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 바구니 - 아날로그의 생산성과 평화

철수와 경철, 고양이 형제의 스크래처 짜는 것을 시작으로 5년 이상 손을 놓았던 지끈 바구니 짜는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 한 것이 한 달은 넘고 두 달은  못 됐을 것이다

지끈 바구니 - 아날로그의 생산성과 평화 1

와중에 블로그에 도둑이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져 마음고생을 겪으며 블로그질에, 내 아이들과 내 이야기를 가득 담은 블로그임에도 불구하고 오만정이 다 떨어지려 했던 시기를 보내며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나를 바구니 짜기로 이끌었다. 아마도 고양이들이 속이 안 좋으면 본능적으로 어떤 풀을 먹어 구토를 유도하는 그런 것이 내게도 작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아무튼 위 그림은 그렇게 고양이의 본능적 구토와도 같은 본능으로 생산 된 바구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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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명 '중간 크기의 바구니' - 저 뒤에 옅은 색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걸 몸체로 먼저 짰다가 비뚤어진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뚜껑으로 짜고 있던 것을 몸체로 계속 짜 올리고 뚜껑을 새로 짠 것 - 이쯤 오면 '그런데 바구니 색깔이 왜 저래?'라는 질문이 내 귀에 저절로 들리는 듯한데... 설명을 하자면, 한낱 지끈으로 짠 바구니지만 짜서 그대로 보는 것과 마감재 처리를 하고 보는 것에는 완성도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는 항상 마감재 처리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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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보일지 모르겠다, 새로 짠 것을 완성해 마감재를 칠하고 나니 이것이 뭣이냐? 마치 바구니에 밀가루를 뒤집어 씌운듯 허옇게 가루가 일어난다. 이거이 어찌 짠 것인데, 돌아불겄다... 앞서 두 개의 바구니에서부터 마감재 처리 후에 뭔가 더 분을 바른듯 뽀얗게 변하는 듯한 느낌은 받았지만 이상하다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별 의심 없이 계속 바른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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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써가니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앙금의 농도가 짙어져 그런 것일까, 이 번에는 같은 제품 더 큰 사이즈로 사서 진짜로 팔이 빠지도록 잘 흔들어 앙금 따위 하나도 없도록 해서 발랐지만 이 꼴이다. 내 보다보다 이런 꼴은 처음이다 - 똑 같다. 5년 전까지 인터넷으로 내가 늘 가던 그 공방에는 마감재를 더 이상 팔지 않고 있어 서치에서 가장 많이 뜨는 제품을 선택한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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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재의 '재'를 '제'로 써 놨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나(사진의 맨 오른쪽), 본사는 서울 어디라고 돼 있는데 중국 냄새가 물씬!  - 결국 한지공예 공방마다 일일이 들어가보고 위 사진 왼쪽과 가운데 마감재 두 개를 새로 주문,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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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처럼 칠해진 것을 지우려면 가운데에 있는 무광 마감재보다는 색깔 있는 옻칠을 해야겠기에 그걸 선택해 칠했는데 농도 조절에 실패 했다고나 할까. 이런 색을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내 눈에는 좀 지나치게 어두워 보인다 (사진과는 좀 다르다, 사진에 찍힌 사물은 언제나 사실보다는 약간 더 분위기스럽다). 그렇다고 아예 못 봐줄 정도는 아니어서 이대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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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작은 것들은 좀 옅은 것이 아무래도 어울리는 듯 내 눈에는 지저분해 보인다 (아랴의 받침대가 원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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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농도조절을 제대로 해 원하던 색감을 내는데는 성공 했는데 이 번에는 문제가 저 뚜껑과 몸체의 불균형! 뚜껑을 한 줄 덜 짰어야 했고, 나만 아는 얘기지만 저 정도 크기의 몸체에는 뚜껑의 씨실을 하나 덜 써서 좀 더 가늘고 낭창낭창하게 짰어야 착 달라붙듯 맞았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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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오른쪽처럼 대형 바구니라면 같은 굵기로 짜도 상대적으로 크기가 비슷해 전혀 무리가 없는데 작은 바구니일 때는 지끈이 워낙 굵기 때문에 한 줄만 어긋나도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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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렇게 따로 써야할 모양이다. 물론 뚜껑으로 쓰든 둘 다 서로 다른 바구니로 쓰든 그것이야 쓰는 사람 마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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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동안 평화로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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