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보는 것도 아까워서 보여주기도 아까운 내 냥아치 시키들

사람 자식도 그러려나, 사람 엄마 노릇을 해 본 일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 고양이 시키들, 날이 갈수록 바라만 봐도 너무나 소중하고 아까워서 이제는 블로그에 내놓기도 아깝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든다. 그 이유야 구구절절 많지만 각설하고,

택배상자 속에서 그루밍 하는 고양이

며칠 전에 택배 상자를 5개 사서 조립했다. 택배 보낼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집이 곰팡이 집이라 장농을 열면 곰팡이까지는 아니어도 습한 냄새가 나서(아마도 장농 뒤에는 곰팡이가 붙었으리라 짐작 된다) 그 곳에 있는 자주 입는 옷들을 빼서 늘 뽀송뽀송한 편인 침대 아래에 보관할 생각으로 높이, 넓이를 세심히 계산해 골랐는데 골지가 너무 얇았다. 

아무튼 구입한 것이니 한동안이나마 쓰려고 조립을 해놓으니 집사 손을 거친 것이면 무엇이든 안전하다고 믿는 냥아치 철수가 살피지도 않고 냉큼 들어가 쩍벌을 하고 민배를 그루밍 하기 시작한다.

반면 이 소심한 냥아치는 이제 제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제 형이 하는 짓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박스 냄새 한 번 안 맡아보고 발길을 돌려버린다... 

개구장이 아기 고양이

아기 때는 무엇이든 눈에 띄면 호기심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위험하건 말건 머리부터 디밀어

비닐 봉지 속으로 들어간 아기 고양이

지금까지도 에너지가 넘치는 철수보다 늘 한 발 앞서 개구진 짓을 하던 녀석이었는데... 세월 따라 내 고양이가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 눈에 띄는 요즘이라 이 녀석들이 보여주는 모습 하나하나가 점점 더 아깝고 소중해지고 있다.

다리를 180도로 쩍벌하고 처음 보는 상자에 편안히 들어앉은 민배 고양이 철수는 저러는 제 동생이 참으로 이상하다.

상자를 건너 동생에게 다가가는 형 고양이

철수 - "너 왜 그래? 들어와 놀자아~"

경철 - "엄니, 야아 또 나 괴롭혀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고양이 형제

경철 고양이는 제 형이 또 괴롭히려 다가온다 여겼는지 입맛을 쩝쩝 다시며 입술을 핥는 것으로 "더 오지 마라, 놀기 싫다!"는 표현을 한다. 다행히 철수도 금새 그 신호를 받아들인듯 가던 걸음을 멈춘다.

메롱, 혀를 내미는 고양이

"휴우~ 살았다..."

제 형의 시선을 피하는 하얀 고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형이 더 다가올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른 시선을 비켜버린다. 두 녀석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달라 집사로서는 두 녀석 모두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합이 안 맞는, 한 마디로 사이가 별로인 형제로 키운 것이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내가 잘못 키운 탓'이라는 죄책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박스가 흥미로운 고양이 형제

경철 고양이, 그래놓고는 고양이 삼신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내내 박스에 눈을 꽂아놓고 있는 것이 관심이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아, 그런데 왜 들어가지를 않는 것이여~?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고양이 형제

그렇게 눈을 꽂아놓고 있다가 엎드려 있던 제 형이 고개를 드니 얼른 저도 고개를 돌려버린다. 마치 애초에 박스 따위 보고있지도 않았다는듯.

제 형을 외면하는 동생 고양이

그리고는 혹시라도 제 형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시선을 저 높은 곳으로 처리해 철벽 같은 방어막을 친다.

다리를 그루밍 하는 태비 고양이

한 편, 철수 고양이도 경철의 동태에 관심 없는 척 했지만 내내 옆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던듯 짐짓 그루밍을 하는 등 박스 안에서 제 동생을 유혹하는 여러 동작을 보이다가 

등을 돌리고 앉아 동생을 보고 있는 형고양이

끝내는 그 짓도 기운이 빠지는지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스코티쉬폴더의 자세로 앉아 "동생아, 너 왜 그래?" 하듯 바라본다. 경철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 이럴 때 같이 놀아주는 상대가 없어 쓸쓸해 보이는 철수 고양이의 뒷태가...

입술을 핥으며 제 형을 경계하는 하얀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내가 뭘? 쩝!" 하며 저를 좀 내비 두라는 신호를 입술로 보낸다.

멍 때리면 앉아있는 하얀 고양이

"경철아, 박스에 왜 안 들어가봐?" 집사가 물으니

집사의 눈을 피하는 고양이

"엄니, 내 나이가 몇 갠데 저런 데 드가서 놀라고 하시오?"라고 대답하는 듯한 눈빛이지만 이런 소극적인 태도도 나이가 들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려니 하는 생각이 들어 이 냥아치 형제들과의 일분일초 그리고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새삼스레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러다 끝내는 나 혼자 바라보는 것도 아까워 이 소중함을 모르는 남들에게 보여주기는 더더욱 아까워~ 이런 웃기는 생각에 빠져있는 요 며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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