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 넥카라에서 스스로 해방 된 고양이

어쩐 일인지 철수가 아침 일찍 깨우지 않는 날도 요즘은 간간이 생겨 집사는 8시까지 잘 수 있는 날도 더러 있다. (철수와 산 이 후로 거의 단 하루도 내 스스로 깬 날이 없는 것 같은 기억이다) 아무튼, 그 날따라 철수가 조용히 있어줘 늦게 일어난 날,

건사료를 먹고 입맛을 다시며 돌아서는 하얀 고양이

침대에서 일어난 내 눈에 들어온 첫 장면이 집사가 아침밥 시간을 넘기도록 일어나지 않으니 스스로 건사료를 챙겨먹고 돌아서는 경철의 모습인데 허걱! 너 넥카라는 어떻게 한겨? 지난 밤에 틀림없이 단디이 채우고 다시 한 번 확인까지 하고 재웠는데...

넥카라를 벗어던지고 맛있게 밥을 먹는 하얀 고양이

경철이가 건사료를 먹으면 배가 많이 고프다는 뜻이다. 넥카라고 뭐고 허둥지둥 일어나 밥부터 차려드리고 사진 찍으며 보니 저만치 옆에 나동그라져 있네...

밥을 다 먹고 입술을 핥는 하얀 고양이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반항하는 신공도 집사 애 먹이는 신공도 늘어만 가는 것 같은 고양이 형제다. 아직도 저 팔에 링거 꽂느라 털 깎은 자국도 선명 하건만 이렇게 다 회복한 것처럼 행동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목에 넥카라 썼던 자국이 선명히 남은 불쌍한 하얀 고양이

어쨌든 밥 만큼은 편히 먹어야 하니 넥카라는 좀 있다 채우자... 한 숨을 내쉬며 아이를 위에서 내려다 보니 아직도 선명한 목졸린 자국... 이 자국을 발견하고 위치를 옮겨서 좀 더 헐렁하데 해주기 시작한 지가 벌써 열흘 쯤 전인데 아직도 그 자국이 이리도 선명하니 스스로 벗어 던지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것이 이해가 가고 또 다시 미안해진다 - 괜히 없는 피부병까지 하나 더 만들 뻔했잖아...ㅜ.ㅜ

집사 눈치를 살피며 생각에 잠긴 하얀 고양이

그렇게 밥을 먹고 나더니 슬쩍 옆눈으로 집사 눈치를 보고는

후다닥 꼬리를 보이며 침대 밑으로 숨는 고양이와 이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형고양이

나름 전광석화처럼 호다닥! 침대 아래로 숨어버린다. 다시 넥카라로 목을 조를까봐 겁이 났던 것이 분명하다. 흐릿하지만 걱정스런 철수의 표정이 눈에 띈다. 저 아이는 저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침대 밑에서 예쁜 모습으로 잠 든 고양이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귀소독도 하고 약도 먹어야 하니 아이를 불러내야만 하는데 들여다보니 그 새 이렇게 우아, 요염한 자세로 베개까지 베고 딥슬립을 하고 계신다. 이렇게 자는 넘을 우찌 깨우겠노...

침대 밑에서 자는 동생 고양이를 보고 있는 형 고양이

"철수야, 우짜고?" 캐리어 동굴 속에 들어앉은 철수 고양이를 돌아보니

"에이 미련한 넘!"하는 눈빛일까?

요즘 철수는 이 캐리어를 동굴 삼아 거의 밤낮없이 이 안에서 지낸다. 사실 지긋지긋해서 캐리어를 싸서 작은방 구석에 넣어뒀었는데 철수가 좋아했다는 기억이 나서 다시 꺼내 캣휠 옆에 놔줬더니 밤이고 낮이고 거기서 혼자 있어 한 공간에 같이 있기라도 하자고 다시 안방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자던 자세 그대로 눈만 동그랗게 뜬 예쁜 고양이

그 사이 잠에서 깬 하얀 고양이 "헉. 걸렸다!"하는 눈빛이다 - 사실 이 아이는 들리지 않는 대신에 공기의 흐름, 미세한 방바닥의 진동 그리고 냄새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해서 집사가 살짝살짝 움직이고 셔터를 누르고 하는 사이의 변화를 모두 다 캐치해 들리는 아이 못지않게 민감한 고양이로 살고 있다

어리둥절한 듯 두리번거리는 하얀 고양이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똑똑한 고양이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부려보지만 너 진짜로 딱 걸렸다, 마침 잠에서 깨기까지 했으니 시간 맞춰 할 일 하자!

세상 귀찮다는 표정으로 동생고양이를 바라보는 형 고양이

"내 저럴 줄 알았어"

수술한 고양이 귀를 소독한 후

이제 피나 고름 은 하나도 안 나오고  딱정이 하나만 소독솜에 오래 불려 떼어냈다. 딱지를 그냥 두면 속에 고름이 고일 수 있어 선생님이 이런 것은 핀셋으로 모두 떼 내는 걸 봤기 때문에 따라한 것인데 뒤따라 나오는 피도 고름도 꼭꼭 눌러봐도 하나도 없다. 상처가 다 아물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잠시 넥카라도 벗겨놓고 집사는 또 해야할 큰 일이 하나 있다.

침구에 묻은 고양이의 피고름

바로 침구 바꾸기... 이것은 경철이 수술 했던 첫날 (10월 11일) 내 옆에 꼭 붙어자면서 머리를 흔들어 이리저리 피고름이 튄 자국인데 여기만 튀었겠는가 집사 얼굴, 입에까지 무차별 폭격이었지만 더럽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이 정도로 귀를 찢어놨으니 저는 얼마나 괴로울까... 그러면서 정신도 시간도 체력도 달려서 11월 1일인 금요일까지 이것을 바꾸지 못하고 그냥 지내 왔던 것이다

침대 밑에서 나온 고양이 털과 삼키지 않고 뱉아버린 약

그 뿐인가 하면 다행이지... 경철이 병원 드나들고부터는 구석구석 청소라고는 꿈도 꾸지 못하며 지낸 세월이 계속 됐는데 침구 바꾸느라 매트리스를 슬쩍 옆으로 빼내니 이런 풍경이! - 저  캡슐, 경철이가 삼키지 않고 침대 밑에 숨어서 다시 뱉아낸 것이다 그 동안도 두 개 정도 청소할 때 발견 했었는데 이 나쁜 넘이 제가 손해인지도 모르고 이런 짓을 했던 것이다. 고양이 사는 집에 구석구석 저런 털 정도야 뭐 예사로운 일이고...

하얀 고양이의 더러운 이빨

"오하하, 속 션하다아~"며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우리집 하얀 고양이 - 그런데 집사 눈에 또다시 딱 띈 것이 있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누런 이빨이다. 아픈 동안은 어떤 집사라 해도 양치질 정도는 양보해 줬을 것이지만 아이고오, 부끄럽대이... 약 먹기와 소독은 이 글이 올라가는 화요일에 끝이 나니 이제 수요일부터 잊고 있었던 다른 할 일을 다시 시작하잣!


넥카라에서도 스스로 독립할 줄 아는 고양이니 양치질도 스스로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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