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람이 되어 간다

요즘은 가끔씩 고양이도 사람처럼 80까지 살 수 있다면 웬만한 사람이 하는 사고능력 쯤은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개는 고양이 형제가 그루밍을 할 때와 집사가 약그릇을 들고 들어올 때 느끼는 것인데 특히 약그릇은 개처럼 냄새에 그리 민감한 것도 아니고 약 담은 그릇이라 특별히 다르게 생긴 것도 아닌데 밥 가져올 때, 약 가져올 때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두 녀석 모두 줄행랑을 놓거나 앵앵거리며 따라오는 등의 다른 반응을 보면 도대체 이 넘에 고양이 형제들이 어디까지 인간화 될지 나날이 궁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탈모 부위를 그루밍 중인 철수 고양이]

철수 고양이가 탈모가 진행 된 다리 뒷부분을 열심히 그루밍하기 시작한다. 이 집에 이사 오고부터 시작 된 철수의 탈모 때문에 지금까지도 시간시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실컷 그루밍을 한 다음 입맛을 다시는 철수 고양이]

특히 탈모 부위에 그루밍이 시작 되면 집사는 고양이의 본성이라 대놓고 말리지는 못하지만 몰래 한숨을 삼키며 아이를 관찰하게 되는데 이 날도 실컷 그루밍 하는 모습을 속을 끓이면서도 한 마디도 않고 사진으로 담고만 있었다.

[집사 눈치를 보는 철수 고양이]

그런데 이 똑똑한 고양이 시키, 뭔가 쎄에~ 하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문득 집사를 돌아봤다가

집사를 외면하고 입맛 다시는 고양이

"에이씨, 또 들켰네" 당황한듯 집사를 얼른 외면하고 입맛을 쩝! 다시더니

[집사 눈치를 보며 다가오는 철수고양이]

"엄니 내가 잘못 했슈~" 하듯 눈치를 보며 다가온다. 마치 사람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고 지 엄니 눈치를 보며 살살 달래보려고 하는 것처럼 저따구 표정으로 집사에게 다가온다.

이런 넘을 어찌 혼 낼 수 있으랴, 더구나 탈모가 제 잘못도 아닌데... 신기한 것은 제가 그럴 때마다 집사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을 확실하게 아는듯한 눈치라는 것이다.

[귀를 그루밍 하는 경철 고양이]

이제는 경철 고양이다. 이 녀석 또한 오랜 기간 귓병을 앓고 있어 귀가 가려운 시늉만 하면 인간의 신경이 송곳처럼 곤두서는데

귀가 가려워 그루밍 중인 고양이

특히 한 쪽 귀만 계속 그루밍 할 때는 심장까지 철렁철렁 할 정도이다. 이 날도 오른쪽 귀를 그루밍 할 때는 고개가 돌아가있어 집사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이 귀가 특히 심했기 때문에 저러고 있으면 참말로...)

당황한 기색의 고양이

왼쪽 귀에 그루밍을 시작하려다 "어라? 엄니가 보고 있었네...?" 살짝 당황한 기색이더니

그루밍을 그만 두고 정좌하는 고양이
[나 그루밍 안 했어요~]

이내 손을 내리고 "쩝!" 입맛을 다시며 그루밍을 포기한다.

[집사의 다음 행동을 예상하며 긴장한 경철 고양이]

이럴 때 집사가 타이밍을 잘못 맞춰 움직이면 호다닥~ 침대 아래로 숨어버린다. 왜냐하면 제 귀가 가려울 때 뒤따라 오는 것이 귀청소라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사도 그것이 그냥 예사로운 그루밍인지 귓병 때문에 하는 것인지 정도는 가늠할 줄 알게 됐다 이 넘아~

그리고 다른 시간, 지난 여름 한 동안 이 녀석도 배를 오버그루밍 해 철수와 같은 탈모를 겪게 되나 노심초사 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 때는 집사가 정말로 속이 타 뱃살을 그루밍 할 때마다 다가가 치켜든 저 다리를 내리고 내리고를 반복 했고

다리를 들고 뱃살을 그루밍 하는 고양이

영양제를 줄인 후 더 이상 오버그루밍을 하지 않아 (영양제가 맞지 않아 속이 안 좋으면 배를 그루밍 하는 듯했다) 더 이상 간섭을 않는데도 이런 자세로 하체 쪽을 그루밍 할 때는 잊지않고 집사 눈치부터 살피다가

[반성모드로 들어간 경철 고양이]

제 풀에 그루밍을 포기하고 두 손까지 얌전히 모으고 앉아 "지가 잘못했슈 엄니~" 자세를 만든다.

 

고양이 형제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편해지는 것 또한 점점 많아지는데 시근까지 멀쩡해서 집사의 날카로운 신경으로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는 똑똑하고 예민한 딱한 내 시키들... 이런 녀석들을 보면서 80까지 사는 고양이가 없어 그렇지 정말 인간 만큼 살 수 있다면 웬만한 인간 노릇은 하며 살지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 때가 많다. 그러니 고양이라고 또는 강아지라고 함부로 대하는 일은 더 안 봤으면 좋겠다, 고양이에게 오렌지 모자를 씌운다거나 개 목줄로 쥐불놀이를 한다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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