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는 일에도 불금이 있었으면 좋겠다냥~

우리집은 아침밥을 먹고나면 고양이 두 마리 모두 약을 삼켜야 한다. 체질이 달라서 적용하는 약(항알레르기+면역력 올리는 영양제)과 양이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두 녀석 모두 500mg 캡슐에 꾹꾹 눌러 담아 사실은 1000mg에 육박할 것 같은

고양이 형제의 영양제

키가 이따시 만해진 캡슐들을 하나씩 삼켜야 한다. 나는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이것저것 양을 조절해서 먹이므로 매일 아침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약을 조제하는데

책상 아래에서 잠 든 고양이

아침밥 먹고 나면 한 녀석은 당연한 듯 다시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잠에 빠지고

아침 세수를 하는 태비 고양이

다른 한 넘은 대장답게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아침 세수를 하신다.

고양이의 난감한 표정[이건 다른 날의 장면이지만 내용은 똑같기 때문에 엮어서 소개한다]

그리고 집사가 약 조제를 마치고 그릇을 들고 들어오면 "헉! 약 가져 왔나?" 

대장 고양이는 탈모 허벅지를 드러내며 도망간다

탈모를 겪고 있어도 약은 싫다! 대장 고양이는 눈 깜짝 할 사이에 탈모 허벅지를 드러내며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간다. 속이 휘딱 뒤집어진다. 도망 가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저 꼴을 만들어놓아 미안하고 딱해서 말이다.

대장 고양이는 침대 아래로 들어가 빼꼼

멀리 도망가봐야 소용 없다는 걸 아는 대장 고양이는 침대 아래로 들어가 빼꼼~ 종이 커텐 사이로 근심에 찬 눈동자를 드러낸다.

하얀 고양이 경철은 작은 방에 있는 스크래처 하우스로 피신했다

한 편 진짜 쫄보 하얀 고양이 경철은 제 형이 도망가는 걸 보자 덩달아 휘릭 날아서 작은 방에 있는 스크래처 하우스로 피신했다. 잘 가지 않아서 덩달아 청소도 잘 안 해 먼지가 많은데 하필 저기 들어가서 눈만 겨우 내놓고 바깥을 살피고 있다.

세상 근심 혼자 다 짊어진 얼굴로 숨은 고양이

"오지 말란 말이야!" 카메라를 아래로 내려 표정을 보니 세상 근심 혼자 다 짊어진 얼굴을 하고 있다.

무서울수록 바깥 동태는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고양이

암만 무서워도 아니, 무서울수록 바깥 동태는 살피지 않을 수 없으니 여전히 한 쪽 눈만 빼꼼~ 귀엽기도 하지만 아침마다 저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면 저럴까, 남들이 생각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강도로 마음이 쓰리다.

숨은 고양이를 억지로 끌어내 먹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끌어내 먹이지는 않는다.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덜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고 영양제는 말 그대로 영양제이기 때문에 상태에 큰 진전을 보이지 않아 하루쯤 걸러도 안 죽는다, 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케도 저녁에 먹이는 유산균에는 이런 쇼를 하지 않는데 아마도 제조 과정을 보는 것과 간단히 한 캡슐씩 뿅뿅 빼서 오는 것과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간의 차이 때문에 스트레스의 강도가 달라지는 것 아닐까 싶으다. (이런 대목은 정말이지 사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 사실은 생김새만 다를 뿐 사람과 똑 같다)

고양이 약 먹이기와 양치질 하기

책상 위에 얹어두고 집사는 가만히 그 옆에서 제 할 일을 하면 한 녀석씩 차례로 나타난다. 경철 고양이가 언제나 먼저다. 철수가 먼저 나타나기는 하지만 약 먹고 양치질 하는 과정을 경철이 지켜보면 더 깊이 숨어버리기 때문에.

캣폴 위로 뛰어오른 대장 고양이

약 먹었다! "우이씨! 또 당했다"며 후다닥 캣폴 위로 뛰어오른 대장 고양이,

고양이의 순간적인 스트레스를 푸는데는 스크래칭 만한 것이 없다

스크래처에 대고 분풀이를 한다. 역시 고양이가 순간적인 스트레스를 푸는데는 스크래칭 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또 다른 고양이, 설명 필요 없지 싶은 장면이다. 얼마나 분한지 식탁 위에까지 올라가서 그야말로 "와구와구" 건사료를 입 속으로 쓸어담는다. 사람도 스트레스 받으면 씹지도 않고 뭔가를 마구 삼키듯이 먹는 장면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식탁 위에서 밥을 먹고 내려오는 고양이[건사료 한 그릇을 거의 다 먹은 후 "이제야 스트레스가 좀 풀리네" 며 식탁을 내려오는 경철 고양이]

이리하여 집사는 영양제 먹는 일에도 불금이나 주말 따위가 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람도 불금, 주말이라고 양치질을 걸르지는 않고 밥을 굶지는 않으니까... 지금은 습식은 캥거루 단일 단백질과 건사료는 파미나 하이포알러지 캣을 먹이고 있는데 경철의 귀 가려움증과 철수의 과도한 그루밍이 잠시 나아진듯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한참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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