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허름한 박스, 예쁜 박스, 텐트, 동굴 등등 아이들이 기어 들어가고 뛰어오르고 할 작은 집기들이 온 집안 전체에 널려 있었다.
그 중 사이즈가 넉넉하고 길어서 아이들이 가장 선호했던 종이박스를 이어붙여 만든 기차집,
집사가 흔들어 주는 장난감 잡기를 하며 그 기차집 안에서 놀던 철수 고양이 눈에
바로 맞은 편에서 "어이구 참 유치하게도 논다"며 엉아를 비웃고 있는 경철씨 표정이 딱! 띄어, "쥐똥만한 것이 또!!! 엉아를 비웃고 지롤여? 그렇잖아도 인간이 놀아주는 거 지겨웠던 판에 잘 걸렸다 너!"
사실 며칠 전부터 위태위태 거의 찢어져 있던 기차집 지붕을 집사가 살살 달래 겨우 끼어맞춰 눈가림을 해 놓았던 건데 철수씨 생각없이 올라서는 서슬에 푸쉭~ 꺼져버렸다.
그렇거나 말거나 얄미운 동생을 향한 동공어텍 똥꼬 흔들기 작렬.
그러나, 엉덩이 흔들기가 끝나고 앞으로 내닫기를 시도하자 마자 허무하게도 폭삭 내려앉아버린 기차집, 날아오르는 대신 철푸덕! 엎어지는 민망한 꼴이 연출 되자,
엉아의 행동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던 경철 고양이, 이 때다 하고 득달같이 달려와 쫘~악 편 손바닥으로 하늘 같은 엉아의 방뎅이를 찰싹! "에이고 이 사고 뭉치야, 집구석에 남아나는 물건이 없어!!!"
"무엄한지고!!!!!! " 아이들도 날고 기차집도 날고... 언제나처럼 싸움은 철수가 걸지만
언제나 늘 미끄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넘은 경철 고양이,넘도 헛손질 하는 넘은 철수다.
열나 무안해진 철 고양이, "할망구 니 때문이야, 다 니 때문이야아~~~!!!" 공격의 화살을 집사에게로 돌려 카메라 끈을 물고 늘어진다.
뛰고 날고 하느라 숨이 턱에까지 찬 경철 고양이, 헤 벌어진 입 사이로 "아따 데에다~~ 기물파손죄 다스리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리하여 지난 5월, 이틀간의 대공사 끝에 지었던 기차집은 허무하게 허물어지고 지금은 딸랑 두 개의 허름한 박스로 전락해 집안 여기저기를 전전하고 있다. 2012.08.03
이 날을 편집하며 돌아보니 날씨도 요즘 차츰 쌀쌀해지는데 예쁜 박스 몇 개 불러다 포근한 기차집이라도 지어 줘야겠구나는 생각이 5년이 지난 지금에야 든다. 그렇잖아도 더 쌀쌀해지면 아이들이 어딘가 들어앉아 게으름을 부리고 싶어하는 계절이라 무엇을 해줄까 궁리가 들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 동안 이사를 하면서 집이 좁아졌다는 이유로 아이들 관련 놀이터는 바구니와 캣타워 빼고는 모두 없애버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 생활환경이 말이 아니었구나 깨달아지는 것이다.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그대론데 집 사이즈가 삼분에 일은 줄어든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집사도 속이 갑갑했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쌓이는 미안함에 집구석 언제는 개판 아니었나, 좀 어질러놓고 살아보자 그래진다. 2017.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