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화 난 것 달래려고 간식 주니 간식만 먹고 계속 화 냄

경철 고양이의 귓병은 오랜 지병이다. 이개혈종 수술까지 할 정도로 심했지만 완치라는 느낌은 해가 넘어가고 또 넘어갈 지경인데도 받을 수가 없다.

귀가 몹시 가려운 고양이

그래도 요즘은 챙겨 먹이는 영양제들 덕분인지 (하도 여러 종류를 먹여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이 많은 종류에 대해서도 숙고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많이 나아져 꽤 오래 '재발'이라는 확실한 단어를 쓸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시시때때로 이렇게 가려워 하고

고양이 귀청소

귀청소를 하면 이 정도까지는 역시 꾸준히 귀지가 묻어 나온다. 이마저도 생지롤발광, 소리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집사 성에 차게 깨끗하게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하도 소리를 질러 까딱하면 고양이 학대 한다고 신고가 들어갈까 무서울 지경이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일주일에 2~3번 해야 했던 것을 요즘은 본묘가 가려워 못 견뎌할 때만 하므로 일주일에 한 번 내지는 두 번 정도만 해도된다는 것이다.

동생에게 다가가는 형 고양이

경철 고양이로서는 세상 가장 몹쓸 짓을 당하고 바구니에 들어앉아 분을 삭이고 있는데 이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형이란 넘의 고양이, 이렇게 보무도 당당하게 동생을 향해 직진한다.

형의 공격에 깜짝 놀란 동생 고양이

꼭 이런다. 경철이 소리소리 지르며 귀청소를 당하면 무언가 대단한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철수 고양이가 경철을 괴롭히려 한다. 약육강식의 본성을 따르는 동물의 세계라지만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그렇다고 철수를 혼 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화난 얼굴의 고양이

이미 경철 고양이는 멀리 달아났고 철수는 바구니 위에 올라서서 도망간 동생을 노려본다. 그런데 경철이는 철수가 귀청소를 해도 공격 같은 건 꿈도 안 꾸는데... 사람도 그렇듯이 고양이도 타고난 성향이 있으니 매사에 반응도 다른 모양이다.

분하고 긴장 된 표정의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그렇게 형에게 쫓겨서 의자 밑으로 숨어 정말로 씩씩 숨을 몰아쉬며 분을 삭이고 있다.

간식 먹고 입술을 핥는 고양이

이럴 때 약이 있긴하다. 바로 동결건조 북어 트릿. 이마저도 정말 화가 났을 때는 "흥, 내가 이따위 먹을 것에 넘어갈 줄 알고?" 하는 것처럼 피해서 나가버리지만

좋아하는 간식을 먹는 고양이

이 날은 귀청소가 짧았기에 그나마 견딜만 했던 모양인지 5개를 줬는데 입맛을 다셔가며 옴뇸뇸 드시기는 하는데 내내 표정이 더럽게 기분 나쁘고 화 났지만 집사 성의를 생각해 간식은 먹어 주겠소, 이다

간식을 먹고도 여전히 화난 고양이

표정은 여전히! 마지막 한 개 남은 가장 작은 조각은 결국 안 먹고 계속 저렇게 화 난 얼굴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내 느들을 우짜쓰까... 집사 가슴은 정말이지 미어진다.

캣폴에서 그루밍 하는 고양이

봄, 여름을 지나면서 좀 나아지는 듯 보였던 철수의 탈모와 가려움은 매 년 그렇듯이 추위와 함께 더 심해져 이제 배를 그루밍하면 벅벅 가죽 긁는 소리가 날 정도로 털이 다 빠져 버렸다. 그리고 요 사흘 새 구토를 세 번이나 해 정말로 이러고 있어도 되는 일인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영양제를 줄여보는 것 뿐이다. 이 아이는 영양제가 좀 과하다 싶을 때 구토를 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인데 제발 그것 뿐이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고양이 형제가 좋아하는 츄르

사흘인가 나흘인가, 생각지도 못했던 쉬운 아르바이트를 잠깐씩 하고 여윳돈이 생겨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묘환을 열 개 세트로 살 수 있었다는 것. 비싸도 너무 비싸서 아무리 좋아해도 다시는 먹일 수 없을거라 생각 했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지만 이 신묘환이라는 츄르도 효능을 믿고 먹이는 것은 아니다. 수분이 95%인데 거기다 나머지 5%에 연어까지 들어갔으니 약효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그저 다른 츄르보다 성분이 그나마 낫고 아이들이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니...ㅎ;; (혹시 다른 집사들께 팁이 된다면 - 우리 아이들은 신묘환을 더 맛있어 했다)

고양이 간식 북어트릿

그리고도 아르바이트 한 돈이 남아 북어트릿까지 예비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철수 고양이는 생선 종류는 거들떠도 안 보던 아이였는데 조류로 된 동결건조 간식을 싹뚝 끊고 보니 이것이라도 건사료에 뿌려 달라고 앙탈을 부린다는 것. 안 뿌려주면 건사료를 먹으러 왔다가도 그냥 가는 꼴을 보니 딱하기도 하고 푸시싯! 웃음이 나기도 한다. 

화를 참는 고양이 표정[경철 고양이, 아까 간식 하나 남기고 이 바구니로 달아나 여전히 이 표정, 이 아이가 분을 삭일 때 짓는 특유의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앉아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죽지 못하면 모두 제게 주어진 조건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마련인가보다. 죽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렇게 견디고 적응하는 우리 세 식구를 보며 절실히 깨달으며 남은 하루하루 소중하게 여기며 살자꾸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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