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후 3개월 하고 1일이 지났던 날 내게 왔던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그 중 경철군의 귀가 유난히 더러워 닦아주기를 여러 차례, 드디어 이건 아니다, 생각 된 어느 날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선생님이 귀에 내시경을 쑥 넣어보시더니 "아무 것도 없는데요, 보호자가 귀청소 너무 열심히 하면 상처가 나서 귀지가 더 생길 수 있으니 그냥 두세요." 라는 답변을 듣고 얼마나 안심을 했던가...
그리고 8년, 간간이 때로는 자주 귀를 몹시 가려워 하며 귀지를 뿜어내도 바보 같은 집사는 그 때 들었던 선생님 말만 믿고 흘러나온 귀지만 닦아줄 뿐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세월을 보냈는데 - 지난 8월 초 어느 날 이른 아침, 아이가 막 뛰어나디며 안절부절, 내게도 왔다가 화장실에도 갔다가 그야말로 "생지롤"을 하더니 귀에서는 귀지가 철철 흐르고 그예 개구호흡을 하기 시작... 고양이가 개구 호흡을 하다니!
아이 들쳐업고 9kg이나 나가는 녀석을 구식케이지에 넣고(8년 전에 샀으니) 1.5km 떨어진 병원으로 1km는 내달리고(아이가 울어대니 뛸 수 밖에 없었다) 500m는 "우는 고양이 있으니 차비 더 드릴게요, 태워주세요"라 하여 만 원 내고 병원으로 갔다
아... 시설 좋은 병원이라 갔는데 성질 더러운 시키들이라 안정제부터 맞고 내시경도 한 번 안 하고 사진을 찍어보시더니 "세균성 염증" 이라 오래 된 것 같으니 약을 한 달은 먹어야 한다신다. - 악 먹일 줄 모르는데... 아무튼 해야하는 일이라니 해야한다. 주사 맞고 귀청소 해주시고.
[위의 과정을 모두 인지한 분께는 이 표정에서 대해서 더 이상 설명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쟁은 그 날 저녁부터 시작 됐다. -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려면 손가락을 송곳니 사이로 넣는 방식으로 고양이의 얼굴을 위에서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아랫턱을 벌려 약을 깊숙히 밀어넣어야 한다. 이건 아는데... 나름 아는대로 했지만 더 잘 아는 녀석이 있었으니 혀를 내밀고 도리도리 하길래 삼킨 줄 알고 놓아 줬더니 혀로 휘릭휘릭 도리도리 하더니 약을 뱉아 버린다.
그리고 그 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허연 거품 섞인 침을 질질... 캡슐이 녹아 터져버린 쓰디 쓴약의 맛이 입에 남아 미칠 지경이 돼 버리는 것이다 - 이럴 때는 집사가 조용히 티슈를 가져가 닦아줘도 가만히 대고 있는다, 고양이 시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개운하고 빠르게 해결 된다는 것 정도는 아는 것이다
[약 먹이고 쫓고쫓기며 닦는 과정을 다 지켜 본 철수고양이, 이게 겨우 안정을 찾은 경철을 바라보는 눈에 혼란스러움과 놀라움이 역력하다]
쓰다 보니 그 떄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되살아나 이 꼭지는 여기까지. - 내일 다시 쓸 수 있는 정신이 나기를 바라면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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