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혼자 고양이 병원에 다녀오다 - 고양이 귓병 이야기 3

애초에는 새 캐리어가 도착하면 주말동안 냄새도 좀 빼고 월요일에나 경철이 데리고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엄마의 마음인가, 갑자기 씻기 시작하더니 돋보기 지갑 챙겨들고 (발도 삐어 시퍼렇게 멍들어 절고 있으면서) 아이는 침대 밑에 그냥 두고 집을 나섰다.  월요일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다고 느껴지는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뭔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 택시... 안 온다, 높은 곳에 있는 주택단지라 버스도 없다. 걷는다, 내내 선선하던 날씨는 젠장 또 왜 이렇게 덥다냐...


병원 가려면 돈을 찾아야 한다, 현금을 내야 10% 싸게 내거등...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어렵게어렵게 찾아간 ATM기에 카드 넣는 법을 모르겠다@@ 카드를 들고 교통 카드 얹는 곳에 놓아 비볐다가 통장 넣는 구멍에도 넣어보았다가, 까딱하면 cctv에 수상한 할매로 찍히겠다...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고 카드 명세서 라고 적힌 구멍에 밀어넣으니 카드가 쑤욱 들어간다. 하도 현금 따위 한 장도 쓰지 않고 살다보니 이런 종류의 냉동인간도 생기는구나, 헛웃음이 났다

병원에서 받아 논 고양이 약과 주사약

하여간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서 아이를 못 데려온 이유를 말씀 드리고 제가 주사를 한 번 놓아보면 안 될까요~ 해서 얻은 - 사실 선생님은 주사나 약이나 효과가 똑 같다고 그냥 약이나 먹이라셨지만 내가 느꼈을 때 주사가 훨씬 효과가 빠르고 좋은 것 같았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절대 책임 안 묻는다" 맹세하고 힘들게 얻어냈다

침대 밑의 고양이

아픈 녀석은 여전히 침대 밑에서 "왜, 뭐?" 하고 있고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나머지 한 녀석은 그나마 집사 돌아왔다고 반가움의 스크래칭을 시전하신다


일단 침대 밑 고양이에게 진정제부터 먹여야 한다. 먹이고 90분 후에 주사 놓으라고 약 봉지에 적혀 있으니까.

국산 anf 츄르

일본 츄르는 지난 번 약 먹이느라 다 떨어져 일단 병원에 갖춰져 있던 츄르를 공수해오는 집사의 센스, 이 놈은 뜯어 손등에 묻혀 침대 밑에 들이미니 할짝거리는기는 하는데 내 손이 점점 밖으로 나오자 따라나오지는 않는다, 그 만큼 맛이 좋지 않거나 그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뜻이렸다... 할 수 없이 하나 더 뜯어 그릇에 담아 들이미니 무심하게 구경하시던 철수 고양이가 득달같이 뛰어 와 얌냠~

멍한 고양이

그러고도 뭔가 모자란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는 것을 보니 맞다, 아직 점심도 먹이지 않고 병원에 뛰어갔다 온 것이다. 일단 저 녀석 안정제부터 먹이고... 침대 밑에 기어들어가 엉덩이 밀어밀어 품에 안고 약을 먹였다 - 약 먹이기는 이제 껌 씹기다!


그리고 철수 먹으라고 밥을 차려주니

배가 고팠던지 열심히 밥 먹는 고양이

미안타,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약에 취해서도 밥을 잘 먹는 하얀 고양이

그런데 이것봐라, 갑자기 이게누구냐? 약 먹고 비몽사몽 침대 밑에 좋고 있던 그 녀석이 어느 새 나타나 이러고 있다

약을 먹고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밥을 먹는 고양이

평소대로라면 강아지처럼 뻣뻣이 서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밥을 먹는 녀석이 저 자세봐라,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식탐은 끝까지 잃지 않으신 것이다- 이 와중에 얼마나 다행인가...

결국 늘어져 앉아 밥을 먹는 고양이

이건 누가 봐도 앉은 자세가 아니고 서지 못해 늘어져 있는자세인 것이 보이는데 식욕 만큼은 꿋꿋하다. 그래서 철수에게 밥을 다시 차려 줬는데

아픈 고양이가 비운 빈 밥그릇

이렇게 됐다. 누가 먹었게? - 경철이다!


주사 놓는 거 도와 주려고 이모는 와서 기다리는데 이 녀석의 식욕은 끝이 없다, 할 수 없이 집사와 이모는 한 번 소독한 손을 다시 한번 소독하면서 기다린다. 식사가 끝나고 그렇게 돌아서는 녀석을 냅다 잡아 머리에 얇은 이불보를 씌우고 이모가 잡고 있으니 의외로 가만히 있다? 그 정도로 약에 취한 넘이 밥을 한 그릇, 두 그릇 다 먹었다? - 아무튼 주사는 두 대, 하나는 찔러도 찍소리도 않더니 나머지 하나는 "아아~"한다 - 아마도 항생제였던 모양이다.

고양이가 한 번에 두 알씩 먹어야 하는 약

이제 매일 한 번에 두 알씩  저 약을 열흘 동안 먹일 일만 남았다 - 한 번에 한 알씩 두 번 나눠 먹이면 안 되냐니 안 된단다. 그래서 집사는 내일부터 고양이에게 한꺼번에 두 알의 약을 먹이는 신공을 발휘해야한다.


그렇게 무사히 주사 맞히기를 끝내고... 그 약 참 희한도 하지, 경철군의 컨디션은 다시 원상복구, 컴퓨터 앞에 받치고 앉아 빽빽대고 있는데

컨디션을 어느 정도 회복한 하얀 고양이

아, 젠장! 이건 또 무엇이냐... 집사 눈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문제가 눈에 띄었다. - 이 이야기는 주말 동안 약 먹여보고 차도가 없을 때 다시 병원에 다녀와서 계속 전할 생각이다. 지금은 말이 씨가 된다고 말로 문제를 먼저 만들어 놓기 싫기 때문이다


우울한 우리 장남 고양이

불쌍한 우리 철수... 경철이 문제로 내내 신경이 곤두서있는 집사 때문에 기가 죽어 딱 제 나이 만큼 함게 한 바구니 속에 들어가 차라리 눈을감자... 철이 너무 들어 불쌍하고 미안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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