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 사진 좀 그만 찍어!

새 카메라를 받은 게 목요일이던가, 이 후로 눈만 뜨면 아이들 사진을 찍기 시작해 잠 자고 먹고 싸는 시간 빼고는 내내 따라 다니면서 시커먼 물건을 얼굴에 자꾸만 들이대고는 "쩔쭈우, 쩔쭈우~"하며 여기 좀 보라고 불러대지를 않나, 나라도 짜증이 날 때가 됐다 싶을 즈음에 (11일, 어제 아침) 아니나 다를까,

캐논 eos m100 - 고양이 사진 1

아무리 애교 섞인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열 번을 불러도 안 된다. 이 쪽으로 향한 뒷통수에서 짜증 섞인 지겨움이 뿜뿜!

캐논 eos m100 - 하얀 고양이

표정이 풍부하기로는 웬만한 사람 저리가라 하는 경철 고양이 "어무이, 이제 그만 쩜 하씨오!"  허걱! 참말로 단호한 표정이지 않는가. 저 표정을 보고 눈치 안 보는 간 큰 인간이 어딨겠는가, 진짜로 좀 쫄아든 인간. 그랴...미안킨 한데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ㅍㅎㅎ 자꾸만 방정맞은 웃음이 터지니 이 얕은 인격을 우찌할꼬~

말 많은 고양이

그리고 오늘 아침,  어김없이 "쩔쭈야아~" 했더니 "아, 왜???"라고 짜증 이빠이 담아서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몸짓으로 돌아본다. "아, 암 것도 아녀..." (그런데 셔터스피드 400은 철수 색깔에 아무래도 무리다 - 이 와중에 또 지 하고픈 말만 하는 집사라는 인간! )

장난감을 들여다보는 고양이 형제

귀신 같은 시키들, 적당한 카메라 설정 좀 찾아보려고 억지로 놀아주는 척하며 움직임을 유도하는데 안 속는다. 둘이 머리 맞대고 앉아 장난감이 아니라 수학 문제라도 푸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희한하게도 집사가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놀아주는지 건성건성 시늉만 하는지 단 번에 알아차린다.

집사를 보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 또 다시 멀찌감치 자리 잡고 앉는다, "니 요새 와 카노? 좀 깬다잉~"하는 듯한 표정으로 인간을 물끄러미~ 이 장면이 단사로 거의 열 컷이나 찍히도록 오래 응시한다. 고양이 앞에서 부끄러움 느낀 적 있으신가들... ㅜ.ㅜ

혀를 내민 하얀 고양이

장난감을 꼼지락 꼼지락 그것도 안 되면 휘릭휘릭, 할 수 있는 모든 기술다 동원해 흔들며 유혹을 해도 "붸~ 안 속는다, 니 혼자 놀아라"

쥐돌이 놀이하는 고양이

어떻게 어떻게 겨우 달래서 장난감 앞에 앉혀 놔도 입술 앙 다물고 먼 산~

하품 하는 고양이

"아이고, 지겹고 한심태이~ 하아품!" 그랴, 내가 봐도 그러네. 온종일 암 것도 안 하고 이거이 무슨 짓이래, 메모리 다 찬 것도 모르고 셔터 안 눌러진다고 고장이라고 펄펄 뛰는 주제에 말이다. 설정은 내가 느들 몰래 천천히 잡아 나가고 내일부터는 열과 성을 다 해 힘껏 놀아주꾸마 미안태이~ 느들이 언제 좋은 사진 찍어 달랬나 그자...?

 

이런 날들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설정 찾기는 아직 요원하다. 철수가 좀 나오게 만들면 경철이 하얀 유령이 되고 경철을 정상으로 보이게 하면 철수가 지저분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아이들 그만 괴롭히는 게 맞을 것 같은 것이 놀이에 임하는 태도가 아무래도 석연찮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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