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두 녀석 모두 약을 먹이기 때문에 보상으로 쓸 데 없는(건강에 그리 좋을 리 없는) 이런저런 간식을 자주 사들이는 편이다. 더구나 아이들이 몹시 좋아하는 것들 중에는 게맛살을 그대로 말려서 꽤나 짭쪼름한 맛을 내는 것이 있어서 많이는 주지 않는편인데
무슨 일이었던지 집사가 몇 쪽씩 나누어 주다가 잠시 다른 일을 보고 돌아오니 이 녀석이 이러고 있다
이 장면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그 때 그 시절,
길 아이들 주려고 사들이는 것마다 제가 다 검사하고 뜯어먹어봐야만 직성이 풀렸던 한 살 반이었던 철수의 모습이다([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고양이 버릇 개 주겠니?)
앉아서 입으로만 노력해보다 두 손으로 봉지를 눌러서 집사 손에 피를 철철 흘리게도 하는 무적의 송곳니로 봉지를 마구마구 뜯는다 - 고양이 머리가 저런 생각을 우찌 할까~ 다른 고양이들 다 하는 짓이지만 나는 내 고양이가 천재만 같다 - 그래 세 살 버릇 여덟까지 가는 것이야 껌 씹기지~ 오랜만에 아이가 즐기는 모습에 집사는 눈물이 날 지경...
"역시, 사람은 아니, 고양이는 손을 쓸 줄 알아야!" 기어이 봉지 한 가운데를 완전히 뜯어헤쳐서 왕건이를 하나 입에 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뜯어진 공간 속으로 손을 쑥 집아넣어 들어올리더니 - "그랴~ 고양이도 세살 버릇 여덟까지 (철수는 여덟살이니), 철수 살아 있눼!"
아예 바닥에 놓고 잘근잘근 씹어대는데
제법 하나씩 성공적으로 꺼내먹고 있다가
아무래도 털장갑 낀 손으로는 역부족이었든가 슬그머니 물러서는데, 이 때 집사에게 문득 드는 생각 : 그래, 일탈이다!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사방으로 쌓일 때는 하루쯤 규칙에서 벗어나 맘껏 자유를 누린들 어떠하리.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도 일주일에 한 번은 스트레스를 보상하기 위해 프리데이를 준다는데
그래서 봉지를 탈탈 털어 버렸다 "철수야 이거 봐~" 하니 당장에 되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침대 밑에 숨어 있던 넘까지 어느 새 고개를 내밀고 벌써 입에 넣고 씹는 것이 있다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씹는 철수 뒤에 나올까 말까 망설이는 경철이 - 실은 이 간식은 귓병 초기에 약 먹은 이 후에 자주 주던 것이어서 경철에게는 이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저 간식의 유혹은 이기기 힘들었던지 밖으로 나와 집사에게 오랜만에 두 녀석 나란히 같은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예쁜 그림을 선물 하면서 한참을 먹다가 "아니지 참!" 하며 깜짝 놀란 눈으로 집사를 올려다 보더니
갑자기 합! 입을 닫고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진듯 보이다가 (입 짧은 철수는 이미 자리를 뜨고 있다)
"에이 설마~" 하며 다시 아예 집사가 안 보이는 쪽으로 자세를 바꿔서 몇 입 먹다가
계속해서 자리를 뜨지 않는 집사가 아무래도 못 미더웠던가 다시 한 번 휙 돌아보더니 "에잇, 약을 먹느니 내가 간식을 포기한다"고 결심했는지
넥칼라를 한 이 후로 그루밍을 못해 싯누렇고 냄새나는 엉덩이를 그대로 내 보이며 그 길로 침대 밑으로 쌩! 들어가 버렸다 - 저 누런 엉덩이는 아무리 닦아주려 해도 도무지 허락을 않는다. 그래도 이삼일에 한 번씩은 억지로 붙잡아 물수건으로 닦아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넥카라가 벗겨져야 엉덩이도 정상으로 돌아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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