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자주 배출하는 페트병 3종 세트 - 나는 페트병 분리수거를 꽤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걸 제대로 분리해 제대로 수거하게 내 놓으려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이건 막걸리를 마시려고 따라놓은 사진이 아니고 다 마시고 분리수거에 내놓으려고 병을 헹군 것이다. 생수병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페트병을 이런 식으로 한 번쯤은 헹궈야 하는데 막걸리의 경우는 찌꺼기가 많아서 때로는 서너 번씩 헹궈야 맑은 물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주둥이와 뚜껑에도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어 손가락이나 가늘은 솔 등을 넣어 바락바락 씻어내야 하는 비율도 6,70%는 된다. 뿐만 아니고 제대로 분리하는 일이 그 속에 든 것을 먹고 마시는 것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뚜껑을 분리해야하는 것은 물론 이렇게 목에 끼어있는 링들도 모두 제거, 분리해야 하는데 콜라나 생수는 그나마 부드러워 쉽게 벗겨지지만 맥주병의 링은 딱딱하고 두꺼워서 오히려 손톱이 빠질 것 같을 때도 자주 있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이것 때문이다 - 페트병은 재활용이 쉬운 1등급 포장재로 분류 돼 있는데 페트병이 이물질이나 접착제에 오염 돼 있지 않은 경우에만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환경부의 지침에 따라 최대한 열심히 씻고 떼고 빼고 마실 때보다 훨씬 더 수고 해서 분리수거에 내놓는데 그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이 상표에 쓰이는 접착제였다. 그리고 그런 의심이 자주 들었다 "이렇게 공을 들여 내놓아도 저 접착제 때문에 이게 제대로 재활용이 될까, 내가 헛수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리고 우리나라는 왜 굳이 이런 접착식을 사용할까, 비접착 방식이 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텐데라는 의문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의문이 풀렸다 - 환경부가 접착제 방식을 쓰라고 각 기업에 권고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인 접착제는 가성소다(양잿물)로 씻어도 완벽하게 제거가 안 되고 설령 된다 하더라도 8단계의 세척 과정에서 생기는 폐수 때문에 오히려 2차 오염을 일으키게 된다. 이 접착제 때문에 우리나라의 페트병은 재활용 불가능 90%, 일본은 접착제 문제가 없기 떄문에 90% 재활용 가능 하다고 한다.
그러면 환경부는 왜 굳이 기업에 공문까지 보내가며 접착 방식을 권고한 것일까? 대답이 가관이다 :
"우리나라 사람들의 분리배출 의식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접착 방식을 도입해도 소용이 없다"
어느 음료기업의 간부는 "국민이 일본처럼 선진화가 안 돼 있어서 시기상조다" 라고까지 답변을 했다는데 이 기업은 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는 모두 비접착식을 쓰고 있다.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많을테니 더 긴 이야기는 줄이고, 이 꼭지를 쓰는 이유를 말 하면 오늘 그 동안 모아 두었던 페트병들을 씻고 뽀개고 등 정리를 하면서, 특히 저 단단한 모가지의 링을 꾸역꾸역 빼면서 갑자기 "그럼 나는? 내 이 수고는 모다 뭐냐고? 에잇, 그냥 훅 쓸어담아 내놓아버릴까보다!" 생각이 들어 열불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선진화 되지 않은 국민... 물론 사람들이 좀만 더 생각하며 살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선진화 되지 않은 국민을 선진화 시키는 것이 관료들이나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이 해야하는 일 아닌가? 비접착 방식을 도입하면 적어도 나 같은 사람들이 배출하는 페트병은 100% 재활용 가능해지는 것 아닌가? 그리고 어디 나 같은 사람들이 한 둘이겠냐고! 그렇게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 되지 국민 수준 탓에 시기상조? 저들이 말 하는 그 적절한 시기는 도대체 언제 쯤이나 오겠니?! 즈들이 국민 의식의 선진화를 지연 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왜 안 드는 것이니?
나 혼자 주절주절 해도 아무 소용 없는 것 알지만 페트병 정리하다 너무나 힘들고 허무해서 개 열 뻗친 참에 한 마디 적지 않을 수 없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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