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길고양이

지영이, 아깽이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거의 종일 빽빽 대던 아이들 목소리가 애비가 다녀가고 한더위가 시작 된 이 후 잦아들더니 며칠 전부터는 삐약 소리도 없고 그림자도 얼씬 하지 않는다.

임신한 어미 길고양이 1

오늘, 방충망 너머로 철수와 눈 맞추고 있는 모습이 포착 됐는데 확실히 임신한 듯한 몸매다. 그래서 아이들을 내보내고 출산 준비를 하는 모양인지, 아이들에게 밥자리를 물려주고 떠나주길 바랬는데... 왜냐하면, 거듭되는 임신과 출산으로 아이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임신한 어미 길고양이 2

오늘은 나와 눈이 마주쳐도 인사도 않는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따로 있나보다. 임신한 아이가 주구장창 간식캔만 먹어서 될 일인지 기가 찬다. 지붕 위 급식소에도 드디어 구더기가 끓기 시작해, 혹시나 아깽이들이 와서 먹을까 좀 더 넉넉히 준 것이 화근인지
지영이 배가 부른 것이 임신 때문이 아니라 습식복막염 따위의 병인지 그저께 준 육포에도 손을 대지 않은 채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어 지붕 청소를 하고 급식소 위치를 바꿔 보자는 생각에 밤마실을 나갔다.

길고양이 급식소 1

아이들이 오르락 내리락 쓰레기를 물고 타고 다니던 담장이다. 이곳도 주인의 쓸고 닦는 손길이 느껴져 계속 사용은 못할 것 같았다, 어쨌거나

길고양이 급식소 2

담장 바로 아래, 담장 위, 3~4묘 분을 부어놓고 꽁지 빠지게 도망 치다가 이웃의 중국집, 쓰레기 모아놓은 곳에서 지봉이를 딱! 만났다.

사람이 무서운 아기 길고양이 1

골목으로 돌아나가는 길에 습식을 저 곳에 미리 갖다 놓았던 참이었다. 밥 먹으러 가려다 할망 과 눈이 마주쳤는데 카메라를 준비할 만큼 한참을 도망 가지 않고 있길래 나를 알아보나보다, 해서 '지봉아~' 한 걸음 가까이 가려 했더니

사람이 무서운 아기 길고양이

저렇게 토끼고 말았다, 조용한 시각에 다시 와 먹었겠지... 그러고 보니 지봉이 배도 예전 같지가 않고, 조금도 자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복막염이 유행한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설마 아니기를 빌 뿐. (고양이 복막염은 현재로서는 불치병이다)
저 생명들을 어째서 도울 수가 없는지 어지러운 꿈으로 두통이 와도 나 혼자 그럴 뿐이다.2012.08.14

 

복막염이니 뭐니 혼자 호들갑을 떨었던게 다시 보니 대단히 민망하기는 하지만 말 못하는 아이들, 게다가 몸시 열악한 환경에 사는 아이들이라 삐끗만 하면 최악의 상황이 먼저 의심 될 수 밖에 없었다. 잠시의 우연이지만  대개의 기록들이 거의 딱 5년의 시간차를 두고 다시 개방 되고 있다.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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