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고양이 효과 - 뜻밖의 평화로움

비누바구니 2018. 9. 5. 11:59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이란 마음에 소란스러운 찌꺼기가  0.1도 없는 완벽한 평화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극히 드물지 싶은데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들은 뜻밖의 순간에 뜻밖의 장면에서 순도 100%의 평화로움을 공짜로 얻는 순간이 있다. 이 또한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철수 고양이, 창 밖을 내다보며 혼자 잘 앉아있다가 집사가 일감 쪽으로 다가가면 번개같이 뛰어 내려와 그 위에 주욱~ 뻗치고 눕는다. 누가 뭐랬나, 비키랄까봐 미리 선하품을 한 방 때리시고

선하품이지만 날리고 보니 정말로 졸리는 것일까 그렇잖아도 긴 허리가 뒤로 젖혀지도록 주욱 몸을 늘궈 졸리는 눈빛을 한다. 저 유연한 몸은 바닥과 일 밀리미터의 간격도 없이 완벽하게 밀착 돼 있다 - 이럴 때 저 유연함과 순진함에 아등바등 마음이 바쁘던 집사는 뜻밖의 고양이스러운 평화로움에 급습 당한다

 

집사가 공짜로 얻는 평화로움과 관계없이 고양이는 사진 찍기가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난다. 왜냐하면 집사가 일 할 생각이 전혀 아니라는 걸 간파 했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가 타고난 사명은 집사의 일을 방해하는 것인데 집사가 일 할 생각이 없으니 뻗치고 누운 것도 전혀 의미가 없으므로


또 있다

프린터 옆 낡은 바구니는 경철 고양이가 요즘 들어 가장 즐기는 낮잠 장소다

그러다 더러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강해질 때는 이렇게 프린터 위로 올라와 그 옆의 또 다른 바구니를 베개 삼아 실눈 뜨고 잠을 청한다. 사람이라면 저 종이로 된 러플이 편안할 리 없는데... 이렇게 불편할 만한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편안함을 도모하는 도구로 끌어들이는 신묘한 능력

집사가 하는 짓이 실눈 사이로 보였던가 잠 다 달아났다는 듯 고개를 들고"왜 또?" 하는 엄한 눈빛이 된다. 에고 또 쓸 데 없는 짓 해서 아그 잠 깨웠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새 다시 실눈을 뜨고 까무룩 나른한 졸음 속으로 빠져 든다 - 이럴 때 또 다시 찾아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말랑말랑 폭신폭신한 뜻밖의 평화로움, 이것이 고양이 효과 - 고양이라는 생명은 이러려고 인간에게 다가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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