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손 장난에 중독 되다

배운 적 없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만 참고해 이리저리 궁리해 짜기 시작한 지끈 바구니, 3년 간 열심히 짜고 이 후 최근까지 5년 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는 손 대지 않을 것처럼 거들떠도 안(못) 보고 있었는데 이것이 작은 계기로 다시 시작하니 마치 중독처럼 도무지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 엎어져 바구니를 엮어나가다 보면 저절로 삼매에 빠져 만사를 잊어버리고 오로지 바로 내 손으로 엮어나가는 한 올 한 올에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손가락 마디마다 못이 박히고 손 끝마다 부어오르고 굳은살이 박혔지만 또한 덕분에 유난히 정신 시끄러웠던 이번 가을을 온전히 버텨 낼 수 있었기도 하다

 

사진으로만 남은 10월 한 달 동안 완성한 바구니들

이 바구니에 관한 기록은 모두 지워버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36*25*21쯤의 사이즈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바구니에 관한 기록은 모두 지워버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36*25*21쯤의 사이즈였던 걸로 기억한다. 

대형 지끈 바구니

이것은 언젠가 지나가듯 소개 한 적이 있는 꽤 큰 타원형으로 50*30*21의 사이즈인에 뚜껑도 근사하게 엮어졌고 옻칠도 잘 돼 참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옻칠을 아낌없이 해 색이 묘하게 고급지게 나온 바구니

완성 된 모습은 미처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방금, 현재의 바구니 주인에게 찍어서 보내 달라고 했다. 옻칠을 아낌없이 해 색이 묘하게 고급지게 나왔다

지끈 바구니 마무리 기법 - 씨줄 땋기

이것은 요즘 새로 손에 익힌 마무리 방법으로 아래 그림과 같은 방식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짜고 남은 씨줄을 바구니 몸체에서 그대로 엮어 완성한 마무리이고

지끈 바구니 마무리 기법 - 매듭

이것은 가늘은 지끈으로 따로 테이프처럼 엮어 풀로 붙인 것인데 원래 하던 이 기법을 어떻게든 따로 짜 붙이지 않고 몸체의 씨실에서 그대로 엮어 마무리 하는 것을 목표로 쭈물럭 대다가 결국에는 두 달이나 시행착오 끝에 해냈지만 그러는 동안 내 머리가 좀 나쁜가 싶더라...

내가 만든 지끈 바구니

크고 둥근 바구니 지름 36*높이28, 타원형 바구니 38*28*16

여러가지 지끈 바구니

작은 것들은 연필, 가위, 빗, 내프킨 꽂이 정도의 사이즈 - 생일 맞은 넘 좋겠다, 그 넘이 몽땅 다 받았다

 

이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손의 아픔과 부풀어오름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심해져 가라앉을 때까지 좀 쉬자 마음을 먹고 딱 사흘을 쉬었는데 중독이 무엇인가, 살짝 견딜만해지니 마음 먹은 것과는 다르게 절로 손이 가는 그것이 바로 중독 아니겠는가

가늘은 지끈으로 짠 바구니

정신 차리고 보니 가늘은 지끈으로 어느 새 이런 것을 짜고 있었는데 그래도 아픈 것은 싫었던지 의식적으로 힘과 속도 조절을 해 여늬 때 같으면 하루 이틀 정도면 거뜬히 완성했을 것을 5일 걸려 마무리 했다

가늘은 지끈으로 완성한 바구니

이제 칠을 해야하는데 바로 그 시점에 언니가 텃밭 채소를 가져다 준다고 전화를 한다 - 가늘게 짠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언니이기에 저 주려고 만든 건데 마침 온다니 부랴부랴 칠 해 젖은 채로 건네고 칠 한 사진은 그래서 없다

무우와 배추

그리고 언니네 텃밭 채소 - 이 많은 걸 우짜라고... 시퍼런 무우 대가리 하나 툭 잘라 과일처럼 씹으면서 고민을 하다가

무우 절이기

에라이! 하룻밤 저 모양대로 묵혔다가 오늘 아침에(29일) 고양이들 밥 차려 드리고 인간은 세수도 않고 갑자기 "김치 담그자!"는 생각에 무우는 껍질도 안 벗기고 잔뿌리만 잘라 철수세미로 벅벅 씻어 대충 썰은 다음 소금에 절여놓고 청소 시작

김치 양념

고추가루, 마늘, 새우젓 그리고 액젓 - 이것이 양념의 전부다. 아, 사과도 썰어 넣었다. 나는 김치에 설탕 맛이 나는 걸 무쟈게 싫어하기 때문에 설탕 대신 단맛 내기 용도로. 그리고 무우청이나 대파 등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이것저것 갖춰 넣으려면 일이 많아져 귀찮으니까

하얀 고양이, 양념을 버무리고 있자니 다가와 골똘히 냄새를 맡더니

하얀 고양이, 양념을 버무리고 있자니 다가와 골똘히 냄새를 맡다가 갑자기 "꾸엑~" 구역질을 하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서다가 다시 한 번 "꾸엑~" 하신다 - 고추가루나 마늘의 매운 냄새가 비강을 강타한 모양이다. 

이 고양이는 특이하게도 코뽀뽀 대신 언제나 입을 벌리라 해 냄새를 맡는다

집사가 무슨 작당을 하는지 궁금은 하고 가까이 오자니 구역질 나고 묘한 표정으로 멀찌감치 앉아 이 쪽을 보고 있다 - 내 입에서 나는 김치, 마늘 냄새는 잘 맡길래 (이 아이는 특이하게도 코뽀뽀 대신 언제나 입을 벌리라 해 냄새를 맡는다, 그 다음에는 어김없이 머리를 코에 대줘야 한다) 그럴 줄 모르고 놔 뒀두만... 미처 못 말려 미안타

김치 양념 버무리기

찹쌀풀을 할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귀찮다 - 그거 끓이느라 젓고 서 있기도 귀찮고 설거지감 늘어나는 것도 귀찮다 - 그래서 훌렁훌렁 버무리기에는 대단히 뻑뻑한, 떡진 양념이지만 무우를 조금씩 넣어 슬슬 섞어나간다

무우김치 버무리기

양념이 남아서 배추잎도 몇 장 버무려서 한 켠에 얹었다

무우김치

비주얼은 제법 김치 같다 - 포스팅 하면서 어찌 됐나 맛을 보니 고추가루가 엄청나게 매워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그리고 안 해 그렇지 내가 뭐든 하면 좀 맛있게 한다 훗^^ 

 

이렇게 정신 사나웠던 10월이 가고 있고 그나마 손장난이라도 할 줄 알아 놓아버리는 게 훨씬 유리했던, 그러나 놓기 어려웠던 것들을 치워버리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나도 옻칠한 바구니가 갖고잡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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