사 하나와 하는 놀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99%는 즈 형이 가로채 엉덩이 한 번 흔들어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사냥감을 뺏겨 실망한 고양이

엉덩이는 여전히 들고 있는데... 눈빛이 바뀌었다, 왜?

동생의 사냥감을 가로챈 고양이

집사 무릎을 끌어안고 경철 고양이와 즈 이모가 무얼하든 1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이 녀석이 장난감이 휘릭거리는 소리에 0.1초도 지체없이 뛰어나간 때문이다.

제 형을 원망스레 바라보는 고양이

"우이C! 머 저런 게 다 있노...?!" 경철 고양이를 포함, 모두 복잡한 마음이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순식간에 한 녀석에게로 쏠린다.

마징가 귀를 한 고양이[갑분싸~에 몹시 당황한 철수 고양이]

"왜, 내가 뭐 잘못 했나...?" 갑분싸를 고양이라고 못 느낄 리 있겠는가. 단박에에 마징가 귀를 만들고는 왜 모두 저를 쎄에하게 쳐다보는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억울하기도 하고 그런 모양이다.

오랜만에 보는 이모 곁에 붙어앉은 고양이

이모는 그 동안 놀지 못했을 경철을 향해 장난감을 열심히 흔들어 주지만 이제 이모도 장난감도 다 외면이다. 오랜만에 되살아난 사냥 DNA를 저 눈치 없는 대장 고양이가 다 낚아가버렸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고양이들이 이렇게나 오래 즈 식구를 잊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오랜만에 보면 반가워 하기까지 한다는 걸 처음으로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고양이도 너무 절간 같은 분위기의 집구석은 지루해 한다는 것도 짐작은 했었지만 확실하게 깨달아 늘 하는 생각이지만 고양이나 사람이나 희노애락의 감정은 똑같이 가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더더욱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각인하게 됐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