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온 지붕 위에 얼짱 고양이

내가 굳이 목청 돋궈 주장하지 않아도 울 창 밖 고양이들 얼굴을 아시는 분들은 공히 인정 하실 우리 동네 얼짱 고양이 예쁜이

우리 동네 얼짱 고양이 예쁜이

요 냔이 받을 빚이라도 톡톡히 있는지, 내 집 창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아랫집 간이지붕 위로 올라와 저런 표독스런 표정으로 내게 눈을 꽂아놓고 소리소리 지른다 - 그런데 내심 얼마나 반가운지, 이 얼마 만에 보는 예쁜 얼굴이냐...


꽃뱀 같은 꽃네가 수고양이들 포함, 온통 동네를 장악한 지가 벌써 언제였던가, 그 무렵 이 후로 그림자도 볼 수 없었던 아이였는데 오늘은 용케도 꽃네가 없는 틈을 타 창 밖으로 찾아와 세상 만만한 건 밥순이 밖에 없다는듯 호령질이다.

캔 하나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길고양이

바깥 아이들이 창 밖에서 소리 지르며 방충망으로 기어올라 집 안 아이들과 부비부비하는 것도 위험해 싫었고 경철이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밤이고 새벽이고 날뛰어 대니 그것도 동네 민망해 싫었고 밥자리를 집 밖으로 옮긴 후에는 웬만해서는 창문 밖 소리에 반응 않기로 하고 아이들도 서서히 그 방식에 길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저렇게 바락거릴 정도면 진짜로 먹을 게 필요해 저러는 것일게다 - 일반 사이즈 하나만 먹고 물러나실 줄 짐작 했더니 3초 만에 흡입 하시고 다시 지붕으로 돌아와 꺼이꺼이 바락바락~

주변을 경계하는 길고양이

"그래, 먹고 죽은 귀신 때깔 함 보자"고 일반 캔 두 배 사이즈인 156g 캔을 부어 줬더니 순식간에 반 이상을 후룩쩝 마셔버리고 그제서야 정신이 좀 드는지 주변을 경계하고 계시는 뒷태다. 요 지지배아, 지영이에게서 밥자리를 뺏았으면 야무지게 사수라도 하등가, 제 자리 찾아와 놓고 저 꼴이 머꼬?

올려다 보는 길고양이

지금 아이가 있는 이 자리에는 더 이상 밥을 주지 않기로 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내려가 밥을 거두어 우리집 계단 밑에 두기 시작한 지 오늘로 사흘째, 담북이와 꽃네 중 한 놈은 열린 대문 밖 차 밑에서 한 놈은 집 안 마당 끝에서 내가 하는 작업을 다 보고 있었으므로 밖에서도 먹고 계단 밑에서도 먹고 문제 없이 적응을 했는데 예쁜이는 대면한 지가 그리 오래 된지라 아침에 문득 밥 먹으러 와 보니 그릇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이틀을 참다참다 도무지 화가 나 지붕에서 소리소리 질렀던 모양인지, 지영이도 좀 저래 주지를...

그루밍 삼매에 빠져 계신 길고양이

80그램 + 156그램을 다 먹었는지 확인은 안 해 봤지만 이제 좀 살만한가 소리 지르시던 자리로 돌아와 그루밍 삼매에 빠져 계신다.

지붕 위 길고양이

그루밍 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깨뼈가 오도독오도독 드러나도록 앙상한 것이 나타나는 새끼들마다 꼬라지가 저래 형편없어져 있으니 참 내가 죄가 많다, 미안타, 그것 몇 마리 된다고 오동통하게 좀 건사하지를 못하고 말이다...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두 마리의 고양이 형제

그리고 창 안의 두 남정네 고양이, 오랜 만에 봐 그런가, 철수는 예쁜이를 늘 당연한 듯 보던 아이였는데 오늘은 으르르끄르르~ 위협하는 듯한 소리를 내고 경철이는 말 할 것도 없이 꼬리가 휙휙! 저으며 "으아이~ 끄아이~" 소리를 질러 마당이 쩌렁쩌렁 울린다.

아 그런데 요 지지배, 두 녀석의 성화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지 그루밍을 멈추고 "이제 그만 가볼까~"하듯 잠시 마당을 내려다 보더니

창 안에 갇힌 머스마들 그러거나 말거나 귀찮다는 듯 돌아서더니 쭈우욱~~~ 양껏 기지개를 켠다. 아따, 어찌나 긴지 목도리 해도 되겄다.

길고양이의 발라당

아니 그런데 가다말고 우짠 발라당이냐? 이 밥순이가 좋아 그러는 것이냐 아니면 소리소리 지르는 머스마들 달래느라 애교를 부려보는 것이냐? 고양이도 암컷 수컷 성정이 전혀 다르다더니 역시!

민망한 듯 턱을 긁는 길고양이

한 바퀴 뒤채도록 창 안늬 머스마들이 끄르릉 대기를 멈추지 않자 "쩝! 민망하구마이~" 하는듯 턱을 긁더니

슬그머니 일어나는 길고양이

슬그머니 일어서

꽃구경 하는 길고양이

지붕 끝에서 꽃구경이라도 하려는듯 이윽히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아이고야, 저 배가... 또 임신이냐, 저 체격에 또???

아름다운 고양이의 옆모습

예쁜이가 창 안의 두 형제를 놀리듯 지붕 이 끝에서 저 끝으로 하릴없이 꽃구경을 하며 왔다리갔다리 하시니 속 없는 시키들 예쁜이 움직임 따라 이 방 저 방 미친 듯이 뛰어따라다니며

하얀 고양이의 아름다운 얼굴

주둥이까지 툭 부풀려서 잠시도 왕방울 눈을 떼지 않고 있었는데

창 밖의 길고양이를 관찰하는 고양이 형제

저 쪽 방 창에서 예쁜이가 다시 이 쪽 창으로 옮기자 득달같이 따라 달려오던 철수 고양이, 딛고 서 있는 저 아래가 지들 화장실인데 뛰어오르다 삐긋해 화장실로 나동그라진 직 후 잽싸게 수습하고 애 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래 창 밖만 쭈욱 내다보고 있었다는 듯 멀쩡한 뒷태를 연출 하시다가 이윽고 예쁜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싸우는 고양이 형제

예쁜이가 사라져 아쉬은 탓일까 아니면 아까 창으로 뛰어오르다 미끄러진 일이 새삼 민망했던 탓일까 공연히 제 동생에게 손찌검을 한다

한 대 맞았다고 잘못도 없이 꽁지 빠지게 달아나는 순진한 하얀 고양이

한 대 맞았다고 잘못도 없이 꽁지 빠지게 달아나는 순진한 하얀 고양이, 예쁘고도 딱한 시키~~


날이 다시 차가워져 아랫집 총각도 이제 문을 닫고 지낼테니 배가 불러오는 듯 보이는 저 아이를 생각하면 다시 집 안에 상시급식소를 차리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는가, 생각 중으로 오늘은 마당 다른 한 귀퉁이에 담북이가 보는 데서 자리를 옮겨 놓아봤다. 그리고 자리를 가능한 한 자꾸 옮기면서 여기 없으면 저기 있더라를 가르쳐 비상시 적응 훈련을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야 예쁜이가 소리를 안 지르지, 나를 밥순이라고 찾아와 주는 모습이 예쁘기는 하지만 시끄러워지면 아그들이 위험해지니까


그리고 꽃네에게 만큼은 이 창 밖, 특별급식소를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다, 생각은 그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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