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만 11세 생일

10살만 무사히 넘기면 좋겠다던 집사의 소원은 깔끔하게 성취됐고 지난 한 해도 별 탈없이 지나 11살이 되는 건 누워서 떡먹기였다.

[11살 생일 기념일 - 막내 고양이 경철]

정말이지 손바닥 만한 햇살 아래에 앉은 우리 집 막내 고양이. 여전히 귀를 가려워하고 배를 오버 그루밍하고 있으며 수확되는 감자의 상태를 보면 무슨 약을 먹여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고 다 준비가 돼 있지만 약을 먹이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로 이유는 아이가 약 먹는 걸 죽도록 싫어해서 (집사 닮아 사소한 일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편) 이틀만 연거푸 약을 먹이면 집사와 마주치기만 하면 침대 밑으로 숨어 종일 나오지 않을 정도라 "그래, 우리 모두 통증만 없다면 걍 살 만큼만 살자"라고 마음을 먹은 지 좀 됐다.

[생일 축하 받는 고양이 표정 좀 보소]

생일 기념사진 찍히는 이 대장 고양이 표정 좀 보소~ ㅎㅎ 다행인 것은 고양이의 이런 표정은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별처럼 예쁜 눈동자를 가진 내 귀여운 고양이]

집사가 제 형에게 관심을 보이니 당장 달려와 앞을 가로막고 "엄니, 나는?" - 고양이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사람 아기처럼 행동한다. 집사가 잠시만 보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아 집사의 행방을 모르는 경철이는 온 집안을 울고 다니고 행방을 알 때는 두 녀석 모두 그 문 앞에 앉아 집사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아마도 어떤 자극도 없이 세 식구만 세상의 전부인 걸로 평생을 살아 다른 고양이들보다 집사에게 더 집착하는가 싶다.

[대장 고양이 칼 눈]

이것도 햇빛이라고 정면으로 빛을 받고 있는 대장 고양이의 눈동자가 ㅎㄷㄷ~

[엉덩이를 맞대고 엎드린 고양이 형제]

며칠 전 모습이지만 5월인데도 북향인 이 집구석은 아직도 아침에 잠깐씩 보일러를 돌려야 할 만큼 공기가 쌀쌀하다, 바닥은 발이 시릴 정도고... 그러니 이 녀석들이 찾은 자구책은

[오랜 만에 다정한 고양이 형제]

서로 엉덩이를 붙여 체온을 나누며 침대 위에 엎드려 있는 것. 너무 춥고 너무 해가 적게 들어 아이들에게도 내게도 좋지 않아 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던 중 완전 남향인 집으로 이사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 일에 내 능력 부족으로 실패하고 꽤 오래 마음앓이를 하다가 아직 인연이 아닌 것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이 집에서 죽어도 그만이다,라고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털이 다시난 대장 고양이의 배]

철수의 배털은 완전히 모두 다시 났고 이제 길이만 회복되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털 길이도 집사의 육안으로는 서서히 회복되는 있는 것이 보여 꾸준히 약을 먹이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12년째를 함께 보내고 있다. 건강하자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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