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왔드아~~~! 예전에는 택배가 오면 고양이들이 젤 싫어 했는데 (왜냐하면 코로나 이 전에는 아저씨들이 문을 쾅쾅! 하셨기 때문에 집사는 "두고 가셔요~~~" 큰소리로 대답하고 등) 요즘은 알림톡 받고 집사가 스스로 문 열고 가지고 들어오니 거의 현관까지 따라 나올 정도로 평화롭다. 아무튼 그렇게 강원도 청정산골에서 택배가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금그릇" - ㅎㅎ 평범한 도자기인데 왜 금그릇이라 하는고 하니 이건 우리 고양이 형제 이모가 야아들 밥그릇으로 직접 만들어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 형제는 평생을 두고 즈 이모 도자기 밥그릇만 썼는데 옛날에 한 이웃이 "고양이에게 이런 럭셔리한 밥그릇을?!" 하셔서 이것이 금그릇이라는 걸 그때야 깨달았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럭셔리 고양이 밥그릇)
그런데 울 온냐, 도자기 만든지는 오래 됐지만 쉬는 시간이 중간중간 넘 길어 실력향상 따위는 기대도 안 했는데 이 그릇을 보니 @@* 작가로 데뷰해도 손색이 없겠슈~ (본인은 대충 만들어 미안하다지만) 금그릇은 사이즈도 딱 맞고 깊이, 넓이, 무게 모두 - 이런 정도의 "대충"은 10개, 20개라도 언제나 환영이어요~
명이나물이니 오리니 직접 담근 김치, 깻잎 등을 잔뜩 보내왔다.
그 중 반가운 것은 아조 성질 사납게 생긴 온냐네 텃밭 고추! 아주 제대로 매워 보이지만 내가 아는 작은 온냐네 고추는 생긴 것과 아주 다르게 맵지는 않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역시나'! 아주 찌끔 "나 그래도 명색이 고추요!" 하는 정도의 매콤함이 뒷맛에 남는다. 내가 청양고추도 고추장에 찍어먹을 정도로 매운 걸 잘 먹어서 일반적으로는 매운 것인데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추운 지방에서 오는 채소들은 유난히 아삭한 특징이 있다.
"이거 뭐 먹을 만한건지 검사 좀 하자~" 두 고양이 넘들이 어찌나 알뜰살뜰 검사를 하시는지
베어물은 고추에 혹 코라도 닿아 맵다고 난리가 날까봐 훠이훠이 손을 저어 두 녀석 모두 쫓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고 오후 4시 넘어 차린 집사의 첫 밥상. 택배로 온 반찬들을 맛보고 싶었지만 하필 전날 큰 언니에게 빈 반찬통을 모두 돌려줘버렸기 때문에 비닐에 싸여 온 저것들을 풀면 보관 때문에 눈 앞이 캄캄해 일단 풀지 않고 모두 아주 커다란 반찬통에 넣어 냉장고로 보내고 풋고추만 시식. 저 중에 꼬다리가 약간 검어진 며칠 묵은 건 큰 온냐 텃밭에서 온 매운 고추~
나는 식사라고 해서 꼭 밥을 먹어야 하는 쪽은 아니므로 처음에 저렇게 있는 빵, 혹시 모자랄까봐 단팥빵까지 대기시켜놓고 막걸리 맑은 물로 식사를 시작 했다가 아무래도 단백질이 계란으로는 모자라는 느낌이라 전 날 큰 온냐가 사다준 생물 오징어를 걍 전자렌지로 꾸들꾸들하게 익혀 고추장에 찍어 안주겸 단백질 보충! - 이렇게 오징어는 물론 단팥빵 까지 싹쓸이 하는 성과를 올리며 불금 하루를 보냈는데 내 금쪽 같은 고양이 형제에게 금그릇에 똥 담아 먹이는 재미가 특히 쏠쏠 했다.(이 이야기는 내일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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