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하루에 몇 끼를 먹여야 할까?

고양이 집사 노릇 8년차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생긴 고민 또는 의문이 있어왔는데, 나는 과연 이 고양이 형제를 잘 먹이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물론 직접 요리를 해주거나 생식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입장이므로 최대한 아이들 체질에 맞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구입 해 먹이려 노력하지만 듣고 배운대로 하루 두끼를 주는 것은 도무지 현실성이 없어 도대체 고양이들은 하루에 몇 끼를 먹어야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이 요즘 들어 갑자기 생겼다.

우리집 고양이, 나는 잘 먹이고 있을까?

갑자기 이런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대부분의 집사들은 하루에 두 번 밥을 먹이는 것으로 들었을 것이고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고양이 형제는 적어도 하루에 5끼, 많게는 6끼를 먹는다. 이 행태는 습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부터 더욱 뚜렷해졌다

 

얼핏 생각하면 '아, 그 고양이들 정말 많이 먹네!' 싶으지만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자주' 먹는 것이다. 그러니까 캔 하나를 한 끼에 준다고 치면 그 캔 하나를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반 정도 먹고 나머지는 왔다갔다 들며나며 깨작깨작 먹다가 결국은 남겨놓고 새 밥을 달라고 졸라대면 남은 건 버리고 새로 차려드려야 하는 것이다

 그 고양이들 정말 많이 먹네!

희한치... 고양이 캔이 대부분 80g인 이유가 고양이 한 끼에 그 정도가 적당하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고 다른 집사들의 글을 보면 한 캔 정도는 다들 거뜬히 먹어 치우니 내 고양이 형제만 유별나서, 흔한 말로 집사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이 나쁜 걸까,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궁리 끝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마음에 드는(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마음에 드는 소리만 골라 들으려는 본능이 있으니까 ^^;;)글을 발견했다 - 독일의 Dr. Hölter Tierärzteteam (닥터 횔터 수의사팀)이 발표한 글인데 내가 알고 싶었던 것만 짧게 옮기면

고양이는 조금씩 자주 먹는다

고양이는 조금씩 자주 먹는다

왜냐하면 자연에서 고양이가 주로 사냥하는 것은 생쥐들이고 고양이의 하루 필요 에너지를 채우려면 대개 8 ~10마리를 먹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사냥해서 한꺼번에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양이가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서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에서 고양이는 대개 10 ~15 끼를 먹으며 많게는 20끼도 먹는다) 그러므로 건사료를 줄 때는 고양이가 나눠 먹기 때문에 하루에 두 번이면 충분할 수 있지만 습사료를 줄 때는 적은 양으로 나누어 자주 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습사료는 금새 상하고 맛도 쉽게 변하므로 건강에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입맛을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므로 각 개체의 특성에 맞춰 적당한 횟수로 나눠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외에 여러 가지 유용한 조언이 있지만 다음에 옮기는 걸로 하고 우선은 나의 고민 아닌 고민이 해결 됐다는 것이 기쁘다

건사료를 아예 없앤 초기에는 70g 파우치를 한 자리에서 거뜬히 비우더니 냉동건조 조류를 간식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점차 밥을 남기기 시작

물론 나도 처음에는 배운대로 한 끼에 한 캔, 습식만 먹으니 그렇게 하루에 3, 4번으로 밥을 차려 줬었다. 건사료를 아예 없앤 초기에는 70g 파우치를 한 자리에서 거뜬히 비우더니 냉동건조 조류를 간식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점차 밥을 남기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부턴가는 아예 반 이상을 남길 때도 많아 하루에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파우치가 도합 2개 이상은 될 지경까지 갔다.

이것도 경철 고양이 솜씨다

이러면 안 되지, 밖에 밥 못 먹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돈이 얼만데... 그래서 얼마 전부터 반 파우치씩 한끼에 줘보니 과연, 남기는 것 없이 다 먹어 치우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먹고 돌아서서, 때로는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다고 지롤지롤 보채니 다시 밥상을 차려드려야 하고 그것이 모여 하루에 5 ~ 6번 고양이 밥상을 차리는 루틴이 시작 된 것인데 귀찮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래도 되나, 이거 건강에는 괜찮은가 하는 의문이 내내 들었던 것이다

우리집은 하루에 6 ~8끼의 고양이 식탁

결론 : 적은 양을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은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루에 두 번이면 충분하다는 말은 댕댕이들 습관에 맞는 것이므로 각 고양이의 식습관에 따라 적절하게 나누어 주는 것이 옳다'는 수의사의 도장을 받았으므로 우리집은 하루에 5, 6끼의 고양이 식탁이 즐겁게 차려질 것이다.

 

고양이 버릇 나빠지니 그러면 안 된다 등의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고양이, 버릇 좋게 교양있게 키워 사회생활 시킬 것도 아니고 집사가 죽도록 바빠 밥 차려 줄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평생 갇혀 사는 애달픈 것들, 밥이라도 저희들 좋다는대로 차려주고 싶은 것이 집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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