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껜가 경철군 눈 사진 찍던 날, 카메라를 들고 나서니 우리나라 나이 7살 먹은 철수 고양이 아직도 흔들리는 카메라끈을 보고 환장 시전 하신다.
주말이다. 사람과 사회와의 약속에서 벗어나 "백수"가 된 지 벌써 5개월짼데 "주말이다, 청소하잣!"에서 벗어나지 못한...
화초들 자리 바꿔주고 설거지 하고 청소기 꺼내고 어쩌고 하는 동안 어디선가 '빠직빠직'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무심히 들어넘길 수 밖에 없을만큼 '청소, 청소!'하고 있었고 또한 그 소리가 일상적이었다.
청소기, 부엌에 돌릴 차례가 돼 질질 끌고 와보니!
아무 말 안 했다, 제 풀에 놀라 히뜩, 인간을 쳐다보더니 - 다른 사람이 봤다면 내가 고함이라도 지른 줄 알았을 것! (이런 일은 정말 일상다반사라 절대로 아무 반응 보이지 않는다.)
지가 되려 성 내는 거냐 아니면 혼날까봐 풀 죽은 척 하는 거냐? 하루 이틀이라야 욕을 하지 '오늘 점심은 국수다' 마음 먹고 수습하고 들어가니
사고친 눔 언제나처럼 자빠져 있고 하얀 고양이, 오매불망 인간이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네라. 그랴... 정 그러고 앉아 청소를 방해 할 거면 늬들 화장실부터 치우는 게 낫겠다.
푸히힛! 이것은 화장실 벽이다. 화장실 벽에 똥 붙여 놓은 꼴은 어릴 때 몇 번 봤어도 오줌 붙여 놓은 꼴은 6년 넘도록 처음 보네라. 떨어지나 어쩌나 일부러 주변 모래 싹싹 치워봤지만 어찌나 접착력이 좋은지 그냥은 안 떨어지네~ 이렇게 뜻밖에 운수대통, 낄낄거려가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돌아서니
아니나 다를까 두 녀석이 모두 인간 등 뒤에 "뙇!"
"어, 엄니, 내 궁디팡팡 쫌 해 줏시오" 눈빛. 이럴 때 또한 언제나처럼 '징징거리기'라고 하면 이 등 할까 서러운 철수 고양이 멀쩡한 표정으로 뒷배경인 척!
순진한 흰 고양이만 구걸구걸 하는 분위기
귀찮다, 맨날 하는 청소지만 화초들 자리를 바꾸거나 햄스터 집을 청소 하는 등, 매일 하는 일에서 한 가지만 더 보태져도 기운이 달려 "죽을"지경이라 오늘은 그 동안 안 쓰던 물걸레 청소기로 한 방에 빨리 끝내고 싶었다.
기왕 카메라 잡은 참에, 난청인 경철군, 청소기 윙윙대는 엄청난 소음이 상관 없으니 오랜만에 보는 물걸레 청소기에는 어떻게 반응할까, 슬그머니 가까이에 들이대 본다. 놀라서 하악질 할 만치 갑자기 들이대면 스트레스 받을까봐 아이 눈치 봐가며 천천히 천천히~
역시! 변한 건 없다. 왼손으로 때리고
오른손으로 때리고, 순서만 바꼈을 뿐.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아니다, "이거 다 니 짓이지?"하는 것처럼 인간과 눈을 딱! 맞추더니
"너나 갖고 놀아랏!"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신다.
그러느라 한 동안 인간 관심 밖에 있던 철수군,
어두운 복도에 인간이 있어 역광이라 Zoom으로 당겨 다시 밝히니 저런 표정이다.
내려간 엉덩이가 두려움을 표시하고 있긴 하지만 즈 동생 경철이 하는 짓을 보니 무서운 물건은 아니다, 그래도 난 무섭다...
그 사이 자리를 떠나 제 갈 길 가던 경철군과 마주친~ 두 고양이 사이에는 무슨 말이 오고갔을까?
"저거? 훗! 암 것도 아녀~" 했을까, 못 믿겠다는 표정의 철수 고양이.
"난 믿을 수가 없네라, 머리가 띠잉~ 하네라~"
"원래 세상이 이렇게나 알 수 없는 것이었어...?" 새삼 의심스러운 듯한 표정
절망감이 엄습하는 게냐...? 그렇단다, 세상이 알 수 없는 것이긴 반 백년 넘어 살아온 이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란다...
오늘 아침 청소 끝!
철수의 마지막 표정, 나도 날이 가면 갈수록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그리 느껴지니 삶이란 살면 살 수록 누구에게나 점점 더 아리송해지는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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