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고집불통 고양이 유인하기 그리고 퇴치하기

비누바구니 2018. 9. 2. 14:04

우리집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가 가장 기다리고 반가워 하는 것이 아침밥 먹는 시간인데 아마도 밤 새 신선한 밥을 공급 받지 못해 (밤샘용 건사료를 놓아주지만 일단 침이 한 번 묻으면 잘 안 먹는다) 허기가 져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집사는 눈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커피 내리면서 동시에 고양이 형제 밥 차리는 일인데 이 때 만큼은 두 녀석 모두 부엌까지 졸래졸래 따라와서 밥이 다 차려질 때까지 기다리지만, 철수는 매 번 왜 따라오는지 약간 의심스러운 것이 경철 고양이처럼 나를 올려다보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딴 짓을 하는데...

경철 고양이는 밥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면 따로 부르지 않아도 이렇게 제 자리에서 알아서 먹어주신다

그러나 다른 한 놈은 방구석이 이 꼴이 돼야 겨우 밥을 먹어 주신다 - 이 꼴? 북경짬뽕! 기껏 부엌까지 따라와서 밥 차리는 동안 이 고양이가 하는 짓은 바닥에 놓인 바구니를 뒤적뒤적해 라면 봉지를 찾아내 빠닥 종이를 까닥까닥 씹어대는 것. 밥을 그릇에 담고나면 (경철이는 부를 필요가 없으니) "철수야, 밥 먹자~" 하고 밥을 들고 들어와 차려도 라면 먹느라(?) 들은 척도 꿈쩍도 않는다. 에라이~ 저누무 고집불통 괭이시키!


이럴 때 약은 딱 한 가지다, 씹고 있는 라면 봉지를 즈들 식탁 쪽으로 들고 오는 것 - 그러면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홀린듯 따라와

겨우 몇 입 드시고는 곧장 라면 봉지로 눈길을 돌리신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안방에 라면 봉지가 놓여있다 - 어쨌건 이런 유인책으로 겨우 몇 술 먹이기에 성공한 집사,

집안 일 대충 끝내고 이제 일 좀 해볼까, 하고 일감 앞에 앉으니 밥 먹으랄 때는 들은 척도 않던 고집불통 고양이

이번에도 마치 홀린듯 벌 떡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다가와 언제나처럼 철푸덕~ 일감 위에 배를 깔고 앉길래 "나도 느들이 허락 할 때 말고 내 할 일 내가 하고 싶을 때 좀 하자!"며 아침 식탁에서 애 먹은 걸 복수 하고픈 심술이 발동해 "이걸 어떻게 퇴치하고 일을 하지?" 궁리를 하다가

내가 보유한 유일한 에센셜 오일, 라벤더를 가져와 그림의 동그라미 속에 찔끔찔끔 묻히니 순간적으로 헛! 하는 표정으로 배밀이를 해 한 발 물러난다

하지만 향기가 견딜만 하다고 느꼈는지 이내 "췌, 이까이 머!"하며 턱을 괴고 고집스런 표정으로 눌러 앉는다. "그랴? 그럼 한 방울 더!"

이눔 시키, 드디어 진저리를 치면 벌떡 일어나 앉는다 - 고양이 퇴치 성공! 라벤더 향에는 고양이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라지는데 철수 고양이가 방금 진저리를 친 이유는 호불호를 떠나서 향이 아주 강하게 훅!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형제는 라벤더 향에 호불호를 드러낸 적이 아직 없다)


만일 고양이들이 징하게 싫어하는 레몬 오일이 있었다면 훨씬 더 쉽게 퇴치가 됐겠지만 에센셜 오일은 어디든 묻혀 놓으면 한동안 공기를 떠돌아 다니며 방향제 역할을 하므로 그 냄새가 다 사라질 때까지 고양이들이 두통에 시달릴 것 같아서(경철 고양이는 심지어 구역질까지 한다) 레몬향으로 벌 주는 일은 비상시가 아니면 삼가하려고 한다 - 이상 오늘 아침 우리집에서 시행 된 가장 효과 좋은 고양이 유인법과 퇴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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