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는 '만들다 만 로스트포크'

이제는 고장 나 사라지는 물건들 보충해 들이지 말고 좀 불편 하더라도 그냥 살다가 가벼운 뒷모습으로 저 세상 가자~ 고 마음 먹은 것이 벌써 꽤 오래 됐는데

위즈웰 WO1042N 컨벡션오븐 42L

요즘 내게 귀신이 씌었나 이웃 블로그에 들렀다가 뭘 본 것도 아닌데 '오븐'이라는 단어 한 마디를 읽고는 "그래, 오븐 없으니 진짜로 불편해 못 살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그 날로 질러 버렸다.


역시 금새 버릴 것을 생각하고 또한 자금 사정도 넉넉잖아 중소기업 것을 (위즈웰 WO1042N 컨벡션오븐 42L) 선택 했는데 가볍기가 깃털 같아서 허무할 지경이더라 ㅍㅎㅎ - 공기청정기도 모터가 없나 싶을만치 가볍더니 중소기업 물건들은 모다 초경량이 대세인가 싶다.


공장에서 바로 나온 물건이라 20분 간 최고 온도에 두고 공회전을 시키라는데 온도가 올라가니 양철이 달아오르는 소리가 텅 터덩~ 그리고 냄새가 냄새가 피유우~~~ 공기 청정기 돌리면서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어 놨는데도 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2, 3000씩 올라 삑삑 대길래 급기야는 공기질 검사기를 꺼버려야 할 정도였다.

오븐에 구운 오징어

그렇게 공회전이 끝나고 데웠던 전기세 아까워 10분 동안 피데기(반건조 오징어)를 구웠다 - 통이 커서 그런지 생각보다 열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오징어는 보기도 좋고 맛도 좋게 구워졌다.

로스트포크 양념

그랴, 오븐이란 거 생겼으니 마침 덩어리 고기도 있고 난생 처음으로 Wien의 가정식 돼지고기 브라텐(Schweinerbraten), 그러니까 로스트포크란 걸 함 해보자 마음 먹고 당장 실행에 옮겼다.

갖은 양념

저 위 고기에 처바른 것은 오스트리아에어 온 이탈리아식 시즈닝과 마늘, 올리브오일이 없어 코코넛 버진 그리고 소금 등 갖은 양념이다

오븐 속의 로스트포크

그리고 통마늘 몇 개 박아 예열 해 둔 오븐에 뜨거운 물을 붓고 (맥주나 육수도 가능) 그 위에 고기를 얹어 30분 정도 구운 후에

월계수잎

월계수 이파리 몇 장과 - 내게는 월계수 잎이 고기 잡내, 비린내를 없애는 데는 최고라 간장게장 등에도 사용한다

썰어 놓은 파, 양파, 당근

파, 양파, 당근 등을 고기 옆에 놓아주고, 수분 보존용으로 맥주도 한 컵 부어주고

다 익은 로스트포크

뒤집어 가며 한 시간씩, 그러니까 총 2시간 동안 중간중간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을 끼얹어가며 175도에서 구워준다... 아이고, 내가 이걸 왜 설명하고 있지? - 저 채소들과 흘러나온 육즙을 끌어모아 소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크고 (1.3kg 덩어리)오래 걸리는 요리에는 처음으로 도전한 탓에 고기만 익혀도 진이 다 빠져 버렸다. 결국 오늘의 요리는 "만들다 만 로스트포크"

로스트포크와 빵

아무튼 그렇게 소스 만들기는 포기하고 만드는 동안 하도 냄새를 맡아 먹고 싶지도 않지만 한 귀퉁이 잘라 빵 한쪽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 맛 있었냐고? 양념 잘 됐고 고기도 잘 구워져 맛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깨달은 사실 "나는 축축한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러니까 별 매력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요리를 단 한 번도 맛있어 하며 싹싹 비운 적이 없는데 왜 하필 이걸 했을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의식 못할만치 스스로에게 별 관심 없이 살아왔다는 또 하나의 씁쓸한 증거만 찾았을 뿐...


그리고 오븐은 악평이 더러 눈에 띄었는데 생각했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가벼운 양철통(얼마나 가벼운지 문을 열면 몸체 전체가 앞으고 엎어지려 함) 안에 전열선 네 개 꽂힌 것이 전부지만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저 큰 고기 덩어리를 어찌 처리할지 눈 앞이 캄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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