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리운 잘 생긴 길고양이 대장 우억이

2017.08.27 이렇게 이어서 보니 지영이가 저 어린 새끼를 왜 혼자 두기 시작 했는지 이해가 간다.

곧 새 아기를 가질 작정이었고 도망다니며 앙탈 떨고 한 것은 그저 고양이 암컷의 자연스런 본능. 밥을 시원찮게 먹고 가탈스럽게 군 것도 발정 때문이었던 듯한데 공연히 아이 불쌍타고  장우산 들고 내려 가 우억이에게 야단법석을 떨었으니 저 녀석들이 내 꼴을 보고 얼마나 우스웠을까. 할머니,낄끼빠빠!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1

2012.07.12 얼굴에 이물질 때문에 사람 식겁 시켰던 지안이다. 혼자 빽빽 대며 지붕 위로 오더니 혼자 저렇게 몇 입 먹고는 - 아마 닭고기 먹으러 왔다가 없으니 할 수 없이 몇 입 다시는 듯 많이도 안 먹는다 - 혼자 쓸쓸히... 저 모습이 어째 그리 마음 아픈지 지영이가 이 녀석을 대단히 자주 혼자 두는 걸 보니 남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2

저렇게 작고 대책없어 보이는 어린 것을 벌써 떼내려 하다니 독한 애미! 문득 이 상태에서 지안이가 독자 영역을 구축하러 나가야 한다면...? 이 녀석들 자꾸 닭고기만 줘서는 나중에 사료 먹기 어렵거나 싫어하게 되는 문제가 생겨 아이만 괴로워질 것 같아 사료맛에 길 들이기 프로젝트를 생각 해냈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3

블랜더에 사료를 갈아 캔 적당 개와 섞어 주먹밥을 만들어 지영이가 물고가게 하면 아깽이들이 사료 먹기에 길이 들 것이라는 계산...  어둠 속에서 던져 조준이 잘못 된 모양이라 저기 있는 걸 지영이가 알아나 볼까 싶었는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무사히 물고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물고 가다 깨지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4

새끼들 물어 옮기는 요령이면 이 정도는 성공 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리고 5일 후,

길고양이 대장 우억이

2012.07.17인 어제, 이 녀석이 나타났다. 연두색 눈에 커다란 광대뼈를 가진, 대장의 포스를 강하게 풍기는 녀석으로 나와 눈이 마주쳐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날부터 들었던, 상당히 듣기 싫은 그 사내 목소리라 그냥 '지안이 아빠구나' 하고 말았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5

좀 전에, 18일 아침 6시 43분, 창밖이 시끄럽길래 내다봤더니 저러고 있다. 새끼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이인 듯 전혀 동요없이 밥을 먹는다. 나만 창 안에서 안절부절, 저걸 어째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돌맹이 돌맹이 하는데 집구석에 무슨 돌맹이가 있노... 왕길다란 우산을 들고 마당을 휘돌아 내려갔더니 아기들만 혼비백산 뿔뿔이 흩어지고 저누무 시키, 내 눈을 빤히 보며 마주 서 있다가 우산을 들어 올리니 살짝 달아나는 척, 그러나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와자작, 와자작 싸우는 소리가 나더니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6

결국 지영이가 내 집 창 바로 밑, 좁은 턱까지 쫓겨 올라오고 저 녀석, 계속 유유히 아주 듣기 싫은 우억, 우억! 소리를 질러대며 문 여는 소리에 피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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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아깽이들 정체를 확인 했다. 담장 위에 제대로 서 있는 녀석이 지봉이. 뛰어내리려는 녀석은 오른쪽 앞발에 페디큐어를 안 했으니까. 이름이고 나발이고 지영이 어찌 될까 지금은 그것 때문에 속이 상하고 있다. 아직 저런 몸으로 또 임신하면 애 죽일라.
저 떡을 할 누무 시키를 우째야 할지!!!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8

다음 날, 2012.07.19 집 안 두 녀석의 뒷태가 초긴장 상태임을 알려준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9

맞은편 집 통유리에 비춰보이는 지영이 모습. 그러니까 내 집 창 바로 아래, 아랫집 지붕 위 그늘에 숨어있는 모습이라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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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몇몇 장면은 방충망을 통과해  앞집 창에 비치는 영상을 찍은 것이라 많이 흐릿하다 -통 저러지 않던 아이가 온종일 내 주변에서 맴도는 것은...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11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12

눈치 없는 지안이가 엄마야,라고 찾아와 지영이 곁에 앉았다 누웠다 예쁜 짓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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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이, 결국 지안이를 혼자 두고 일어나 다른 몸 숨길 곳을 찾아 나선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14

이곳은 내 집 창에서 바로 마주 보이는 이웃집의 창고 지붕 위, 무엇을 말 하고 싶은 건지 나를 빤히 건너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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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어이 찾아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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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법 독하게, 저 깡패 같은 서방을 단 한 방의 앙탈로 뿌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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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으로 해서 이 쪽으로 오다가, 딱 걸리고 말았다. 자연의 섭리로 벌어질 일은 벌어질 것이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이렇게 며칠씩이나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것이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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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녀석이 이렇게 마주 앉아 똑같이 나를 올려다 보는데 무슨 뜻일까... 저 넘은 이제 욕 안 하면 후퇴도 안 한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20

지영이는 그 와중에도 내게 끊임없이 눈인사를 한다. 저 눈빛을 보니 "이누무 시키, 저리 안 가???!!!" 가 자동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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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 어슬렁 쫓겨가는 척 하더니 다시 내 집 다른 쪽 창 아래에 포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 빨간 지붕은 내가 창을 열고 윗몸만 좀 내밀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인데  거기서 두 녀석이 엎치락뒷치락 꺄르릉, 우억우억 대며 쌈박질을 한다. 저 끔찍한 녀석, 혹 우리 아이들을 발견하고 훌쩍 뛰어오르기라도 할까봐 정말 엄청나게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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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깥 아이들, 참... 당돌한 건지 우리 아이들과 눈이 마주쳐도 경계심은 커녕 호기심 조차도 보이질 않는다, 이런 현상은 아깽이들도 마찬가지로 성정체성을 잃은 아아들은 이미 괭이로 보이지도 않나 하는 마음에 자존심이 확 상한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23


저런 물건은 나도 첨 봤다, 저 녀석 땅콩이 주먹 만하다, 진짜로!!! 

지안이가 지한테 관심을 보이거나 말거나 일별도 않고 건너 가 오로지 지영이 하나를 목표로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캣맘과 길고양이 가족 이야기 25

집 안에 있는 얼뜨기들, 자아들은 지들한테 쥐똥 만큼도 관심이 없는데 경철이 이 방 저 방 창마다 다 날아다니다 반응이 없으니 오늘(20일)부터는 밖에서 무슨 지롤을 해도 못 본 척 한다.


지영이, 어제 사료밥이 남았는데도 안 먹고 고기 달라고 턱 밑에 받치고 앉았길래 미워서 저녁밥을 굶겼는데 - 사료주먹밥은 있었다 -, 오늘 온종일 꺄르릉 꺅꺅 대며 지 서방 피해 다니는 꼴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내가 니한테 무슨 짓을 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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