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의 전투 - '기'가 없는 승전결

사람 형제나 친구 중에도 꼭 그런 넘이 하나씩 있듯이 우리집에는 절대 이해불가인 동기로(사실 경철 고양이나 집사의 입장에서 해석 할 때는동기가 전혀 없다) 느닷없이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는 넘이 하나 있는데 두 말 할 것 없이 철수 고양이다.

느닷없이 마징가 귀를 만들어 솜방망이질을 시작한 고양이

이 날도 철수 고양이는 집사 무릎에서 치대다가 책상 아래 평화로이 엎드려 있는 제 동생에게 건너가 느닷없이 마징가 귀를 만들어 솜방망이질을 시작 했다. 하루에 적어도 두어 번은 하는 짓이라 집사는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경철 고양이 털이 좀 뽑혀 날아다니기는 하지만 엄중한 상황이 연출 된 건 아직도 한 번도 없으니 웬만하면 각 고양이의 감정을 존중해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형의 공격에 깜짝 놀라는 동생 고양이

"왜 또? 내가 멀 잘못 했는데 또 지롤여?" 이 형제의 싸움에는 대부분 '기'가 없다. 경철 고양이도 가끔 싸움을 걸 때가 있는데 이 때는 확실한 '기'가 보이는 반면에 철수가 먼저 거는 싸움은 대뜸 '승'부터 전개된다. 

먼저 공격한 주제에 경철고양이의 솜방망이가 제법 길게 뻗어 나오자 움찔~

형 고양이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생고양이

"하즈마라, 좋은 말로 할 때~" (목소리는 그르르~ 하는 중이다) 이렇게 슬슬 슬슬 '전'의 단 계로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이란 넘이 왼손을 들어 제대로 한 방 들이대니

겁게 질려 두 눈을 질끈 감는 하얀 고양이

와중에 (전혀 닿지도 않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두 눈이 저절로 질끈! 하필 어떻게 할 여지가 없는 책상 아래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세를 바꿔봤자 발라당 자세로 네 팔과 다리를 휘두를 뿐 속수무책인 불쌍한 시키...

공격에 몰두한 고양이

철수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유리한 상태임을 간파했기 때문에 "철수야아~"하는 집사의 경고도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공격에 몰두해 있다.

당황한 고양이의 눈빛

나는 고양이의 이런 표정이 가장 마음 아프다. 사람 눈에는 무표정하고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몇 년 전 구글링 중 어떤 사진에서 극한 학대를 당하는 고양이의 표정이 이랬던 것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후로 동물학대 뉴스 등은 제목만 보면 일부러 피해서 다닌다. 동물농장 같은 방송 프로그램도 못본다. 

그래서 집사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조금씩 철수 쪽으로 몸을 밀어 공격을 막아보려하면서 경철 고양이가 움직일 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작전을 쓴다.

반격에 나서는 하얀 고양이

집사의 방해로 다행히 철수가 조금 뒤로 물러나자 경철 고양이가 움신할 여유를 좀 얻었는지 몸을 옆으로 비틀어 좀 더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선다. "너 자꾸 그러면 나 하악질 한다아?"

하악질 하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가 심술스럽기도 하지만 이 녀석은 취미생활이 하악질이다 싶을 만큼 이 짓도 자주 한다. 반면 철수는 평생 하악질 하는 꼴을 못 봤다. 딱 한 번, 아기 시절에 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처음 풀었을 때 그걸 입에 물고 근처에 아무도 오지 말라고 집사에게고 제 동생에게고 하악질을 했는데 고양이가 입에 뭘 물고도 하악질을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하악질 비슷한 것도 하지 않은 좀 성격이 특이한 그야말로 "대장"고양이다 ㅎㅎ

제 동생을 향해 주먹질을 하는 고양이

"쭈구리~ 하악질을 한다고라?" 하악질이 철수 고양이를 오히려 더 자극 했는지 잠시 주춤했던 솜방망이질이 다시 작렬한다. 

하악질 한 직후의 고양이

"우이씨, 하악질이 넘 약했나?"

야무지게 하악질 하는 고양이

"그람 다시 한 번 하아아앍!" 야무지게도 하악질을 날린다. 니 암만 그래도 하악질 하는 넘이 지는 넘이다!

고양이의 하악질은 계속 싸울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하악질 따위 무서워 하면 대장 고양이가 아니다. 사실 고양이의 하악질은 계속 싸울 마음이 없다는 뜻인데 철수란 넘이 매 번 이 고양이 언어를 100% 무시한다. 지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버팅기고 있는 고양이

오늘 싸움 최고의 샷!? - 내 눈에 그렇다는 뜻이다. 얼른 보면 주먹을 한껏 내뻗는듯 보이지만 발라당하고 있는 자세 때문에 몸이 자꾸 미끄러져 내리는 바람에 한 손으로 책상 천장을 받치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버팅기고 있는 중이다.

고양이의 꽉 쥔 주먹

와중에 우연히 초점이 딱 맞아버린 나름 최고로 세게 감아 쥔 주먹이건만 보는 사람은 왜케 귀엽고 우습냐~ ㅍㅎㅎ

세 번째로 하악질하는 동생 고양이[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는 스트레스 만땅으로 하악질 중인 고양이의 하얗고 가지런한 앞이빨, 저걸 이빨이라고~ 귀여워 귀여워 환장각이다 --;;]

"마지막 경고다, 고만해랏!" 이쯤 되면 경철 고양이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지기 때문에 집사가 철수를 알게 모르게 저지 해야한다. 인간 입장에서는 웃기는 것이 이 넘이나 저 넘이나 짧은 팔 한껏 뻗어봐야 서로도 닿지도 않을 거리인데도 저 지롤들을 한다.

조금 안도감을 느끼는 고양이 표정

슬슬 자세를 바꿔가면서 철수가 밀려 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자 경철이도 이제 조금 안도감을 느끼는 표정이 된다.

제 코를 핥는 고양이

집사가 아예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버리니 철수는 저절로 완전히 밀려나고 "휴우~ 이제 살았다" 흥분이 덜 가라앉아 여전히 마징가 귀를 하고는 있지만 혀를 길게 빼 제 코와 입술을 핥는 것이 조금 진정을 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 이 싸움이 이제 '결'로 들어가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제 코를 한 번 핥고나니 훨씬 더 살 만한 표정이 된 고양이

제 코를 한 번 핥고나니 훨씬 더 살 만한 표정이 된다.

돌아서는 적을 노려보는 고양이

완전한 '결'이다. 이제 더 이상 철수 고양이의 공격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사람도 흠씬 두들겨 맞은 후 돌아서는 공격자 등에 대고 허공에 주먹질을 한 번 날리듯이 이 녀석도 공연히 한 번 위협적인 눈빛을 만들어 "내가 져 준 것이지  너한테 지려고 해서 진 건 아녀!" 허세를 부려본다.


고양이들은 모두 그런걸까, 두 형제 사이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나빠져 아기 때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잠 자기 전이면 서로를 그루밍해주고 한 바구니에 엉겨 자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시절이 있기나 했나 싶을 정도다. 사이가 나빠지는 이유는 의지해야 할 상대가 서로가 아니라 집사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알아가서 그런 것이려니 이해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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