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 끝 맺은 말이 "60먹은 할매의 잔망스러운 생각" 이었는데 그 잔망스러운 생각이란 바로 아래 그림이다. 옛날에 ssd는 정말로 한 달 살림에 꽤 큰 부분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 살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껌" 아닌가. 게다가 지금 들어있는 hdd를 꺼내면 훌륭한 외장하드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 물론 컴퓨터 망쳐 먹고 아래 그림의 것들도 버리면 버리는 거고, 그리 생각하고 저질렀다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가장 저렴하고 용량이 적은 ssd와 외장하드 케이스. 포인트가 좀 있었길래 함께 결제하니 배송비까지 둘 합쳐서 25000 원이 채 들지 않았다
6000원 짜리 외장하드 케이스가 먼저 도착했다. 커넥터가 저따구로 생겨 너무 짧지만 뭐 나름 깔끔하니 그 가격이라 나무라고 싶은 마음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뒤이어 ssd가 도착 했는데 물건을 살 때마다 기분 나쁜 것이 저 뻘건 딱지다 - 안 열어보면 제품이 불량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냐고오~? "그랴, 기왕 똥밭에 구르는 것 불량이라도 물어달라고 안 할게!"하고 포장을 풀었다
아무튼 11월 첫날 오후에 사고 칠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 - 일 회용 소독부직포, 돋보기, 나사 담을 그릇(나는 나사를 풀면서 하나씩 먹어버리는 것일까, 다시 체결 하려고 보면 늘 하나가 모자라 그릇이 꼭 있어야 한다) 컴퓨터에 쓰기 좋은 작은 드라이버 세트, ssd - 외장 케이스는 일단 ssd로 교체가 성공해야 쓰는 거니까 제쳐 두고
일단 노트북을 뒤집어 껍닥을 떼내고(노트북 기종마다 다르지만 모두 저렇게 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떤 것은 나사를 풀어야 할 때도 있지만)
미리 공부 한대로 메모리 옆의 금속 핀을 옆으로 밀어 꺼낸 다음 알콜 부직포로 다른 곳은 손대지 않고 금색깔이 나는 끝 부분만 살살 두어번 닦아준 다음 (나는 지우개도 없지만 그런 방법을 애초에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 혹시라도 지우개 찌꺼기 작은 것이라도 끼면? - 그러니까 지우개로 청소, 이것은 애초부터 반대다) 살포시 깨끗한 종이 위에 놓고 말리는 동안 (램 올려 놓을 알루미늄 포일을 준비한다고 마음만 먹고 잊었다)
hdd를 꺼낸다. 저것도 하나도 안 어렵다 케이스에 고정 된 4개의 나사를 풀고 살짝 밀어 꺼내서 다시 브라켓과 연결 된 나사를 풀어주면 완전히 분리가 된다
불량일까 무시무시한 (너무 저렴해서) ssd를 커넥터에 꽂으니 딱 맞네? 느낌이 좋다!. hdd를 풀었던 역순으로 나사를 돌려 끼워주고
메모리도 그 동안 다 말라서 끼워주고 ssd도 뒤집어서 체결을 했다. 이제 노트북 뚜껑만 닫으면 되는데 이 넘의 것, 열 때 어딘가 빠직! 하더니 아니나 달라 빠직! 한 것이 닫을 때는 헐렁~으로 바껴 있었다 (풀칠 해 붙였다). 상관없다. 기왕지사 똥밭에 구르고 있다고 했자녀!
이제 바이오스에 진입도 가능하니 부팅 순서 바꿔주고 usb로 다시 설치를 시작한다. (민망하게 눈에 띄는 저 사과 그릇은 당 보충용으로 간간이 한 입씩 베어물어가며 일 했다.) 아무리 싸구려라도 역시 ssd는 스스디답다, 빠르게 끝이나고
업데이트까지 일사천리로 끝이 난다
그 사이 공대 누나로 변신 중인 할매는 그래도 혹시 내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한 달 후에 이상한 경고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정품인증이 됐나까지 확인,
여기서 오히려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길래 또 안 되나보다, 했지만 업데이트 설치할 것들이 산더미 같이 많았던 것일 뿐, 그러면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또 있지 않은가.
외장하드 완성하고 포맷하고 드라이브화(?) 시켜 아무 데나 꽂아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하드도 그 든든한 삼성 제품이라 뭔가 횡재를 한 기분이 들 만큼 오랜만에 up.up!
그런데 이 후에 또 하나의 복병이 있었으니 "인텔 빠른 스토리지 기술"이 채용 돼 있던 컴퓨터라 부팅 때마다 이것을 바이오스에서 세팅하라고 자꾸만 띄운다. 아래 사진은 구글에서 줏어온 것인데 아래의 볼륨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위에 1~6 까지의 메뉴는 똑 같다.
내 이런 넘의 화면은 생전 처음 보니 그냥 6. exit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부팅 때마다 뜬다, 읽어봐도 어떻게 세팅을 해야 맞는 건지 모르겠다 우짜노, 이거 잘못 만지면 또 블루스크린 뜰텐데...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것인지 네 번째 재부팅에서 이 기술 죽이는 방법이 있는 걸 며칠 간 바이오스에 들락거리며 본 것 같다. 그래서 다섯 번째 재부팅에서 이 기술을 안 쓰는 걸로 세팅했다 - 성공! 어차피 ssd에 단일 드라이브니까 그런 거 안 써도 된다
이렇게 해서 저지레는 다 끝났다. hdd로 브라우저의 그림이 (익스플로러11로 실험) 완전히 뜰 때까지 1분 38초 걸리던 것이
설정 거의 마치고 재부팅 하니 22초 44, 그렇다면 바탕화면이 뜨기까지는 2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지금 내가 쓰는 컴퓨터는? - 브라우저 그림이 다 뜰 때까지 24초 걸림 --;; - 사실 저 오래 된 컴퓨터가 cpu 수준만 한 단계 낮을 뿐 모든 것이 다 더 높은 사양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꿈이냐 현실이냐, 몇 번을 다시 해봐도 같은 결과다. 오래 된 저 놈을 틀림없이 살려낸 게다!
컴터 두 대 돼서 좋겠다고요? - 천만의 말씀, 지가 윈7을 쓰는지 xp를 쓰는지 조차도 모를 지경인 것이 내 연령대 할매들의 수준이라, 저 물건은 꽁꽁 싸매서 이럴 때 쓸 만한 아들 자식 없는 작은 온냐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지 컴터 사양도 모르면서 가게에 들고가서 윈10 깔아 달라고 할거라더라)
아무튼, 제 목숨 같은 악기는 직접 못 고치는 음대할매, 목숨 걸고 컴터 한 대 살려내니 이만하면 공대누나가 되는 게 나을 뻔하지 않았겠어? 하는 생각이 든다는 자화자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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