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카라를 하고 여왕의 모습으로 잠 들었던 고양이

어제는 경철이에게 카라를 씌웠다가 너무 괴로워 해 벗겼다가 다시 10분 만에 머리를 너무 털고 다녀서 씌웠다는 이야기까지 썼을 것이다

넥카라를 한 예쁘고도 아름다운 내 고양이

경철이는 요즘 들어 새살림을 차린 침대 밑으로 철수는 언제나처럼 집사 껌딱지로 집사는 집사대로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을 먹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몇 시나 되었을까 모두들 최고로 깊은 잠에 빠졌을 만한 시각이었을거다 - 아래의 난리를 겪으면서도 금새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

고양이가 깨뜨린 밥그릇

갑자기 무엇인가 와장창 박살이 나는 소리가 나더니 하얀 것이 이리저리 날뛰며 사방 벽에 머리를 막 처박고 뛰어다닌다. 한 쪽켠에 마련해 두었던 아이들 식탁에 있던 건사료들이 모두 쏟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경철이 하도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앉아 침대 근처에 두었던 밥그릇을 이렇게 집어던져서 박살을 내놓은 것이었다 - 이 사진은 대충 수습하고 경철군 넥카라 벗겨 놓고 모두 다시 잠을 잔 후 아침에 치워두었던 것 다시 내려 증명용으로 찍은 것이다 - 그나마 두 쪽으로 깨끗하게 갈라져 오밤중에 청소기는 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대충 닦았던 자리를 아침에 닦아보니 이미 굳어버려 수세미질 하듯 닦아야만 했다.)

화가 잔뜩 나 집사를 외면하는 하얀 고양이

그리고 아침에 들여다 보니 이러고 계신다. 집사라고는 꼴도 보기 싫다는 표정이다

고양이 약 먹이다 찢어진 옷

그도 그럴 것이 넥카라를 하고 그렇잖아도 환장할 지경인 아이에게 약을 한 꺼번에 두 알씩이나 먹이려는 무모한 시도를 했으니 그 쇼가 오죽 볼만 했겠는가, 집사의 찢어진 잠옷이 그것을 상상케 만드는데 게다가 더 한심한 것은 집사의 그 잠옷에 약 한 알이 떡이져서 붙어 있었던 것... 알고보니 한 알은 기어이 못 먹인 것이었다

내 고양이가 먹어야 하는 약

어쩌노, 기왕지사 못 먹인 것,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다행히 캡슐의 속성을 좀 아는 집사가 그 잘난 IQ로 꾀를 냈다 - 약 두 알을 한 알로 만들자! 사실 캡슐 속을 들여다 보면 약은 대개 하얀 쪽에만 담겨있고 녹색 쪽은 그냥 뚜껑의 역할을 할 뿐인데 그마저도 열어보면 하얀 쪽의 속이 꽉 차 있지 않다는 것, 그러니 만큼 용의주도하고 꼼꼼하게 작업을 하면 약을 한 군데로 모으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두 개의 고양이 약을 하나로 만들기

캡슐 하나를 열어 세워보니 과연~ 자리가 저 만큼이나 남는다 (집사 손, 핀셋, 그리고 저 아래 상판까지 모두 소독하고 살균 종이로 했으니 위생은 염려 마시라)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같은 방법으로 열어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저 남은 자리에다 붓어넣는다, 가루 하나라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 그렇게 가능한 한 가득, 아주 꾹꾹 눌러 담으면 녹색 쪽에 1/4 가량의 약이 남는데 그것은 그대로 맨 아래로 모아 뚜껑 삼아 닫아 버린다.

두 개의 캡슐을 하나로 합치기

일단 뚜껑이 닫히면 녹색 뚜껑 쪽에 약이 좀 있더라도 좀처럼 다시 열리는 일은 없다 (내가 이 짓을 예전에 좀 해 봤거등...) 그래서 겨우 4일치 해결하고 나니 침대 밑에 있던 녀석이 나와서 밥 달라고 애처롭게 울어댄다 - 아이들 울음소리는 신기하게도 사람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어떤 바쁜 일이 있어도 아이들 일 먼저 해결해주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 그래서 4일치 만든 걸로 만족하고

입맛이 없는 고양이 형제

허둥지둥 차려 드린 밥에 바로 그 전까지 만지던 약 냄새가 났던가 (분명히 손 씻고 차렸는데) 두 녀석 모두 반도 먹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이럴 때는 시간을 적당히 보낸 후 새 밥으로 다시 차려 드려야한다

의심이 많아 밥을 다 못 먹는 고양이

약을 먹여야 할 시간이라 침대 밑으로 넣어드리지 않고 냄새만 풍기게 해 밖으로 유인해 냈더니 먹는 내내 나를 힐끔힐끔 돌아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밥 먹다가 침대 밑으로 숨는 고양이

그예 다시 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리신다. 저러고 있으니 귀 상태가 어떻게 돼 가는지 관찰조차 할 수가 없다, 밥 먹을 때는 눈 마주치면 숨어버리니 일부러 딴청을 피우고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수술 따위 피하고 싶은데 관찰이 돼야 가늠을 하지...

우울증 고양이

우울증 철수... "밥 먹자~"해도 눈썹 하나 까딱 않으신다

간이 식탁에서 밥 먹는 고양이

집사가 괜히 바구니쟁이겠는가 저 창틀에 딱 맞는 사이즈의 바구니를 식탁 삼아 올려드리며 몸을 일으켜드리니 마지못한 듯... 그러면서 다 먹었다 지롤!


경철이 약은? 다행히 바구니 속에 앉아 있어서 바구니 채로 확 끌어내 "우웨에~" 하는 것 무시하고 한 알로 만든 약 간단하게 목구멍으로 쏙 밀어넣었다. 이렇게 다른 것은 아무 것에도 집중이 안 되는 시간이 가고있고 넥카라를 저렇게까지 미친듯이 못 견디는 아이, 수술하면 그 카라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이제 내일은 우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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