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아둥바둥 할 것 있냥...?

많은 일을 겪은 하루였다. 일을 겪었다기보다 한 두가지 에피소드에 늘 새기고자 하지만 늘 잊고 지내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날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세상에는 아무리 내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기어이 내 것이 되지 않는 것은 원래 내것이 아니었던 때문일 수도 있고 남들은 당연히 다 가지는 것인데도 내게는 어찌해도 돌아오지 않는 무엇은 내가 그것을 애초에 가질 운명을 아니었던 탓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못마땅한듯 입술을 핥는 고양이

그런 진리는 이 고양이 형제를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깨달으면서도 다시 인간 사회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똑같이 개춤을 추며 아둥바둥 영원히 살 것처럼 추태를 부리는 자신을 보게 된다, 결국 정신 차리고 보면 밥 한 끼도 제대로 사 먹을 수 없는 정도의 가치를 두고서도 말이다... 마음이 이래서 가난한 것이라고 반성하지만 어쨌든...


모두가 자리를 잡고 잠자리에 들 참이었는데 이 하얀 고양이가 입술을 핥으며 두리번두리번 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

눈을 가늘게 뜬 고양이

그리고 마침내 침대 위에 올라와서까지 이렇게 못마땅한 시선을 꽂아놓고 있는 곳과 이유,

집사 팔을 베고 편안히 잠든 고양이

맨날 집사 무릎 위에서 잠을 자던 철수 고양이가 왜 이 날따라 집사 팔을 차지하고 있느냐고오~? 집사 팔이란 모름지기 태고적부터 경철 고양이의 것이었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사라는 인간이 이렇게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아이를 경철 고양이가 저런 시선을 보낸다고 해서 깨워서 내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리고 이 팔이 경철이 것이라고 딱지가 붙어 생겨난 것도 아니고 말이다 - 이 또한 신 또는 운명의 섭리인 것이 늘 내것이었더라도 어떤 이유로든 내 손에서 떠나면 그 순간부터는 내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경철아, 지금 이 팔은 네 것이 아니야...

가만히 생각에 잠긴 고양이 옆모습

집사 말이 섭섭 했을까 (하지만 집사도 느들 보면서 진리를 차츰 깨치는 중이여) 등 돌리고 오래오래 생각에 잠겨 앉았던 하얀 고양이

갑자기 일어서서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고양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등을 돌리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 아 이 넘 자슥아, 네가 집사 사진 찍는 실력을 몰라 그렇게 갑자기 벌떡 일어나냐? 덕분에 초점이 네 엉덩이에 가서 붙었자녀~ 

걸어가면서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

집사야 아쉬움에 치를 떨거나 말거나 기지개 주욱~죽 펴가면서 캣폴로 향하더니

캣폴 바닥에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한참을 깔개에 대고 스크래칭, 스크래칭 - 이제 그만 마음을 정리하자고 마음을 먹은 것이겠지?

캣폴 위에서 돌아보는 고양이

그러다 이만하면 다들 알아들었겠지 기대를 하는 것일까 이 쪽을 흘깃 돌아본다. 아 물론 알아들었고 말고. 집사는 아까부터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집사 직권으로 네 니즈를 채워줄 만한 타이밍은 암만 생각해도 아니여... 살다보면 원래 네 것이었더라도 순식간에 네 것이 아닌 것들이 있기 마련이여~

캣폴 기둥을 잡고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이건 일종의 도움닫기일까,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지듯 캣폴 기둥을 붙잡고 그야말로 바각바각 봉춤을 한 번 추시더니

스크래칭을 끝내고 돌아선 고양이

한 걸음 스윽~

뭔가를 살피며 걸어오는 하얀 고양이

또 한 걸음 다시 돌아오시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순간에 경철 고양이 특유의 저 삼백안이 의미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마치 집사가 제 형만 끌어안고 저는 내친 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눈빛이지 않은가?

제 형을 내려다 보는 하얀 고양이

그렇게 집사 눈치를 보며 혹은 집사에게 눈치를 주며 다가와서 다시 내려다 보니 평생토록 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집사의 팔을 이 웬수 넘의 형 고양이가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

삼백안을 만들어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엄니, 이거 어떻게 점 못하겠슈?"

집사 품에서 잠 자다 슬몃 잠 깨는 고양이

"야, 이렇게 편히 자는 걸 내가 어떻게 해...?" 하지만 철수는 이미 동생넘이 왔다갔다 안절부절인 것을 눈치챈 듯하다.

소리를 내며 하품 하는 하얀 고양이

그러자 마자 "끄아아아~~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하얀 고양이

아하앙!" 냅다 소리를 지른다 (사실은 하품을 째지게 한 것이지만 진짜로 끄아아! 소리를 내며 했다 ㅋㅋ)

해먹 위로 올라가는 대장 고양이

결론이다. 동생이란 넘이 미친듯이 왔다갔다 하다가 미친듯 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하니 아무리 집사 팔이 편해도 갑자기 가시방석을 베고 누운듯 느껴졌는지 대장 고양이가 망설임도 없이 벌떡 일어나 다른 컷 누를 사이도 없이 캣폴 해먹으로 한달음에 뛰어 올라간다. 명민한 대장 고양이, 잠시 제 것이었지만 원래 내 것이라고, 내놓으라고 덤비는 넘과 이런저런 이치를 따질 가치조차도 없다고 느낀 것일게다. - 고양이들은 갈등이 생길 것 같으면 알아서 미리 피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만큼 고양이들은 "아둥바둥"을 즐기지 않는다. 놓아야 할 것은 한 순간에 놓아버릴 줄 알고 곱씹지도 않는다.

집사에게 기댄 우아한 하얀 고양이

결국은 제 소망대로 집사 배에 팔을 걸치고 앉았건만 늘 하던대로 집사 겨드랑이에 머리를 처박고 대놓고 드러눕지 못하는 건 쫓겨나간 제 형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던 탓일까... 집사는 언제나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그래, 영원히 살 것처럼 그리고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아둥바둥 추태를 부리면 뭐하나, 결국 한 끗 차이인 것을 하는 깨달음을 새삼스레 새기게 된다... 뺏는 넘도 빼앗기는 넘도 편치는 않은 것이 삶의 이치이거늘 그냥 살지, 내가 하나 더 가지면 남이 하나 덜 가지게 되는 것인데 그 영화 누리면 얼마나 누리려고 - 이런 생각에 막걸리 맑은 물을 두 병이나 해치우고 편안해진 밤이다... 고마워, 테스 형님보다 늘 더 큰 가르침을 주는 내 보석 같은 고양이 형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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