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긴 했지만 힘을 내서 얍!

요즘 들어 경철 고양이는 만날천날 피곤한 척한다

컴퓨터 작업을 방해 하면서 딴청 부리는 고양이

침대 밑에 숨어있지 않으면 이렇게 책상위로 올라와 제 몸을 다 가리는 넥카라를 짊어지고 다니는 걸 핑계로 키보드 위에 턱하니 걸치고 앉아서는 "야, 좀 비켜봐!" 집사가 아무리 버럭대도 눈썹 하나 까딱 않는다. "아, 요즘 들어 왜 이렇게 피곤하지...?" 하긴 그럴만도 한 것이 세 달을 넘도록 하루도 안 빠지고 항생제니 소염제를 하루에 한 두 번씩은 빠짐없이 먹었지 게다가 일주일에 두 번씩은 안정제며 진정제 게다가 한 번의 전신마취까지 감당해야 했으니 피곤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미안하다... 하지만! 사람도 뭔가를 해야만 느들도 먹고 살 것 아니냐!

간식병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 고양이

그리하여 경철 고양이를 책상에서 끌어내릴 꾀를 낸다. "아나, 여깄다 피로회복제!" 최애 간식 3종 중 2종이 든 병을 보여 주니 깡총 뛰어내려 금새 진지한 표정이 된다 (요즘 경철이는 진짜로 깡총깡총 뛴다. 넥카라 때문에 고양이답게 스르르 흐르듯이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진 것인데 때로는 화장실 턱에도 넥카라가 걸려서 자빠지기도 한다 ㅜ.ㅜ)

속았다는 느낌에 짜증이 난 고양이 표정

"속았다"라는 깨달음이 온 표정이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간식을 꺼내보는 고양이

솔솔 올라오는 간식냄새의 유혹에는 금새 무너지고 만다. 그렇잖아도 짧은 말이 넥카라 때문에 더더욱 짧아져 간식 하나 건져내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귀엽고 또 귀여운 고양이 발바닥

"얍!" 저걸 손이라고 간식을 꽉 움켜쥐고 입으로 넣으려 해보지만 털장갑에 넥카라까지 시야를 가리니 그것이 여의할 리가 없다 - 그런데 집사는 저 꽉 움켜쥔 손바닥이 귀여워 까무러칠 지경이다.

힘들게 꺼낸 간식을 힘들게 먹는 넥카라 한 고양이

"흥, 할 수 없지 손이 없으면 입으로!"

사실은 저 넥카라 때문에 바닥에 입 닿는 것도 어려워 간식도 잘 찾아먹지 못해 병원에서 마지막 날 잰 몸무게가 7.26kg, 처음 갔던 날 몸무게는 8.6kg 였으니 고양이가 몸무게가 이 정도로 줄어들 정도라면 저도 나름으로 죽을 고생을 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그나마 요령이 생겨 저렇게 입이라도 갖다대지...

우아한 모습으로 간식을 꺼내는 얼룩 고양이

그 넘의 넥카라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엘레강스한 자세로 간식을 꺼내 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더 장하다, 울 시키 저렇게라도 적응해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뚱한 표정의 내 고양이

요즘 들어 더 우울해진 철수도 마찬가지로 장하게 잘 견뎌냈고... 내가 컴퓨터 어떻게 해보느라 고군분투 ([사람] - 공대 누나가 될 걸 그랬어, 2화공대 누나가 될 걸 그랬어, 1화) 하는 내내 옆을 떠나지 않고 저렇게 자리를 지켰다

맑은 눈으로 집사를 쳐다보는 고양이

이야기가 잠시 딴 데로 샜지만 돌아와서, 그렇게 간식을 몇 점 꺼내 먹은 이 고양이, 집사가 대견해가는 걸 눈치 챘는지 바각바각 스크래칭을 아면서 말간 눈으로 집사를 올려다 본다 틀림없는 "나, 잘 했지?"이다. "그래그래,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예뻐 죽겠다~"

발을 높이 들어올리며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이 말에 고무 되었을까, 헛둘헛둘 발을 손을 더 높게 들어올리며 열스크래칭을 한다. (요즘 컨디션이 나아지니 스크래칭 횟수도 부쩍 늘어 와중에 집사에게 안도감을 주는 효도냥이다.)

늘 컴퓨터 자판에 넥카라를 걸치고 작업을 방해하는 고양이

하지만 금새 다시 리턴, 같은 한숨을 퍼옥~ 내쉬며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아, 요새 너무 피곤하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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