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도대체 거기 뭐가 있길래 그러는거냥?

비누바구니 2018. 9. 13. 09:03

고양이들도 사람처럼 갑자기 무엇에 꽂힐 때가 있어 작은 체구에 비해 기이하도록 집착을 보일 때가 있다. 철수와 경철 고양이 형제가 아직 어릴 때의 일이었는데, 늘 내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녀석들이 동시에 사라져 버리는 며칠간이 있었다. 늘 코 앞에 앉아 깐죽깐죽 방해를 하는 녀석들이라 보이지 않으면 인간은 혹시 의식치 못한 사이에 빼꼼 열린 문으로 외출을 하셨나 혼비백산 찾아나서기 마련인데

이 날도 두 녀석이 동시에 사라져 혼비백산 찾으러 다닌 끝에 발견한 철수 고양이의 모습 - 얼른 마치 쇠창살에 갇혀 하염없이 자유를 그리워하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베개 위에 올라앉아 침대헤드에 제 헤드를 박고 하염없이...

"쩔쭈야 머 해?"라고 말을 붙여도 꿈쩍도 않는다. 귀조차도 움찔 않을 만큼 열중해 있다

푸히힛! 고양아, 거기 도대체 뭐가 있길래 몸통에 귀 두 쪽만 달린, 들은 일도 본 일도 없는 털자루 동물의 모습을 하고 그렇게나 집중하고 있니? 저 두 귀가 만일 접어지지 않는다면 영락없이 쇠창살 사이에 끼어버린 꼴이라 "날 좀 보소, 거기 누구 없소~~" 노래가 절로 나온다. 누가 보면 집사가 고양이 저리 처박아 놓고 벌 세우는 줄 알겠고만

머리를 처박고 오래 있었던 건 진지하게 뭔가를 연구 중이었던 모양으로 엉덩이를 치켜들어 왼손을 먼저 침대헤드 아래로 뻗어 바각바각 하더니 여의치 않았던가

행여나 엉덩이 더 치키고 오른손으로 노력 하면 될까 더더욱 바각바각

끝내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돌아보며"엄니, 이것 좀 꺼내 줏씨오!" 표정 - 말 붙여도 안 들리는 척하더니 바로 이 표정이 인간이 와 있다는 거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개무시 했다는 증거 되겠음. 하이고오~ 네 녀석 그러고 처박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데 내가 네 부탁을 들어주겄냐? "네가 해!"

"알써!"하고 다시 머리를 처박은 기이한 동물! - 이 무렵 이 녀석은 며칠씩이나 계속 침대 헤드 아래의 공간에 기이한 집착을 보였는데 이유가 뭣인고 나중에 저 몰래 살펴 봤더니 예전에 장난감을 씹어 먹은 사건 이 후로 밤에 놀아주고는 그것을 베개 밑에 두는데 며칠 전 시트를 바꾸면서 그 장난감이 침대헤드쪽 바닥으로 떨어졌던 모양이다. 


저 꼴이 하도 귀여워 장난감을 치우지 않고 그냥 뒀더니 침대 위로 아래로 며칠에 걸쳐 지치지도 않고 들락거리다가 결국 언제 어떻게 꺼냈는지 몇 입 씹어드신 걸 인간에게 발견 당하고 된통 혼이 났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나머지 한 녀석은 주로 밤에 사라졌는데 이곳은 가구가 말 해 주듯 부엌바닥으로, 이 분은 부엌데기가 돼 엎어져 계신다.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자세로 하염없이 저렇게 앉았다가

인간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대자 "저리 꺼져!!!" 짜증을 부린다.

이 분은 여기서 무엇을 기다리시는고 하니 과일 쓰레기에서 나오는 날벌레를 오매불망 기다리시는 것으로 타닥타닥 밤마다 씽크대며 그 주변 바닥을 쳐서 그 놈들 잡아 드시고 저렇게 살이 찐 것이다 ㅎ~ 


이 눔아, 부엌바닥이 그렇게 좋으면 벌레들 나타나실 때까지 하염없이 엎드려만 있지 말고 이 늙은 집사 밥이라도 좀 해 주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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