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고양(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옲는다고 했던가? 고양이도 그렇다. 철수 고양이도 때로는 폭풍처럼 때로는 간간이 바구니를 짜는 집사와 7년을 넘게 살아온 바,
풍월을 읊는 수준은 틀림 없이 넘어선듯 연필꽂이 등으로 쓸 소품이라 제 두 손 넣으면 딱 맞는 저 바구니를 꾹 눌러잡고는 무엇이 성에 차지 않는지 궁리에 빠진 표정이다
"철수야, 왜? 스텝이 꼬인거야? 그럴 때는 꼬인 데부터 풀고 다시 해야 돼, 궁리할 필요 없어"
"그랴? 음, 어디부터 꼬였나 함 살펴보까?" 고양이들은 근시라던데 그래서일까, 코를 처박다시피 골똘한 모습으로 짜임새를 살펴보고 있다
"비누바구니네 고양이 7년이라 우습게 봤두만 좀 어렵네..."
"안 어려워, 잘 보면 어디가 꼬였는지 보일겨~"
"우씨! 집사 훈수 때매 정신 사나워 못 하겠네. 내 쫌만 쉬께!" 이렇게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 사라진 철수 고양이 어디로 가셨을까 찾아보니
침대 위 탁자 아래 기어들어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싼 동시에 눈을 가리고 주무시고 있다, 도대체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고양(이)?
입술이 한 쪽만 벌어진 걸 보니 틀림없이 찡그려 붙이고 뭐라뭐라 중얼거리다 잠이 든 모양이다 - 아이고 딱한 내 새끼, 그거이 그렇게나 골치 아프더나...?
"철수야, 바구니는 엄마가 짤게, 너는 그 바구니에 스크래칭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돼~"
집사의 말을 들은 것일까 고민스레 얼굴을 감쌌던 손을 내리고 고양이 본연의 자세로 편안히~
이렇듯 우리집 철수 고양이는 집사가 짜는 것이면 그 크기와 상관없이 덤벼들어 간섭을 하시는데 위 장면들도 사실은 저 찌끄만 데다 대고 열심히 스크래칭을 하시다가 사진을 찍어대니 뭔가 뻘쭘하고 기분이 상해 멈추고 딴짓을 하는 것이다 - "철수야 비켜, 엄마 일해야 해~"를 해야 스크래칭도 더 재미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고양이가 하나 둘, 점점 더 자주 침대 위로 올라 오시는 걸 보니 가을이 불쑥 더 깊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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