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렇게 살아야 한대...

24일인 어제 경철 고양이 병원에 가는 날, 결론부터 말 하면 귀의 연골이 어떻게 어긋나 아물었기 때문에 귀는 다시 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이제 이런 모양으로 살게 될 거라고 하셨다. 물론 다음주에 마지막 실밥을 풀어보고 시간을 보내면서 완전히 나아봐야 알겠지만 집사 생각에도 처음 석션만 하고 돌아왔을 때 완전히 누워버린 귀를 보고 어느 정도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반 쪽만 스코티쉬폴드가 된 내 고양이 - 고양이 귓병 6)

이개혈종으로 귀 변형이 온 고양이

이 아이가 거울을 볼 줄 알고 외모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집사를 원망할까... 사람으로 치면 장애인이 된 것인데 (이 아이는 원래 난청이라는 장애를 타고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외모까지 이렇게 만든 내 스스로 얼마나 밉고 싫은지, 나 라는 사람은 제 삶은 물론 멀쩡한 남의 삶까지 망쳐버리는 악의 기운을 타고 난 것일까 하는 자괴감까지 든다 - 이러니 잠깐의 실수나 무지함으로 자식을 장애인으로 만든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짚어진다고 감히 말을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이개혈종으로 귀 수술과 치료 중인 고양이

주사기로 남은피를 뽑아냈고 오는 화요일에는 남은 한 가닥 실밥을 풀기로 했는데 좀이라도 나아질까... 귀색깔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도 않았고 피가 다 빠진 것 같지도 않은데 치료를 끝내실 계획인 모양이더라. 하긴 집사도 고양이도 모두 지치긴 했지만 동물들의 치료는 이것이 최선인 모양이다 할 뿐. "성형수술 해주세요" 했더니 웃으시더라... 집사가 이 깜찍한 외모를 가졌던 고양이에게 가지는 미안함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나 하실까...

넥카라를 하고도 입안을 탐색하는 고양이

제 꼴이 어찌 됐는지 짐작도 못하는 이 고양이는 병원 다녀오면 반드시 하는 행사인 제 영역 점검을 다니고 있고(이 날 치료는 집에서 먹고 간 안정제의 힘으로 모두 견뎌냈다, 석션까지 - 장하다, 우경철!)

혼자 있을 고양이에게 준비해주고 나간 간식

병원갈 때 혼자서 심심하면 꺼내 먹으라고 놔 주었던 간식은 전혀 손도 대지 않고

창가에 앉아 있는 고양이의 그림 같은 모습

창가에 앉았던 철수 고양이가 발견한 것은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검사하는 고양이

거대한 소독약병과 솜, 거즈 그리고 약봉지. "여태 여러 번 약봉지를 구경했어도 이렇게 거대한 것은 처음 보네 그랴..." 사실은 집사도 병원서만 봤지 이런 걸 환자에게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알아서 충분한 양을 주셨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상처가 아물고 안정화 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고 한동안은 소독에 신경을 써야 할 테니까(재발이 잘 되는 병이라 한다). 덕분에 집사 손은 약국에서 산 알콜로 소독 했었는데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돼 편하다 - 그런데 손이 급격히 건조해지고 따라서 급격히 쭈글거리게 된다

제 물건에 호기심을 보이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 고양이

그 사이 영역점검을 마치고 돌아온 고양이 "그깟 게 뭐라고 저리 열심히 살피냐"는듯 한심한 눈길을 형에게 보낸다 - 이렇게 세 식구 모두가 하루하루 병원에 드나들고 이상한 냄새 묻혀돌아오고 행동이 이상해지는 등의 변화에 서서히 적응까지 해가는 중인듯 경철을 넥카라를 아주아주 헐렁하게 씌워 놓아도 벗어던질 생각도 않는다.

짜증스러운 표정의 고양이

그래도 집사가 지키고 있을 때는 그루밍 타임을 주기로 했으니 드디어 그루밍을 시작 했는데 오른손을 자꾸만 올리려 하길래 두어번 제지를 했더니 "저 표정 봐라, 영낙없는 "ac!"다

침대 밑에 숨어서 그루밍하는 고양이

그리고는 빛의 속도로 침대 밑으로 사라지더니 열그루밍을 시전 하신다. 여기 들어가면 집사가 그리 간섭할 여지가 없다는 것까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천만 다행으로 다른 곳은 제쳐두고 우선 똥꼬 그루밍을 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 평소에 집사가 소변 찌꺼기라도 닦아주면 기절 할듯이 싫어해 제대로 못 닦아 줬는데 말이다

더러워지 제 손을 오랜만에 그루밍하는 고양이

이것 저것 만지고 밟고 다녀 더러워진 손도 깍깍 깨물어가며 깨끗하게 그루밍하고

그루밍을 하고 시원한 듯 입맛을 다시는 고양이

"아~ 살 것 같다!"

"그랴?"

넥카라를 하고 시무룩한 표정의 고양이

"그람 넥카라 하자!" 차오추르로 꼬여내 넥카라를 씌워 버렸더니 당장에 저런 표정이 돼버렸다. 미안하다... 길지도 않은 네 삶을 자꾸만 방해하고 괴롭히고 망쳐놓는 것만 같아 나라면 그것이 얼마나 분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미안하다.


경철 화요일 몸무게 7.25kg, 여름에 병원에 처음 갔을 때 8.6kg... 철수도 집사도 똑같은 비율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 결과를 보니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겪었을 고통들이 안타까우면서 집사, 너는 당해도 싸다... 스스로에게만은 끝내 미운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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