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형제, 몸에 좋을법하고 입에도 맞는 츄르를 발견 했지만 집사는 주말 내내 이것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십수 번 반복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푼돈일 수 있지만 나는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데 역시나... ㅎ;;
처음 먹는 것이라 어쩌다 잘 먹겠다 했는데 열 개의 스틱을 다 먹어치우도록 여전히 잘 먹고 오히려 윤활제로 발라주는 것이 먹고 싶어 약 먹는 시간을 기다리는 눈치이기까지 하다. 눈물을 머금고 이 물건은 시식한 것이 전부인 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사놓았던 입에 안 맞는 츄르들도 많으니까 그것들이 윤활제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수고양이는 쥐돌이 한 마리만 있으면 하루 종일 껴안고 간간이 그루밍도 해주고
수 틀리면 송곳니 사이에 끼워 도리도리 고개를 돌려가며 쥐돌이를 짓이기기도 하고
또 더러 뱉아내서는 "이 눔 시키!"라며 난데없이 따귀를 날리기도 한다.
그래도 말을 안 듣고 팔짝팔짝 때리는 대로 뛰어오르며 반항을 하니 아예 입에 물고 손까지 받치고 "이 넘 시키, 함 죽어봐라"며 아그자아그작 하신다.
나도 이렇게라도 분풀이 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 ㅎㅎ. 인간이라 생겨나 겪어야 하는 일들이란 참...
엄니, 고양이가 쥐돌이 하나 갖고 노는 모습 보면서 너무 멀리 가는 거 아뉴? 집사의 생각을 읽었는지 갑자기 잘 물고놀던 쥐돌이를 뱉아놓고 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맞다. 고양이로서는 황당할 것이다. 인간도 지금 겪고 있는 이 일들이 황당해서 어디라도한 마디 하고자바 그런 것일 뿐여...
그리고는 쥐돌이를 저 멀리 강슛으로 던져 놓고는 제가 2002년의 골든골을 성공시킨 안정환이나 되는 줄 아는지 혼자 좋다고 깔깔 웃어 제낀다.
아무튼 우리 고양이, 집사가 기운 달려 신나게 놀아주지도 못하는데 혼자서나마 쥐돌이 하나 가지고 저렇게 놀아주니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우리 고양이, 그 시절의 안정환처럼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잘 논다 잘 논다 잘 논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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