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경력의 한심한 고양이 집사 - 고양이의 잦은 구토를 드디어 잡았을까?

제목에도 썼듯이 내 고양이 집사 경력이 도합 8년이다. 20년 전 비엔나에서 1년 - 사정이 있는 친구의 고양이들을 맡아 길러주다 내가 돌아오게 돼 돌려 줬던 - 지금의 철수와 경철 고양이 7년, 그런데...

장난감을 갖고 딩굴딩굴 놀고 있는 고양이

[고양이 우철수 2017년 12월19일 아침]

해도해도 정답이 없는 것이 고양이 집사 노릇인 듯, 우리 엄니가 자주 하셨던 자식 키우는 일이 이렇게나 답이 없고 어려운 건 줄 알았더라면 엄마 안 됐을 거라셨던 말씀이 자주 생각나는 최근 두어 달이었다. 야아들이 부럽다는 말씀을 하시는 이웃이 계실 정도로 멀쩡해 보이지만 블로그란 것이 희한하게 내 공간이지만 내 사적인 이야기는 다 내놓고 할 수 없는 묘한 무엇이 있는지라 가슴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머리 터는 모습이 우습게 찍힌 고양이

철수는 어릴 때부터 경철과 비교해 자주 구토를 하는 아이였다. 경철은 분기행사로 헤어볼을 토해내는 정도의 구토를 하는 반면 철수는 많이 하면 일주일에 두 번, 적게 하면 두 달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구토를 해 어느 한 편 집사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는데 한 동안 뜸하던 것이 최근 두어 달 간은 본격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또는 매일 구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먹던대로 잘 먹고 잘 움직이고 구토한 것들 내용을 보면 사료 모양 그대로 심지어는 목구멍 모양 그대로 원통형을 내놓을 때도 있어 몸에 질병이 생긴 건 아닌 것 같고 - 매일 생산하는 감자 갯수도 맛동산의 양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갑자기 다시 잦아진 구토의 원인은 무엇일까?

형 고양이를 피해 의자 밑에 숨은 하얀 고양이

[이유 없는 철수의 몰이로 의자 밑으로 쫓겨 들어간 경철 고양이]

날씨는 추운데 더운 거 좋아하지 않는 집사가 보일러를 돌리지 않아 아이들 소화기관이 굳어 그런가 해서 덥도록 보일러를 돌려봐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이불에 토하고 매트에도 토하고, 반드시 무엇인가 포근한 것을 깔고 앉아 구토를한다. 왜 이 녀석들은 반드시 치우기 어려운 자리만 골라가면서 토하는 것일까? - 방법이 없다, 고양이 구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사이트는 모두 돌아다니며 구토에 대해 다시 공부를 했다. 여기서 혼자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은 스트레스 아니면 과식이었다 - 덕분에 고양이의 스트레스 완화요법과 구토에 대해 포스팅을 할 수 있었다 -

동생 고양이를 노려보는 형 고양이

[의자 밑으로 피신한 동생을 노려보는 철수 고양이]

스트레스라 할 수 있는 것은 집사가 이제는 기운이 달려 많이 어릴 때처럼 활기차게 놀아주지를 못한다, 아이들도 웬만한 장난감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만큼 세상 일에 노회하기도 했고.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어쩌다 놀이에 흥이 제대로 올라도 철수는 금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경철 고양이가 철수의 놀이 중에 예고 없이 휘릭! 끼어들어 기껏 장난감을 덮치려고 엉덩이 흔들고 있는 철수를 난감하게 만들기 일쑤이며 때로 철수는아예 엉덩이 흔들기 전에 경철이 뛸건가 말건가 눈치부터 살피느라 노는 일에 집중을 못하는 일이 점점 더 잦아지다 보니 놀이에의 열기는 그렇게 식어버리고 철수 마음에 쌓이는 것이 많았을 것이라는 짐작과 - 경철은 놀이 때 철수 눈치 보는 일이 거의 없다 -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하얀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이런 식으로 철수 놀이 중간에 뛰어들곤 한다]

'과식'이라는 또 다른 혐의점 - 나는 어릴 때부터 멘탈이 유리 같아서 내 엄니가 한 번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내 식탐 때문에 망신을 준 일이 있었는데 이 후로 지금까지 잔뜩 먹거나 먹고 싶은 것 굳이 찾아먹는 일에 묘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던 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통통 살이 쪘던 적이 없을 정도로 먹는 걸 나름 멀리하며 상처를 받았던 사람이라 그 보상심리가 고양이들을 지나치게 퍼먹였을 수 있다는 부인 할 수 없는 사실 - 캔은 잘 상하는 음식이라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주지만 건사료는 늘 먹을 수 있는 자리에 매일 아침 내어주고 간식은 간식대로 하루에 한 두번 - 고양이들도 자율급식은 좋지 않다는 조언을 고양이 공부할 때마다 읽으면서도 딱 한 가지 개인적 상처 때문에 고집스럽게 무시했던 것이 바로 이것.

하품하는 고양이

경철의 순서를 무시한 난입 때문에 놀이를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니 놀이에의 스트레스는 아직 다른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구토에 대한 대책은? 질문을 던지자 문득 떠오르는 토사물의 모양 - 사료 모양 그대로! 그렇다, 건사료를 주지 말자. 사실 건사료를 전혀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7년 내내 하면서도 딱히 즈들 입맛에 맞는 주식캔이 없을 때는 건사료를 더 즐겨 먹는 모습 때문에 과감히 치우지를 못했던 것인데 열흘에 세 번이나 이불이며 침대시트를 바꿔야하는 스트레스는 차치하고라도 아이 소화기관에 무리가 갈 것이 틀림 없으므로 차라리 절식을 시키자는 생각이 들었다, 구토에 대한 어드바이스에도 절식이 늘 들어 있었는데 철수는 토하고 난 다음 금새 배 고파하는 스타일이라 그것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사태가 심각해지니 집사로서도 다른 대안이 없다 덜 먹도록 해보는 수 밖에 그리고 주로 그 모양대로 다시 나오는 건사료를 없애는 것

밥 먹는 고양이

건사료를 전면적으로 치우고 캔사료만 하루에 세 번 주기 시작한 것이 딱 일주일이다(성묘는 하루에 200g정도의 습사료가 권장 되므로 하루에 세 캔 정도가 적당하다) 캔에 들은 건더기도 소화 시키기 어렵게 커 보이는 것은 잘게 잘라서 급여했다. 결과적으로 그 동안 철수 고양이 한 번도 구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늘 얼마간 남기던 습사료도 내어주면 그 자리에서 싹싹 다 비워주시고 있다 - 그리도 오래 미련을 떨며 떼지 못했던 건사료를 치우다니 역시 미련한 사람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봐야 정신을 차리는 것일까

 

건사료를 소화 시키지 못하고 그렇게도 자주 토해 낸 것이 6년이 넘었는데 그것 안 주는 것 하나 결정하지 못해 미련을 떨다가 아이들 나이가 일곱살이 돼서야 정신이 들다니 ... 고양이 공부를 그렇게 하고 돌아다니면서도 어느 한 부분 개인적인 트라우마 또는 제 생각에 갇혀 가장 중요한 식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심지어는 건강까지 망쳐버릴 지경까지 와버렸다는 자괴감과 죄책감을 어찌 말로 다 할까, 생명을 책임 지는 일은 아무나 하나...


일주일 관찰로는 잦은 구토가 다 잡혔다고 할 수도 없고 혹 내가 눈치 채지 못한 다른 신체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찰 중이지만 순전히 건사료 때문이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야만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증거가 될 테고 형편도 넉넉잖은 내가 비싼 캔사료만 먹이는 사치를 부린다는 주위의 힐난을 피할 변명도 될 것이니까 - 사실 욕 하는 사람은 없지만 -

치약 냄새가 싫어 침대 밑에 숨은 고양이

위 사진은, 오늘 아침에 하 빽빽거리며 꽁무니를 따라 다니길래 양치질 하다가 칫솔을 물고 "왜?" 하고 나왔더니 민트향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알 것 다 아는 중년의 고양이들 칫솔 모양만 보면 기절을 하고 숨어버리는데 두려움에 다소곳이 모은 두 손과 동그란 두 눈이 어찌나 예쁘고 귀여운지 칫솔을 입에 물고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치약 냄새를 감지한 고양이

경철아, 니도 한 장 찍자~ 며 칫솔 문 채로 돌아서니 "흡흡" 냄새를 탐색하며 다가오다가

치약이 무서워 외면하고 얼음이 된 고양이

내 입에 물린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즉시 휘릭 돌아서 즈들 식탁에 올라가 면벽! - "나는 안 볼란다~" 강력한 고양이의 의지. 누가 보면 벽에 걸린 할미할비 사진을 골또히 감상 하시는 줄 알겠다!

뜬금 없고 장황한 서술에 내가 무슨 말을 정확하게 하고 싶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늘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만이 아닌 이 두려움, 초조함과 책임감 그리고 죄책감 등의 스트레스를 발설을 통해 조금은 내려놓고 싶었던 마음이 아닐까 싶다 - 생명을 책임 지는 일에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만이 포함 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알리고 싶기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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