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과일과 옛날과자 그리고 김장김치 - 행복한 먹을거리들

나는 이것저것 여러가지 먹을 것을 쌓아놓고 오며가며 줏어먹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반찬도 1식1찬 그리고 1일1대식(大食)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영양실조 같은 증상에도 잘 시달리고 변비에 시달리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밥을 한 끼 배 터지도록 먹으면 다른 것에는 거의 일절 관심이 안 가는 습성이지만 이번에는 약을 먹어도 해결이 되지 않는 변비증상 때문에(이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운이 나쁜 날은 가스 방출도 안 돼 아랫배만 풍선처럼 빵빵해지기도 한다) 차전피니 사과섬유니 등을 먹어봤지만 내가 먹는 양으로는 턱도 없는듯 오히려 더 심해지는 느낌이라 그 간의 경험 중 가장 자연스런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제철 과일인 감귤을 20kg이나 주문 했다.

제철 과일 감귤[왁스 처리를 하지 않은 귤이어서 끝까지, 하나도 물러지거나 몸 전체가 곰팡이로 변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고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상해 나가는 것이 거의 없다]

살림을 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10kg에 2만 원이면 싼 것인지 비싼 것인지 모르고 작은 언니가 싸다길래 그냥 샀다가 다음 날 올킬에서 만 원짜리를 발견하고 다시 10kg를 주문해 도합 20kg를 변비 방지용으로 사게 됐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인지 나중 것도 왁스칠은 안 했지만 덜 신선한 것이었다. 

왁스 처리를 하지않은 조생종 감귤[감귤에 왁스코팅은 십수 년 전부터 금지 됐는데 왜 농민들은 아직도? 그런 귤은 집에 도착하면 2~3일 후부터 내려앉기 시작해 금새 곰팡이 덩어리가 된다. 조생귤보다는 한겨울 귤에 한층 더 심한 것을 보면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일까, 요즘에는 아무도 그런 귤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굳이 그렇게 하는지 그것이 알고싶다]

아무튼 이렇게 나름으로는 산더미처럼 산 감귤을 하루에 열 개 정도씩 의무적으로라도 먹어주니 엄청진 변비 개선효과가 생겼다. 감자, 고구마, 위에서 말한 차전자피, 사과섬유 다 소용 없더니 사과, 귤은 내 몸에 맞는듯 제대로 반응을 해주어 그나마 해결책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옛날과자 2kg에 9천 원[옛날과자 2kg에 8900 원]

그리고 무슨 일인지, 진짜로 평생 처음으로 내 돈 주고 내 손으로 옛날과자를 사들였다. 뭐랄까 "정다워서 따뜻한 느낌"의 탄수화물이 급 당기는 느낌, 그런 것이 있었기 때문인데 얼마나 당기는지 이걸 기다리는 이틀이 길어도 너무나 길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런 싸구려 탄수화물 먹어도 되는 것이냥?" 하듯 고양이 형제가 과자를 빙빙 싸고 돌면서 꼼꼼히 검사를 한다.

파래 묻힌 옛날과자[센베이 - 일본 말이지만 우리 세대는 다 그렇게 불렀다. 그리고 일본에서 건너온 과자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이 없다. 이건 독도나 위안부 문제와는 다른 것이고 강점기를 떠올리게는 하지만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로, 지우려 한다고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므로]

하얀 것이 생강과자인데 이것이 원가가 많이 들고 공정이 까다로운지 상자당 5~6개씩 정도밖에 들어있지 않아 아쉬웠다, 옛날과자 종류 종 가장 좋아하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파래인지 김인지를 묻힌 저 과자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에 번지는 해초류의 상큼한 바다맛이 반짝 기분을 좋게했다. 이렇게 싸구려를 사들여도 어린 시절에 먹던 그 느낌 그대로였지만 내가 진짜 어리던 시절에는 이 과자들이 모두 제과점에서 팔리던 고급스러운 것들이었고 사실로 우유나 달걀 등이 더 들어갔었는지 지금보다는 뭔가 덜 밀가루스러운 느낌이 있는 것들이었다.

도자기 컵에 담은 김

그리고 김장김치와 김. 작은 언니가 보내준 김치인데 김치 써는 것도 귀찮아하는 내 특성을 감안해(내게는 도마도 엄서요~) 아예 썰어서 버무려 보내 줬다. 김장답게 양념을 진하게 해서 오랜만에 맛있게 먹고 있다 - 작은 언니는 강원도로 시집 가더니 시댁 입맛에 맞추느라 그런지 음식맛이 변했다 - 그리고 김을 꽂아놓은 저 컵도 작은 언니가 만들어 준 것인데 일반적인 사이즈의 머그컵으로 만들어졌지만 한 자리에서 리터 단위로 커피를 마시는 내게는 너무 작아 이런 식으로 용도를 그때그때 달리해 반찬 그릇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김에 흰밥 과 김치를 싸서 먹으면 맛있다

굽지 않은 김에 흰밥 찌끔 올리고 김치 두툼하게 올려서 먹는 그 맛이란! - 여태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김밥이었다. 누군가 먹방을 할 때도 다른 건 안 당기는데 김밥만큼은 매번 그렇게 따라서 먹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불끈한 걸 느끼고 아아~ 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내내 김밥김 한 봉지를 한 끼에 쓱싹 해치우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싫증이 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혈액순환이 나쁜지 신장 또는 심장(이건 좀 안 좋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이 안 좋은지 손발과 얼굴이 잘 붓는 편인데 요즘은 김치도 고봉으로 밥도 고봉으로 먹어대 아침에 일어나면 손도 땡땡 눈도 땡땡, 심지어는 눈에 물주머니를 달았다, 할 정도로 물이 비칠듯 부어있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김치김밥을 한 동안 먹으며 지낼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은 세상에서 젤 맛있게 느껴지는 게 이 조합이니까 ㅎ~


이상, 요즘 뜻밖에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남들이 보면 웃길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먹을거리 예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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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2020.11.28 07:42 신고

    김장김치와 밥과 김은 .. 최고의 조합이죠!

  • 2020.12.02 19:50 신고

    저도 귤과 생과자 참말로 좋아해요~~ 남편 당뇨로 잘 못 사먹지만요~ㅋㅋ
    김치 때깔이 아주 죽여줍니다요~~ 맹김에 싸먹음 기가 맥히지요~ㅋㅋㅋㅋ ^^

    • 2020.12.02 19:53 신고

      아, 저 김밥은 진짜로 맛있어요. 동네 마트에는 백 장들이 김을 팔지 않아서 온라인으로 구할 정도로 푹~ 빠져 있어요 ㅎㅎ 그런데 귤은 까는 거 귀찮아서 별로 안 먹었는데 별 수 없더군요, 배수관이 막히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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