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고양이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철수 고양이의 취향이 조금은 남달라서 경철 고양이가 기겁을 하고 달아나는 물건까지 철수는 잘 가지고 논다. 예를 들면 접착력이 있는 테이프, 라벨지 또는 빵봉지 등 끈적끈적 풀이 묻어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한다
어느 날 저녁, 할 일은 많은데 하도 징징대며 꽁무니를 따라 다니길래 마침 작업 중이던 라벨지 한 켠을 잘라 휘릭 던져 주었다. 그냥 주면 바닥에 철썩 붙어버리므로 철수고양이 몸에 한 번 스윽~ 스쳐서 제 털을 조금 묻혀줘야 다루기에 적당한 접착력이 남는다. 표정 봐라~ "오잉? 너 오데 갔다 인제 왔어?" 하는 것 같다. 반갑기도 하면서 살째기 두렵기도?
끈적끈적 들러붙는 것을 혹시 생명이 있어 그렇다고 느끼는 것일까, 무생물을 대하는 표정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저 물건과 한 번 안면을 트면 조금 귀찮아진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과 반가움을 억제하지 못해 악수를 청했더니 허뜨! 아니나 다를까 쪼매 귀찮은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야, 너 왜 그래? 내가 반갑다고 악수나 함 하자 그랬는데 왜 찐드기처럼 들러붙고 그랴? 좋은 말 할 때 떨어져 나가시지?" 고집스런 라벨지, 들은 척도 않고 좋다고 들러붙어 있다
"정 그러면 내 다른 손으로 떼면 되지 머" 하고 호기롭게 오른손으로 떼내니 과연! 왼손에서 떨어지기는 했는데 이 번에는 오른손에 철썩 들러붙네? 정말로 난감해 하는 저 표정, "거 봐라 이 눔아, 너 내게 징징 대며 들러붙는 꼴이 딱 그랴~ 경험 하고 반성 하라굿! ㅍㅎㅎ"
저 녀석이 저걸 어떻게 처리하나 흥미진진 지켜보고 있자니 허걱! 제 손으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옆에 있는 쿠션에 대고 문질문질한다. 고양이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사진을 찍으며 보면 볼수록 신기방기 - 물론 사람의 손처럼 야무지고 부드러운 동작을 선 보인 것은 아니지만
저거 진짜 고양이 맞나? 새로 생각해 낸 방법으로 간단히 찐득이를 물리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봐라~ 내가 누군데!"
그러다보니 암 것도 아닌 상대에게 당황해 이 팔 저 팔 흔들면서우스운 꼴 연출한 것이 솔찮이 분했던가 앞에 떨어져 있는 놈을 다시 회수 하더니
"감히 내게 찐득거리며 들러붙다니 고얀 놈~~ 내 오늘 니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 주고야 말리!" 깨물깨물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가며 야무지게 숨통을 끊어 주시고 말았다.
저런 경우라면 사람 아이도 쉽게 해내지 못할 대처법을 생각해내다니 저 고양이 암만 생각해도 천재여, 천재! - 이 장면을 보고도 나더러 불출이라 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여 암만! - 하지만 테이프등 접착제가 묻은 것을 일상적으로 갖고 놀게 해서는 안 된다. 십중팔구 입으로 가져가 접착제를 핥아대기 때문 -
"붸~ 카지 마라, 힘들어 죽겠구만은~" 하시며 혀를 내두른다. 그람 다시는 끈적거리는 물건 내놓으라고 지롤을 하지 마시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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