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고양(이)?

비누바구니 2018. 9. 12. 09:08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옲는다고 했던가? 고양이도 그렇다. 철수 고양이도 때로는 폭풍처럼 때로는 간간이 바구니를 짜는 집사와 7년을 넘게 살아온 바,

풍월을 읊는 수준은 틀림 없이 넘어선듯 연필꽂이 등으로 쓸 소품이라 제 두 손 넣으면 딱 맞는 저 바구니를 꾹 눌러잡고는 무엇이 성에 차지 않는지 궁리에 빠진 표정이다

"철수야, 왜? 스텝이 꼬인거야? 그럴 때는 꼬인 데부터 풀고 다시 해야 돼, 궁리할 필요 없어"

"그랴? 음, 어디부터 꼬였나 함 살펴보까?" 고양이들은 근시라던데 그래서일까, 코를 처박다시피 골똘한 모습으로 짜임새를 살펴보고 있다

"비누바구니네 고양이 7년이라 우습게 봤두만 좀 어렵네..."

"안 어려워, 잘 보면 어디가 꼬였는지 보일겨~"

"우씨! 집사 훈수 때매 정신 사나워 못 하겠네. 내 쫌만 쉬께!" 이렇게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 사라진 철수 고양이 어디로 가셨을까 찾아보니

침대 위 탁자 아래 기어들어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싼 동시에 눈을 가리고 주무시고 있다, 도대체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고양(이)? 

입술이 한 쪽만 벌어진 걸 보니 틀림없이 찡그려 붙이고 뭐라뭐라 중얼거리다 잠이 든 모양이다 - 아이고 딱한 내 새끼, 그거이 그렇게나 골치 아프더나...?

"철수야, 바구니는 엄마가 짤게, 너는 그 바구니에 스크래칭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돼~"

집사의 말을 들은 것일까 고민스레 얼굴을 감쌌던 손을 내리고 고양이 본연의 자세로 편안히~

이렇듯 우리집 철수 고양이는 집사가 짜는 것이면 그 크기와 상관없이 덤벼들어 간섭을 하시는데 위 장면들도 사실은 저 찌끄만 데다 대고 열심히 스크래칭을 하시다가 사진을 찍어대니 뭔가 뻘쭘하고 기분이 상해 멈추고 딴짓을 하는 것이다 - "철수야 비켜, 엄마 일해야 해~"를 해야 스크래칭도 더 재미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고양이가 하나 둘, 점점 더 자주 침대 위로 올라 오시는 걸 보니 가을이 불쑥 더 깊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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