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경철이에게 카라를 씌웠다가 너무 괴로워 해 벗겼다가 다시 10분 만에 머리를 너무 털고 다녀서 씌웠다는 이야기까지 썼을 것이다
경철이는 요즘 들어 새살림을 차린 침대 밑으로 철수는 언제나처럼 집사 껌딱지로 집사는 집사대로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을 먹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몇 시나 되었을까 모두들 최고로 깊은 잠에 빠졌을 만한 시각이었을거다 - 아래의 난리를 겪으면서도 금새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
갑자기 무엇인가 와장창 박살이 나는 소리가 나더니 하얀 것이 이리저리 날뛰며 사방 벽에 머리를 막 처박고 뛰어다닌다. 한 쪽켠에 마련해 두었던 아이들 식탁에 있던 건사료들이 모두 쏟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경철이 하도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앉아 침대 근처에 두었던 밥그릇을 이렇게 집어던져서 박살을 내놓은 것이었다 - 이 사진은 대충 수습하고 경철군 넥카라 벗겨 놓고 모두 다시 잠을 잔 후 아침에 치워두었던 것 다시 내려 증명용으로 찍은 것이다 - 그나마 두 쪽으로 깨끗하게 갈라져 오밤중에 청소기는 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대충 닦았던 자리를 아침에 닦아보니 이미 굳어버려 수세미질 하듯 닦아야만 했다.)
그리고 아침에 들여다 보니 이러고 계신다. 집사라고는 꼴도 보기 싫다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넥카라를 하고 그렇잖아도 환장할 지경인 아이에게 약을 한 꺼번에 두 알씩이나 먹이려는 무모한 시도를 했으니 그 쇼가 오죽 볼만 했겠는가, 집사의 찢어진 잠옷이 그것을 상상케 만드는데 게다가 더 한심한 것은 집사의 그 잠옷에 약 한 알이 떡이져서 붙어 있었던 것... 알고보니 한 알은 기어이 못 먹인 것이었다
어쩌노, 기왕지사 못 먹인 것,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다행히 캡슐의 속성을 좀 아는 집사가 그 잘난 IQ로 꾀를 냈다 - 약 두 알을 한 알로 만들자! 사실 캡슐 속을 들여다 보면 약은 대개 하얀 쪽에만 담겨있고 녹색 쪽은 그냥 뚜껑의 역할을 할 뿐인데 그마저도 열어보면 하얀 쪽의 속이 꽉 차 있지 않다는 것, 그러니 만큼 용의주도하고 꼼꼼하게 작업을 하면 약을 한 군데로 모으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캡슐 하나를 열어 세워보니 과연~ 자리가 저 만큼이나 남는다 (집사 손, 핀셋, 그리고 저 아래 상판까지 모두 소독하고 살균 종이로 했으니 위생은 염려 마시라)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같은 방법으로 열어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저 남은 자리에다 붓어넣는다, 가루 하나라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 그렇게 가능한 한 가득, 아주 꾹꾹 눌러 담으면 녹색 쪽에 1/4 가량의 약이 남는데 그것은 그대로 맨 아래로 모아 뚜껑 삼아 닫아 버린다.
일단 뚜껑이 닫히면 녹색 뚜껑 쪽에 약이 좀 있더라도 좀처럼 다시 열리는 일은 없다 (내가 이 짓을 예전에 좀 해 봤거등...) 그래서 겨우 4일치 해결하고 나니 침대 밑에 있던 녀석이 나와서 밥 달라고 애처롭게 울어댄다 - 아이들 울음소리는 신기하게도 사람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어떤 바쁜 일이 있어도 아이들 일 먼저 해결해주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 그래서 4일치 만든 걸로 만족하고
허둥지둥 차려 드린 밥에 바로 그 전까지 만지던 약 냄새가 났던가 (분명히 손 씻고 차렸는데) 두 녀석 모두 반도 먹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이럴 때는 시간을 적당히 보낸 후 새 밥으로 다시 차려 드려야한다
약을 먹여야 할 시간이라 침대 밑으로 넣어드리지 않고 냄새만 풍기게 해 밖으로 유인해 냈더니 먹는 내내 나를 힐끔힐끔 돌아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그예 다시 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리신다. 저러고 있으니 귀 상태가 어떻게 돼 가는지 관찰조차 할 수가 없다, 밥 먹을 때는 눈 마주치면 숨어버리니 일부러 딴청을 피우고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수술 따위 피하고 싶은데 관찰이 돼야 가늠을 하지...
우울증 철수... "밥 먹자~"해도 눈썹 하나 까딱 않으신다
집사가 괜히 바구니쟁이겠는가 저 창틀에 딱 맞는 사이즈의 바구니를 식탁 삼아 올려드리며 몸을 일으켜드리니 마지못한 듯... 그러면서 다 먹었다 지롤!
경철이 약은? 다행히 바구니 속에 앉아 있어서 바구니 채로 확 끌어내 "우웨에~" 하는 것 무시하고 한 알로 만든 약 간단하게 목구멍으로 쏙 밀어넣었다. 이렇게 다른 것은 아무 것에도 집중이 안 되는 시간이 가고있고 넥카라를 저렇게까지 미친듯이 못 견디는 아이, 수술하면 그 카라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이제 내일은 우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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