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가을 준비 해야겠네~

예전에는 허름한 박스, 예쁜 박스, 텐트, 동굴 등등 아이들이 기어 들어가고 뛰어오르고 할 작은 집기들이 온 집안 전체에 널려 있었다.

그 중 사이즈가 넉넉하고 길어서 아이들이 가장 선호했던 종이박스를 이어붙여 만든 기차집,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1

집사가 흔들어 주는 장난감 잡기를 하며 그 기차집 안에서 놀던 철수 고양이 눈에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2

바로 맞은 편에서 "어이구 참 유치하게도 논다"며 엉아를 비웃고 있는 경철씨 표정이 딱! 띄어, "쥐똥만한 것이 또!!! 엉아를 비웃고 지롤여? 그렇잖아도 인간이 놀아주는 거 지겨웠던 판에 잘 걸렸다 너!"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3

사실 며칠 전부터 위태위태 거의 찢어져 있던 기차집 지붕을 집사가 살살 달래 겨우 끼어맞춰 눈가림을 해 놓았던 건데 철수씨 생각없이 올라서는 서슬에 푸쉭~ 꺼져버렸다.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4

그렇거나 말거나 얄미운 동생을 향한 동공어텍 똥꼬 흔들기 작렬.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5

그러나, 엉덩이 흔들기가 끝나고 앞으로 내닫기를 시도하자 마자 허무하게도 폭삭 내려앉아버린 기차집, 날아오르는 대신 철푸덕! 엎어지는 민망한 꼴이 연출 되자,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6

엉아의 행동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던 경철 고양이, 이 때다 하고 득달같이 달려와 쫘~악 편 손바닥으로 하늘 같은 엉아의 방뎅이를 찰싹! "에이고 이 사고 뭉치야, 집구석에 남아나는 물건이 없어!!!"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7

"무엄한지고!!!!!! " 아이들도 날고 기차집도 날고... 언제나처럼 싸움은 철수가 걸지만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8

언제나 늘 미끄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넘은 경철 고양이,넘도  헛손질 하는 넘은 철수다.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9

열나 무안해진 철 고양이, "할망구 니 때문이야, 다 니 때문이야아~~~!!!" 공격의 화살을 집사에게로  돌려 카메라 끈을 물고 늘어진다.

박스로 만든 기차집에서 잘 노는 고양이 형제  10

뛰고 날고 하느라 숨이 턱에까지 찬 경철 고양이, 헤 벌어진 입 사이로 "아따 데에다~~ 기물파손죄 다스리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리하여 지난 5월,  이틀간의 대공사 끝에 지었던 기차집은 허무하게 허물어지고 지금은 딸랑 두 개의 허름한 박스로 전락해 집안 여기저기를 전전하고 있다. 2012.08.03

 

이 날을 편집하며 돌아보니 날씨도 요즘 차츰 쌀쌀해지는데 예쁜 박스 몇 개 불러다 포근한 기차집이라도 지어 줘야겠구나는 생각이 5년이 지난 지금에야 든다. 그렇잖아도 더 쌀쌀해지면 아이들이 어딘가 들어앉아 게으름을 부리고 싶어하는 계절이라 무엇을 해줄까 궁리가 들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 동안 이사를 하면서 집이 좁아졌다는 이유로 아이들 관련 놀이터는 바구니와 캣타워 빼고는 모두 없애버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 생활환경이 말이 아니었구나 깨달아지는 것이다.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그대론데 집 사이즈가 삼분에 일은 줄어든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집사도 속이 갑갑했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쌓이는 미안함에 집구석 언제는 개판 아니었나, 좀 어질러놓고 살아보자 그래진다. 2017.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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