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단풍을 보여주는 아이비

비누바구니 2021. 10. 25. 09:29

올해는 너무 급작스런 추위가 찾아와 단풍을 보기 힘들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단풍이 된 아이비]

지난봄에 생겨서 초화 포트에 그대로 두고 간간이 물만 주다가, 평소에 나는 식물에 애착하는 편이라 영양제, 일조량, 겨울에는 식물 램프 등으로 정성스레 관리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개인사로 영양제는커녕 물도 제 때 못주는 상황이 발생,

창문 열 때마다 눈에 보여 찌끔씩 물만 주었던 것인데 어느 날부터 이파리가 붉그레해지길래 죽으려나보다, 어쩔 수 없지... 했는데

만져보니 그게 아니었다. 보살피지 않아 시든 것이 아니고 단풍이 든 것이라 할 수 밖에 없도록 이파리가 싱싱하고 든든하게 잘 붙어있다. 개인사의 기억으로 꼴도 보기 싫어 내다 버리려 했는데 이렇게까지 살겠다고 버티니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니? 싶어 저 알아서 죽을 때까지 데리고 있기로 했다.

아이들은 이제 집사에게 거의 관심이 없다. 아무리 징징대도 유령이나 된 듯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집사와 눈이 마주치니 "그래. 니 쪼대로 살아라. 나도 내 쪼대로 살게" 하듯 하품을 쩌억~

[이불 속에 파묻힌 철수]

철수도 이제는 집사가 컴퓨터 앞에 앉거나 침대에 누울 때만 와서 안길 뿐 다른 짓 할 때는 가만히 내버려 둔다. 한 주먹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집사보다 훨씬 더 먼저 철이 들어버렸다. 아이비가 알아서 단풍이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