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디지털 멀미

비누바구니 2021. 5. 20. 10:16

사람이란 참 간사한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는 오늘 아침이다 -  나는 쓰레기 내놓을 때 아니면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데 뭔가를 찍을 일이 있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당에 나가 (4년 만에 마당 구경을 처음 함) 한참을 이리저리 필요한 사진을 찍다가 정작 쓸 만한 장면은 하나도 못 건졌는데 비가 오시기 시작하네? 부랴부랴 철수하다가 아쉬움에 "나도 꽃 봤다~" 하고 싶어서

[노란꽃]

아마도 아이리스겠지? 이미 계절이 지나고 있는지 다 시들고 그나마 볼만한 꽃은 몇 송이 남지 않았지만 향기가 향기가~~ 역시 꽃은 꽃이어서 패브리즈나 싸구려 디퓨저 등이 주는 향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작은 연못 속 금붕어 가족]

그리고 손바닥 만한 연못 (주인 아짐이 얼마나 정성인지 겨울에는 비닐하우스를 덮어준다^^)에 4마리의 금붕어 가족. 이 녀석들 때문에 바깥 고양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주인 아짐의 하소연 ㅎㅎ 그리고 나도 쓰레기 버리러 나갔을 때 마당 쪽에서 고양이가 호다닥~ 하는 것을 몇 번 봤는데 어쩌면 이곳에 와서 물도 마실 겸 낚시도 할 겸 쿠션 깔린 지붕 있는 벤치까지 있으니 바깥 고양이들의 성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로 마당의 자갈 사이사이를 보니 온통 아이들 떵!

[보라색 꽃]

이 꽃 이름은 진짜로 모르겠다. 대문 옆에 놓여있는 초대형 화분인데 꽃은 봄에 잠깐 폈다가 지지만 그나마 대문을 드나들 때 커다란 힐링이 되는 존재. 이 계절이 지나면 잎만 무성하다가 겨울이면 다 죽은 것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어 "버려야겠네" 생각하지만 매 년 봄이면 거짓말처럼 살아나 자잘한 연보랏빛 꽃으로 화분을 가득 채운다. 이리도 연약해 보이는데 들꽃, 풀꽃의 강인함이란! - 이걸 자연이라고 구경하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사진 정리, 디지털질" 등의 생각에 급작스런 멀미를 느낌... 

[창가의 철수 - 초점은 창가의 바구니에 가서 맞았다]

즈 엄니가 들어와도 돌아도 안 보고 창가에서 졸고 계신 우리의 대장 고양이. 저 바구니가 진짜로 아깽이 때 만들어준 오래된 거라 어딘가 비교샷이 있지 싶은데 그거 찾아 앨범을 뒤질 성의도 없네그려...

[바구니 턱에 목 걸치기를 즐기는 경철]

이 녀석은 또 왜 이러고 있다냐? 내가 이러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컥컥 숨이 막히고 얼굴이 이따시 만하게 부어오르지 싶은데 우리의 경철군은 아기 때부터 툭하면 이런 자세로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기까지 하는 일이 하도 잦아 하나도 새삼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나 안 잔다잉~]

이 녀석 또 이러고 자는구나, 는 집사 마음의 소리를 들었는지 눈만 번쩍 치켜 "나 다 듣고 있어요~" 하듯 집사를 올려다본다. 

 

아무튼 싫지만 끊고는 살 수 없는 디지털 세계, 마당 구경 한 번 했더니 힐링의 역반응으로 디지털 멀미가 올 줄이야... 그래서 오늘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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