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빨간 앵그리 사과와 분해서 분 난 감자

철수 고양이가 중문 앞에 목 매달고 앉아 기다리던 즈들 큰이모가 사과와 감자를 챙겨 준다고 철수의 기다림과는 달리 번개처럼 다녀갔다. 

농약 없이 기른 빨간 사과들

감포에서 거의 무농약으로 키워 크지는 않지만 껍질째 먹을 수 있어 변비개선에 큰 도움이 되는 정말 맛있는, 계절마다 얻어먹는 사과인데 진짜로 껍질 채 먹었을 때 다른 사과에서는 흔히 나프탈렌 냄새 같은 것이 나기 마련인데 이건 물로만 씻어도 농약 비슷한 냄새는 하나도 나지 않는다.

사과와 도자기

마침 고양이 형제의 작은 이모가 지난 번에 보내준 밥그릇이 딱!이라고 했더니 비슷한 도자기 그릇을 6개나 더 보내 줘 (더 깊은 것도 2개 있었는데 그건 큰 언니가 접수) 이 넘과 울온냐 솜씨 자랑질 하려고 한컷 - 사실 내가 쓰는 그릇은 99% 작은 온냐가 만든 것이다.

단단하고 빨간 맛있는 사과

그리고는 얼마나 맛있어 보여 볼 빨간 넘의 유혹을 못 이기고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아따 그 넘, 괜히 빨간 게 아니라 앵그리 사과였던듯 과육이 어찌나 단단한지 앞니 나갈 뻔 했다.

분이 많이나는 평창 분감자

그리고 이건 작은 이모에게서 와서 큰 이모를 건너 내게로 온 얼마 전 홍보를 한 적이 있는 ([사람] - 아, 장사하자~ 고랭지 평창 감자, 배추 사 가셔요, 막 사 가셔요~) 강원도 평창산 분감자. 어찌나 분이 나는지 삶아서 남비 채로 살살 흔들어 주면 껍질이 살짝 까지면서 분이 일어난다는 건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 흉내를 냈두만 어찌나 들입다 흔들었던가 감자 한개는 옷을 완전히 다 벗고 아주 조막만해져 나왔다 ㅋㅋ, 글케 흔들어 대니 어찌나 분이 났는지 분감자!

저절로 흩어진 삶은 감자

냄비에 분을 내며 자빠져 있는 것들을 긁어 모으니 웬만한 사람 한 끼 식사는 느끈히 될만치나 털려 나왔다. 그래서 또 하나 배웠다 - 분감자를 삶고는 디지게 흔들 필요가 없다는 것.

감자를 싹싹 비운 빈 그릇

희한하지, 고구마는 식어도 맛있는데 감자는 식으면 맛이 없다. 배 고픈 시간도 아니고 소금조차 안 넣고 삶은 감자인데 식기 전에 맛있어 하며 먹어야지, 마음 단디 먹고 다 해치워 버려뜸. (그림에 보이는 모든 그릇, 숟가락까지 작은 언니 작품~^^)

새송이 버섯 볶음

그렇게 간 없는 탄수화물을 먹고나니 짠 맛이 당긴다. 냉동고에 들어있던 버섯을 꺼내 걍 주욱죽 손으로 찢어 올리브유에 간장 마늘 그리고 큰 언니 비법 양념장을 넣고 볶았다. 

어떤 사람들은 버섯을 그냥 냉동하면 으깨진다고 데쳐서 냉동 하라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종류의 버섯도 으깨지지 않고 오히려 훨씬 더 쫄깃쫄깃해진다. (나는 손이 큰 큰언니가 하도 버섯을 많이, 여러 종류로 자주 갖다줘서 냉동을 자주 해봐 경험으로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냉동하면 영양가가 높아진다는 말도 하는데 진실은 모르겠다. 아무튼 내 입에는 냉동 버섯이 식감이 훨씬 좋다. 그래서 나는 냉동을 한다. 

오랜만에 차린 한 끼 밥상

이렇게 삼백 년 만에 반찬까지 만들고 보니 때아닌 시각에 밥상이 차려지고 말았다. 오늘은 진짜로 밥 비슷한 것도 있다. 저어기 위에 무슨 죽이라더라, 양반죽? 양반 아니라 상놈죽이라도 내가 끓이지 않고 배 불릴 수만 있다면 뭐든 OK다. 울 작은 온냐는 워낙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 더러는 저렇게 끼니를 때우기도 하는 모양이다 ㅜ.ㅜ

버섯볶음과 죽 한 그릇

데우기도 귀찮고 열어보니 스프와 참기름이 들어있는데 그것 뜯는 것마저 귀찮아 넣지 말까 하다가 넣으면 더 맛있게 먹겠지, 하고 넣고 한 컷. 밥과 반찬, 이런 밥상을 차린 게 정말로 몇 달 만인지 아니 어쩌면 해를 넘긴건지, 암튼 오랜만이라 기념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양반죽, 명성에 걸맞게 내용도 제법 알차서 한 끼로 충분하고 맛도 있더라.

깨끗이 비운 한 상

버섯과 죽 싹 다 비우고 빈 그릇 쌓아놓은 장면도 찍었는데 어딨더라... 없어졌다! 했는데 아직 카메라 안에 들어앉아 있었음 ㅎ~ 이상, 볼 발깐 앵그리 사과와 분해서 분 난 감자를 온냐가 만들어 준 그릇에 담아먹고 행복했던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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