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들이 집사를 무시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앉아!' '손!' 따위의 명령을 배우기는 커녕 집사가 목이 터져라 밥 먹으라고 외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등 돌리고 앉아 있기가 다반사인데 도대체 왜 그럴까? 혹시 집사가 무엇을 잘못해서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예 집사를 우습게 보고 무시하는 것일까?
집사를 무시하는 고양이
일단 확실한 것은 거의 모든 고양이가 집사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들은 머리가 나빠서 제 이름조차도 못 알아듣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고양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잘 알고 있고 집사가 그 이름을 발성하면 자신을 부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비논리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고양이들은 그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집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고양이는 집사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고로롱거리며 반가운 반응을 했지만 움직이지는 않는 고양이도 있었고 몇몇 고양이는 '야옹'하며 목소리가 난 쪽으로 다가가기도 했는데 집사와 유대가 깊을수록 이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 결론은, 고양이는 집사의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를 구별할 줄 알고 자신의 이름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우리 고양이 철수는 자신의 이름 뿐만 아니라 살짝 복잡한 문장까지 이해하고 그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예를 들어 "아니 철수야, 그 밥 말고 저 쪽에 있는 거 먹어~" (손짓을 섞어)하면 집사가 손짓하는 방향도 돌아보고 말 하는 입도 쳐다보다가 말 하는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가끔은 이보다 더 복잡한 말도 알아듣고 행동할 때가 있어 소름이 끼치기도 하는데 우연이라 하기에는 빈도가 좀 높다는 것이다. 함정은 제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는 이름조차 못 알아듣는 척한다는 것!
고양이는 왜 개처럼 반응하지 않을까?
이것은 개와 고양이의 타고난 성정의 차이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한 시간의 차이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즉, 개들은 고양이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길을 들여 그것이 수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인간 친화적인 유전자를 가지게 된 것이다. 반면에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한 역사도 개에 비해 현저히 짧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양이가 스스로 인간의 생활 속으로 걸어들어와 곳간의 쥐들을 잡아 줌으로써 인간과 윈윈 관계로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독립적인 관계였기 때문에 길을 들일 기회도 필요도 없었던 관계로 인간에게 복종하는(?) 유전자가 새겨질 기회가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고양이의 유전자도 진화, 변화 중이다
이것은 30년 이상 고양이를 알아온 집사로서 개인적으로 하는 생각인데 날이 갈수록 개냥이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고양이들이 야생에서 쥐를 잡지 않고 모든 것을 집사에게 의지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게다가 요즘의 젊은 집사들은 클리커나 간식 등으로 고양이 훈련 시키는 일에 열정으로 보이는 분들이 많아 아마도 고양이에게도 인간에게 복종하는 유전자가 머지않아(?)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니 고양이에게 무시 당해도 섭섭해 하지 마시라~
어쩌면 집사들이 고양이에게 홀린듯 빠지는 이유가 이 "무시 당함"에 있는지도 모른다. 밀당의 팽팽하고 짜릿한 긴장감 말이다. 이 또한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집사와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유대감이 깊어지면 대부분 개냥이로 변해 집사의 기분까지 읽어내는 고양이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다만 고양이가 지나치게 개냥이화 되면 고양이스러운 성격을 가진 집사에게는 오히려 귀찮고 번거로워질 수 있으므로 적당히 무시 당하는 일에 감사하며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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